[베이스볼 테마록]9회말 1점 승부 '도루 시도 감상법'

  • 등록 2008-06-26 오전 11:27:51

    수정 2008-06-26 오전 11:32:53

▲ 박경완 (왼쪽) [제공=SK와이번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25일 마산구장. SK에 2-3으로 뒤진 롯데는 9회말 1사 후 손광민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이 순간, 도루를 지시했다. 결과는 아웃. 천금같은 기회를 놓친 롯데는 결국 한점차로 무릎을 꿇었다.

무게감을 비교하긴 어렵지만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04년 보스턴과 양키스의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 보스턴은 3-4로 뒤진 9회말 선두타자 케빈 밀라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대주자 데이브 로버츠가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어 빌 뮐러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밟아 극적인 동점에 성공했다.

결국 롯데나 보스턴이나 원하는 바는 같았다.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만을 놓고 작전의 타당성을 평가할 순 없다.

어차피 버스는 떠났다. 다만 당시 상황들을 되짚어보며 '왜?'를 따져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쫓다보면 야구가 좀 더 흥미로워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데이브 로버츠 VS 손광민
데이브 로버츠와 손광민의 도루 능력을 비교하긴 어렵다. 로버츠가 월등한 기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로버츠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모두 195개의 도루를 성공시켰으며 성공률 81%로 리그 2위를 기록한 빼어난 주루 능력을 가진 선수다. 반면 손광민은 2번의 성공과 2번의 실패를 기록한, 나름 빠른 발을 가졌지만 아직 덜 영근 신인 선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부담'이란 부분에 있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로버츠는 누구나 도루를 예상하고 있던 순간,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 TV 해설자는 "지금 보스턴은 도루를 노리고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더군다나 3연패중이던 보스턴은 그 경기서 패할 경우 월드시리즈를 향한 꿈을 또 접어야 했다. 마음의 크기를 재볼 수는 없지만 손광민과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로버츠는 "왕년의 도루왕 머리 윌스는 이런 말을 했다. "모두가 도루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도루를 성공시킨다면 경기 흐름은 물론 네 야구 인생도 바뀔 것이다."

부담이 어깨를 짓눌렀지만 성공할 경우 얻게 될 영광을 떠올리며 마음을 달랬다는 뜻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작전 실패가 많은 선수라면 한번쯤 새겨볼만한 대목이다.

또 한가지 있다. 로버츠와 손광민은 모두 초구에 도루를 시도했다. 타석에 선 타자에게 부담을 최소화해준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9회말 1점차 승부는 타자에게도 큰 부담이다. 여기에 도루 사인이 나오면 주자까지 배려해야 한다. 이중고가 아닐 수 없다.

이하라 요미우리 주루코치는 "도루를 하려면 초구에 해 주는 것이 타자에 대한 예의"라고 말한 바 있다. 어차피 다음 타자의 한방이 나와야 승부가 바뀔 터.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맘 편하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마리아노 리베라 VS 정대현
둘은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다. 그러나 퀵 모션에 있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리베라는 메이저리그서도 퀵 모션이 매우 빠른 축에 속한다. 주자들은 그를 상대로 좀처럼 도루를 시도하지 못한다. 로버츠의 도루 당시 리베라의 투구 시간은 1.23초에 불과했다.

견제 능력도 좋다. 2004년 당시에도 로버츠를 잡기 위해 무려 3번의 견제를 시도했다. 그 중 3번째는 실제 아웃을 줘도 무방할 만큼 완벽했다.

반면 정대현은 도루를 확실하게 제지할 정도의 투구 스피드를 갖고 있지 못하다. "퀵 모션이 평균 1.4초가 훨씬 넘는다(보통 이상적 시간은 1.3초 이내). 상대가 도루를 시도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25일 손광민의 도루 시도시 정대현의 투구 시간은 1.43초였다. SK 포수 박경완이 "100% 도루 타이밍이었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자 견제 능력은 나쁘지 않다. 다만 손광민을 상대로는 한개의 견제구도 던지지 않았다. 아마도 아웃카운트를 하나 벌어둔 것이 여유를 준 것으로 보인다.

▲호르헤 포사다 VS 박경완
포수 능력, 특히 송구에 있어서는 박경완이 월등히 앞선다. 박경완은 올시즌 4할4푼3리의 빼어난 도루 저지율로 당당히 1위에 올라 있다.

반면 포사다의 2004년 도루 저지율은 2할7푼2리에 불과했다. 결코 도루 저지능력이 빼어난 포수는 아니다.

그러나 도루 저지율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 박경완의 송구력은 퀵 모션이 느린 정대현과 짝을 이뤘을 땐 힘이 떨어지게 된다. 반면 포사다의 어깨도 리베라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상쇄할 수 있다.

도루 저지율은 타율과 달라서 해마다 편차가 심한 편이다. 박경완도 2006년엔 고작 2할3푼3리(7위)에 불과했다. 반면 포사다는 2006년 3할7푼3리의 수준급 성적을 남겼다. 포수가 처한 상황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가지. 박경완은 롯데가 도루 시도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초구 사인은 바깥쪽 변화구였다. 왜 직구가 아니었을까. 박경완은 이에 대해 "잡기 힘든 공이 아니라면 송구 전 직구와 변화구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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