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살벌한 현실 앞에 자존심·착각 모두 버렸죠"(인터뷰)

  • 등록 2010-06-11 오전 10:15:20

    수정 2010-06-11 오전 10:21:21

▲ 구혜선

[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촬영 한달 전까지 투자도 못 받았었어요. 날 믿고 몇달 간 따라와 준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어깨가 정말 무거웠었죠. '지금 돌아보면 내가 좀 미쳤었나보다' 그런 생각도 해요"(웃음)

배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작곡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 온 구혜선이 본격적인 영화감독 선언을 했다. 2008년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에 이어 24일 개봉하는 '요술'로 장편 영화 감독으로 첫발을 내디딘 것.

음악학교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요술'은 다분히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한 음악 영화다. 스토리보다는 때때로 음악이 더 귀에 감기기도 하지만 청춘의 사랑과 비극을 그린 영화의 만듦새에는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청춘의 극단적인 방황과 어리석음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막상 다 찍고 보니 아쉬움과 걱정이 밀려오는데 과연 내 표현방식을 관객들이 어떤 감성으로 받아들여줄지 설렘도 크다"고 전한다.

여주인공을 맡은 서현진은 원래 절친한 친구고, 김정욱·임지규 등 남자 배우들도 모두 또래다 보니 촬영 현장에서는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쳤다.

구혜선은 "이렇게 즐겁게 일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라며 함께 한 배우·스태프들을 '직장동료'들이라 칭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촬영이 끝나면 항상 직장동료들과 막걸리 한 잔씩 기울이고 헤어졌다. 그러고 나면 또 보고 싶어서 촬영이 없어도 며칠 안돼 다시 만나고 그랬다"라며 웃음짓는다.

▲ 구혜선
물론 영화가 나오기까지가 결코 녹록했던 과정은 아니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며 설득을 하러 다니면서 자존심도 모두 굽혔다.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이니까 영화촬영도 훨씬 수월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은 냉혹한 현실 앞에서 낱낱이 깨어졌다.

"사실 단편 하나 달랑 찍은 감독을 누가 뭘 믿고 투자를 해 주겠나. 시나리오 기획안을 들고 찾아가도 선뜻 투자를 해 주겠다는 곳을 찾기 힘들더라. 그런 일을 몇번 겪으면서 개인적으로는 나를 많이 버릴 수 있었다. 그동안은 나도 모르게 '나니까 잘 될거야'란 착각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모두 버릴 수 있었달까."

실제로 그는 80여명에 이르는 스태프와 배우들을 모두 섭외해 놓고 촬영 한 달 전까지도 투자를 받지 못했었다. 일단 용기 있게 '저질러놓고 보는' 그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구혜선은 "인건비 계약서를 쓰고 나만 믿고 몇달 간 기다려준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 어깨가 정말 무거웠다"라며 "죽어도 투자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했었다"고 당시에 대해 들려주었다.

결국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회사에서 진행하는 기부 캠페인과 결합시켜 투자를 승인해 주었고 구혜선도 자신의 러닝 개런티를 모두 기부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의 한 몫을 담당해 '요술'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구혜선은 "투자도 일을 다 벌려 놓은 후에야 결정됐고 배급도 크랭크업 직전까지 확정되지 않았었다"라며 "내가 생각해도 '돌았었나' 싶을 정도로 위험한 짓을 해 본거다"라며 웃음지었다.

▲ 구혜선


과정을 통해 배운 점이 많다. 연기자로서 작품에 참여할 때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스태프·배우들을 하나 하나 챙기는 마음씀이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망설임없이 머리를 숙이는 지혜 등은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발전적인 경험이었다"고 꼽는다.

영화에 대한 욕심이 점차 커지기 시작한 것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뿌듯하다. 전작인 '유쾌한 도우미'가 부산 아시아단편영화제 관객상에 이어 일본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영화제, 쇼트쇼츠 국제 단편영화제 등에 초청되면서 영화에 대한 안목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영화제에 가면 자의식 강하고 굉장히 열정적인 분들을 만나면서 자극을 많이 받는다"라며 "동시에 내가 얼마나 무식한가도 깨닫게 돼 욕심을 갖게 되는 계기"라고도 전한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아직은 감독으로서 갈 길이 멀지만 조금씩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싶다.

"앞으로도 여성 취향의 판타지적인 성격의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 다음 작품은 뱀파이어가 된 여자들의 이야기인데 내년쯤 찍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은 '요술'로 자리매김 할 수 있어야 하는데…걱정이다"(웃음)

(사진=권욱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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