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몸무게 9배 중력·감각 상실…'극한'과 사투 벌이는 전투기조종사

공군 전투기 조종사 항공생리훈련
중력가속도·비행착각·저산소·비상탈출 체험
  • 등록 2017-12-24 오전 9:00:00

    수정 2017-12-24 오전 9:00:00

올해 6월 공군 KF-16 전투기가 20전투비행단에서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군]
[청주=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차량 운전석 보다 비좁은 공간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투기 조종사들이다. 이들의 신체적 고통과 비행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나마 느껴보기 위해 지난 22일 청주 공군사관학교에 있는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를 찾았다.

몸무게 6배 중력…시야 어두워지고 혼절 직전까지

먼저 G-테스트라고 불리는 가속도 내성 훈련을 했다. 탑승 전 ‘윽! 크흐’ 소리를 내는 특수 호흡법을 연습했다. 중력 부하가 가해지면 피의 대부분이 다리 쪽으로 쏠려 머리의 혈류는 거의 끊긴다. 피가 뇌에 돌지 않으면 정신을 잃는다. 이 때문에 조종사들은 숨을 들이마신 후 ‘윽’ 소리와 함께 폐의 압력을 높여 심장이 운동할 수 있는 가슴 공간을 만든다. 이후 ‘크흐’ 소리를 내며 숨을 내뱉는다. 3초 간격으로 해야 하지만, 이 박자를 놓치면 혼절하고 만다.

장비에 탑승해 안전벨트와 발판 길이를 조정하고 교관의 지시를 기다렸다. 크게 심호흡을 하다 ‘3, 2, 1’ 소리에 맞춰 조종간을 몸쪽으로 끌어당겼다. 기계의 회전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2~3G 구간부터 숨이 가빠지고 시야가 바깥쪽부터 어두워졌다. 몰아넣은 숨을 아껴가며 특수호흡법을 계속했지만 앞이 완전히 안보이는 블랙아웃(black-out) 현상이 시작되는 듯했다. 혼절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특수호흡법을 격하게 시도했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신을 놓기 직전 훈련 통과 요건인 6G를 넘어섰다는 교관의 목소리가 들리자 조종간을 놨다. 급속도로 1.4G까지 낮아진 탓에 롤러코스터를 타고 떨어진듯한 느낌이었다. 앞선 동료기자는 8G에 다다를 때까지 견디다 혼절했다. 대기실로 돌아와 후들거리는 다리 탓에 털썩 주저앉았다. 실핏줄들이 터져 붉은 점들이 팔 전체에 퍼져 있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공중 교전이나 훈련 시에 7~9G 정도의 높은 중력을 받는다고 했다.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임무 때도 4~6G의 중력이 가해진다. 평균 연 200시간 정도 비행하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고통을 짐작케했다.

기자가 중력을 견디는 가속도 내성 훈련을 위해 장비에 탑승해 훈련 교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군]
비행착각, 현상, 몸이 느끼는 것과 항공기 실제 자세는 달라

다음은 비행착각 훈련이었다. 비행착각은 눈과 귀 등 인간 신체가 전달하는 균형 감각 정보의 한계 때문에 조종사가 항공기의 위치와 자세, 속도 등 움직임에 대한 인지능력을 순간적으로 상실하는 상태다. 장비가 축을 중심으로 45도로 기울어진 채 뱅글뱅글 도는 탓에 어지러웠지만, 이내 수평을 찾은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왼쪽을 바라보세요”라는 교관의 말과 함께 고개를 돌렸더니 머리가 팽 돌았다. 온몸이 오른쪽 상공으로 치솟는 느낌이었다. 사실 장비는 왼쪽으로 기운 채 선회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화면에 수평을 그리며 펼쳐진 구름이 떠올랐다. 전투기도 이에 맞춰 비행 중 인듯 했다. 그러나 교관이 수평 정도를 확인하라며 보여준 ‘자세계’ 화면에는 전투기가 왼쪽으로 기운 상태였다. 눈과 귀로 느끼는 균형 정보만 믿고 비행하다가는 바다나 땅으로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의미다. 5분여의 훈련에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비상탈출(Ejection) 훈련에선 비상상황에서 안전하게 항공기를 탈출하는 훈련을 했다. 조종석에 앉아 다리 사이의 레버를 손목의 힘으로 힘껏 당기자, 조종석이 스프링처럼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머리 위를 강하게 짓누르는 6G 가량의 압력에 ‘억’ 소리가 터져 나왔다. 교관은 “실제 비행환경에선 11G까지의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탈출시 머리와 몸을 좌석에 밀착시켜야 혼절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비상상황을 가정한 비상탈출 훈련에서 기자가 항공기 좌석이 6G의 압력으로 튀어오르는 환경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공군]
실제 임무 수행시 다양한 장애요소 동시에 극복해야

마지막은 고공 저압 훈련이었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2만5000피트(7620m) 고도에서 느끼는 신체 변화를 점검했다. 고도가 올라갈 수록 귀안이 팽창해 고막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2만5000피트 고도에 이르자 산소마스크를 뗐다. 저산소증으로 3분도 채 되지 않아 손발이 저려오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머리가 멍해질 때쯤 교관이 급히 산소마스크를 다시 씌워 실신을 면했다.

비상탈출 훈련을 제외한 이들 훈련은 전투기 조종사들이 임무 수행 중 다반사로 겪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개별적이 아니라 한꺼번에 온다는 점이다. 임성철 기동생리훈련과 교관(예비역 공군대령)은 “전투기 조종사들은 급격한 기동으로 인한 중력 변화 상황에서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면서 “3차원 공간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눈과 귀의 감각 상실도 이겨내야 하는 등 가혹한 공중 환경에서 사투를 벌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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