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년]남북 20대에게 6.25는 '무관심하거나, 무지하거나'

남북 20대 6명 심층 인터뷰
  • 등록 2013-06-25 오전 7:30:00

    수정 2013-06-25 오전 9:27:18

[이데일리 이정혁 송이라 기자] “북한에서 6·25는 미제(미국)와 괴뢰군(국군)의 북침(北侵) 전쟁이라고 배웠습니다. 탈북하고 나서야 정반대로 배운 걸 알고 정말 놀랐어요. 그런데 남한 학생들은 6·25와 같은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역사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탈북 대학생 김모씨)

“6·25는 분명한 남침(南侵)이 아닌가요. 인천상륙작전과 1·4후퇴 등 6·25에 일어난 굵직한 사건을 빠짐없이 배웠습니다. 남한 학생들이 6·25를 잘 모른다는 것은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송원석·세종대 광전자공학과 2)

<이데일리>에서는 ‘정전 60년’을 맞아 탈북 대학생 세 명과 남한에서 나고 자란 대학생 세 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서로 다른 체제에서 6·25를 배운 남북한의 20대는 6·25를 어떻게 바라볼까.

‘6·25전쟁’ 무관심하거나, 무지하거나

한쪽은 무관심했고, 다른 한쪽은 잘못 알고 있었다. 6·25전쟁이 휴전으로 막을 내린 지 60년. 한 갑자의 세월만큼 남북한 청년들이 느끼는 이질감도 컸다.

“6·25 발발연도요? 1955년인가…아, 1950년이요! 전쟁이 끝난 연도는 잘 모르겠어요. 수능을 본지 오래돼서요.”

남한 대학생들에게 6·25는 ‘수능시험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과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정민(고려대 영어영문과 3)씨는 “솔직히 무조건 외우기만 했지 전쟁의 의미 같은 건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며 “대학에서도 역사가 핵심교양과목에 포함돼 있긴 하지만 다른 과목으로 대체할 수 있어 본인이 특별히 관심 없는 이상 전혀 몰라도 상관없다”고 전했다.

다른 대학생도 상황은 비슷하다.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남한 대학생 세 명 가운데 6·25 전쟁의 휴전연월인 1953년 7월 27일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수능과목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이 된 것이 20대의 역사인식 수준을 낮추는데 주요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은상(서강대 경제학과 4)씨는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되면서 국사가 필수인 서울대를 준비하지 않는 이상 수업시간에도 다른 공부를 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며 “오히려 공부한 만큼 점수가 잘 안 나오는 탓에 기피한다”고 말했다.

다만 6.25가 북침인지 남침인지도 잘 모른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모두 지나친 반응이라고 했다. 송원석(세종대 광전자공학과 2)씨는 “북침을 ‘북한이 공격했다’는 뜻으로 헷갈리는 사람이 많은 것 뿐”이라며 “대부분 6·25는 북한이 먼저 남한을 공격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는 영어보다 중요” 역사교육 강화해야

북한에서 교육을 받은 탈북 대학생들은 “북한에서 6·25는 미제와 괴뢰군의 북침전쟁이라고 교육받는다“고 전했다. 이들은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뒤에야 비로소 남북이 정반대로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철민(가명)씨는 “1950년 새벽에 미제와 괴뢰군(한국군)이 기습공격을 했지만, 김일성이 즉시 반격을 한 덕분에 3일 만에 서울을 수복했다고 배웠다”며 “6·25는 (북한이) 승리한 전쟁이라고 교과서에 나온다”고 말했다. 또다른 탈북 대학생 이혜진(가명)씨도 “탈북하기 전까지 6·25는 남한이 먼저 일으킨 것으로 확신했다”며 “남한에 와서야 북한이 먼저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남한의 역사나 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의견을 같이 했다. 탈북 대학생 김철민씨는 “한국 학생들은 민족의 얼도 모른 채 오직 영어에만 목숨을 거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훗날 우리 세대가 주력이 됐을 때를 위해서라도 역사교육은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한 대학생 송원석씨는 역사교육을 강화하되 주입식 교육이 아닌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씨는 “최근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국사교실 컨셉으로 MC들이 아이돌에게 국사교육을 시켜주는 방송을 했는데 이 방송을 본 후 역사에 흥미를 갖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국사는 양이 워낙 방대해 무조건 암기하기보다는 인물이나 사건 중심으로 문화적인 교육을 실시하는게 효과적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승만 평가 남북 모두 ‘부정적’

6·25 당시 남한의 대통령인 이승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인터뷰에 응한 남북 대학생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탈북 대학생 이서영(가명)씨는 “북한에서 이 전 대통령은 친일, 친미로 가득찬 기회주의자라고 가르친다”라며 “남한의 공산당과 남로당을 다 숙청한 것도 모자라 남조선 인민까지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독재자로 배웠다”고 기억했다.

남한 대학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송원석씨는 “이승만은 미국의 원조를 받아 우리나라를 팔아먹은 인물로 배웠다”고 말했다. 이은상씨도 “한강철교를 폭파시켜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킨 독재자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특히 부정투표를 통해 정권을 잡는 것에만 혈안이 된 인물이라는 식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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