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 "다시 만난 손예진에게 전우애 느꼈다"(인터뷰)

  • 등록 2016-08-08 오전 6:42:22

    수정 2016-08-08 오전 6:42:22

‘덕혜옹주’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소설이 100만부 이상이 팔렸습니다. 그 덕에 힘을 얻었죠. 무엇이 덕혜옹주에 관심 갖게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덕혜옹주’가 개봉 첫날 3위로 출발한데 이어 예매율 1위에 오르더니 마침내 박스오피스 1위를 꿰찼다. 개봉 4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입소문의 힘이다.

‘덕혜옹주’는 권비영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다 ‘8월의 크리스마스’(1988) ‘봄날은 간다’(2001) 등을 연출한 멜로의 명장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고 해 관심을 모았다.

허진호 감독이 2007년 한 지상파의 덕혜옹주 다큐멘터리를 보고서 영화화를 마음먹었다. 그때 처음 덕혜옹주에 대해 알았다.

“자료 화면을 보니까 덕혜옹주는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인 것 같았어요. 조선의 희망이다, 보물이다, 이런 얘기도 있었고요. 지금으로 얘기하면 영국의 왕세손 왕세손비 같은 느낌 또는 아이돌 스타 같다고나 할까요. 누군가 그녀를 잊지 않고 있었고, 그녀가 돌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동했습니다.”

‘덕혜옹주’의 영화화는 8~9년전에 생각을 했지만 막상 영화로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일제시대라는 암울한 배경이, 덕혜옹주라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가진 리스크가 있었다. 체념하고 있던 중에 ‘덕혜옹주’(2009)라는 소설이 나왔고 100만부 이상이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거기에 힘을 얻어 다시 영화화를 결심했다.

손예진이 타이틀롤 덕혜옹주를 맡게 됐다. 손예진과는 두 번째 작업이다. 손예진은 그의 ‘외출’(2005)에 출연했다. 그녀의 나이 스물셋이었다.

“손예진씨는 그때도 예쁘고 연기를 잘했어요. ‘똑똑한 친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같이 시나리오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이디어가 많더군요. 시나리오 한 번 써보라는 제안도 했었던 것 같아요.”

손예진과 재회도 관심을 모았다. 남자 주연배우들은 한 감독과 오랜 인연을 이어가지만 여자 주연배우들은 드물다. 11년 만에 만난 손예진은 느낌이 달랐다. ‘전우애’가 느껴질 만큼 감독이 의지할 수 있는 큰 배우가 돼있었다.

“이제는 예쁘다는 것을 넘어선 배우인 것 같아요. 센 남자배우들에게서 보이는 카리스마가 손예진에게서 느껴져요. 여자배우가 그런 분위기를 갖는 게 쉽지 않거든요. 배우로서 자기 몫을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영화의 전체를 이끌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죠.”

‘덕혜옹주’는 담백하게 흘러가는데도 눈물이 난다는 평이다. 감독 특유의 연출 스타일이 배어 있다. 호평이 자자하지만 덕혜옹주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덕혜옹주가 일본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덕혜옹주를 영화로 가지고 오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 정당성, 개연성을 어느 선까지 설정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덕혜옹주는 영친왕의 부인 이방자 여사가 일본어로 말했을 때는 대답을 하지 않다가 한국말로 말했을 때 답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만큼 한 나라의 공주로서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일본에서 왕족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용을 당했을 거고, 그런 과정에서 한번쯤은 꿈틀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그(연설) 장면을 넣었습니다. 그 장면의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제가 잘 못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덕혜옹주일까. 혹자는 왕족들은 그 비극적인 시대에서도 대우를 받으며 잘 살지 않았겠냐고 말한다.

“‘덕혜옹주’를 다룬 것은 ‘위인이다’ ‘재평가 해야 한다’는 차원은 아니었습니다. 덕혜옹주란 사람이 있었구나, 해방 후 어떻게 17년간 내려버 둘 수 있었지, 부끄러운 일이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가 위인만 다루는 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가치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개인이 느꼈을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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