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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얼핏 들판을 가로지르는 물줄기가 보인다. 그 주위론 넓은 갈대밭이고. 물론 장담할 순 없다. 작가의 마음에 담긴 장면을 다 읽어낼 재간도 없으니.
사실 눈여겨볼 부분은 따로 있다. 그저 캔버스에 색을 올리는 차원 이상이란 것. 작가 채림(56)이 나무판에 수십 번 옻칠을 반복해 빚어낸 풍경이니까. 옻칠만으로 빛을 그려낸 모네의 인상주의 화풍을 떠올리게 하는 거다.
숲에서 모티브를 찾는다는 작가의 말대로 연작에는 언젠가 한 번쯤 스쳤을 법한 물·언덕·풀·나무 등이 슬쩍슬쩍 비친다. 제주도 어디쯤이란 힌트뿐, 안개가 덮인 듯 고즈넉한 세상에 앉힌 고요한 아름다움이 천상이라고 해도 믿겠다.
8월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89길 학고재청담서 여는 개인전 ‘멀리에서’(From a Distance)에서 볼 수 있다. 목판에 옻칠·삼베. 20×20㎝. 작가 소장. 학고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