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9월→12월로…'ESG 의무공시' 로드맵 왜 늦어지나

삼성 등 대기업부터 내년 적용하는데
‘ESG 공시제도 로드맵’ 발표 두 차례 연기
美 “4분기 발표” 소식에 금융위 고심 커져
최대한 늦추자 vs 마냥 기다리다 정책 혼선
  • 등록 2023-08-21 오전 6:10:00

    수정 2023-08-21 오전 6:10:00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코스피·코스닥 전체 상장사에 적용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의무공시 로드맵 발표가 계획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4분기께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준비 상황, 우리 기업 부담을 고려해 최대한 늦추자는 의견과 기다릴수록 혼선만 커지니 선제적으로 정비해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20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4분기(10~12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애초 금융위는 지난달 21일 로드맵을 발표한다고 공표했으나 발표 전날 이를 연기했다.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8~9월에 발표”라고 예고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늦으면 12월’로 발표 시점을 더 늦췄다.

이 로드맵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모든 상장사에 ESG 전반의 공시를 의무 도입·시행하는 내용이 골자다. 로드맵에는 연도별 ESG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과 적용 계획 등이 담긴다.

금융위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ESG 의무공시’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2025년에 전년도 내용을 의무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삼성전자(005930) 등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로드맵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는 미국이 4분기께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소식을 최근에 접하고 고민이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폴 문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국장은 지난 17일 한국회계기준원 등이 주최한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 세미나에서 “1만6000건의 의견서를 검토하면서 4분기에 ESG 공시 기준 확정안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공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신중하게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ESG 공시제도 로드맵과 관련 미국안을 보고 발표할지, 미국안과 무관하게 발표할지 각각 장단점이 있어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설익은 내용으로 빨리 발표하는 것도 부담이고, 미국안만 기다리다가 무작정 늦추기도 힘든 딜레마에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쪽에선 ESG 공시기준의 국제적 정합성, ESG 공시에 부담을 느끼는 우리 기업 분위기를 고려하면 미국안을 보고 최대한 늦게 신중하게 발표하자는 의견이 제기된다. 반면 당장 내년부터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적용되는데 발표를 늦출수록 정책 불확실성만 커지고, 계속 늦추다가 전반적 정책 일정 모두 틀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는 상장사, 회계업계·학계 등과 만나 추가 의견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한종수 한국회계학회장(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앞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도입 기업, 탄소배출 관련 기업의 경우 미래의 환경 비용까지 추산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ESG 의무공시 파장이 만만치 않다”며 “ESG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기업도 많기 때문에, 특히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안을 면밀히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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