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테마록]롯데 경제효과, 다른 지역은 불가능할까

  • 등록 2008-09-19 오전 10:53:19

    수정 2008-09-19 오후 6:13:57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일으키고 있는 부산발 태풍은 이미 2008 한국 프로야구를 크게 한번 들었다 놓았다.

롯데 돌풍은 단순히 야구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 경제까지 활성화시키는 효자 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다. '돈 먹는 하마' 취급이나 받던 프로야구가 '돈 버는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다'는 부산의 특수성에 기댄 바 크다. 하지만 판이 더욱 커진다면 제2 제3의 롯데 돌풍이 다른 지역에서도 불 수 있다. 그 열쇠는 지자체가 쥐고 있다는 것이 프로야구 마케팅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 효과 얼마나 있었나
롯데는 19일 사직 두산전에서 1995년 LG가 기록한 한 시즌 최다 관중기록(126만4,762명)을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 된다. 이미 올시즌 58경기서 모두 123만6,213명의 관중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롯데의 관중 대박은 지역 경제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부산발전연구원이 발표한 '롯데 자이언츠 홈경기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의 홈경기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무려 1,500억 원 이상이다.
 
생산유발 효과가 1,106억 원이며 취업유발 효과도 2,392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 측은 이같은 수치는 100억 원의 매출을 내는 중소기업 10개 이상을 만들어내고 승용차 5,000대 이상을 수출하는 효과와 같다고 밝혔다.
 
▲야구 잘하는데 왜 지역 경제가...
흥미로운 것은 롯데의 선전과 지역 경제의 연관성이다. 경제 유발 효과라고 하니 매우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실질적으로 들어가보면 한마디로 '사람들을 신바람나게 해주기 때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롯데가 야구를 잘하면서 팬들도 신바람이 나 이전보다 더 많이 먹고 마시며 즐기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사직 구장 인근 음식점들은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예년에 비해 4~5배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롯데 경기가 있는 날이면 부산 지역 대형 마트의 주류 및 음식 판매량이 수직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구 보며 치킨 뜯고 맥주 마시는 것 하나 하나가 모여 지역 경제에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불황에는 여려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풀기 어려운 것이 국민들의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는 일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현재의 지갑을 꽁꽁 틀어쥐게 만들고 이같은 현상은 현금 유동성에 큰 장애가 된다.
 
그러나 2008년 부산은 다르다. 롯데가 가져다 준 희망과 환희는 부산 사람들의 지갑을 활짝 열게 만들었고 이같은 흐름이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큰 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선 불가능할까
부산은 오래전부터 야구도시로 이름 높았다. 롯데가 야구를 잘 못하던 시절에도 야구에 대한 관심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경제 효과가 '부산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특수한 것' 정도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지자체의 협조다.
 
부산시와 롯데 구단은 올 초 사직구장의 위탁 관리 계약을 맺었다. 장기 임대로 알려졌지만 이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여전히 관중 수입의 일정 부분은 시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3년간 4억4,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위탁 관리를 맡겼다. 두산과 LG가 공동 관리하는 잠실 구장(3년간 매년 34억1,000만원)의 1/8 수준이다. 그나마 이들 구장 외에는 위탁 관리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입장 수입을 떼가는 것은 물론 상품이나 식품 판매 등 구장내 수익에도 모두 간여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모 구단 관계자는 "연 4억4,000만원이면 구단 입장에선 부담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롯데가 상품 판매만으로 20억원 이상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구단 수익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롯데가 다양한 상품 개발에 열성을 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위탁계약만 싸게해 준 것이 아니다. 구장을 천연잔디로 바꾸고 관전 환경 개선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작은 욕심을 버리고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큰 선물로 돌아온 것이다.  
 
잠실구장의 경우 위탁 계약 기간이 올해로 종료된다. 현재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서울시가 3년 전 34억1,000만원보다 인상된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년간의 수입을 꼼꼼히 체크했기 때문이다.
 
서울 구단의 한 관계자는 "잠실구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서울시에 모두 보고하게 돼 있다. 돈을 벌었으니 그만큼 더 내야 한다는 것이 시측 입장이다. 바꿔 말하면 구단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애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된다. 많이 벌면 그만큼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관중 증대로 수익이 늘었는데 그비율 만큼 계약금이 올라갈 것이다. 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지자체가 기본적으로 운동장을 자치단체의 소유물로만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의 재산을 내준만큼 그 안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장애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야구장의 수익은 야구장 자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선수들이 벌이는 멋진 플레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구단과 선수는 그 플레이의 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지자체는 그 수익의 대부분을 요구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지방 모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지면 우리도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 만큼은 아니더라도 지역 경제에 활력이 되는 야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지자체의 뿌리깊은 관행과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여전히 꿈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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