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돌풍은 단순히 야구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 경제까지 활성화시키는 효자 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다. '돈 먹는 하마' 취급이나 받던 프로야구가 '돈 버는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뜻이다.
▲롯데 효과 얼마나 있었나
롯데는 19일 사직 두산전에서 1995년 LG가 기록한 한 시즌 최다 관중기록(126만4,762명)을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 된다. 이미 올시즌 58경기서 모두 123만6,213명의 관중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롯데의 관중 대박은 지역 경제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부산발전연구원이 발표한 '롯데 자이언츠 홈경기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의 홈경기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무려 1,500억 원 이상이다.
생산유발 효과가 1,106억 원이며 취업유발 효과도 2,392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 측은 이같은 수치는 100억 원의 매출을 내는 중소기업 10개 이상을 만들어내고 승용차 5,000대 이상을 수출하는 효과와 같다고 밝혔다.
▲야구 잘하는데 왜 지역 경제가...
흥미로운 것은 롯데의 선전과 지역 경제의 연관성이다. 경제 유발 효과라고 하니 매우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실질적으로 들어가보면 한마디로 '사람들을 신바람나게 해주기 때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롯데가 야구를 잘하면서 팬들도 신바람이 나 이전보다 더 많이 먹고 마시며 즐기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사직 구장 인근 음식점들은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예년에 비해 4~5배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롯데 경기가 있는 날이면 부산 지역 대형 마트의 주류 및 음식 판매량이 수직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구 보며 치킨 뜯고 맥주 마시는 것 하나 하나가 모여 지역 경제에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불황에는 여려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풀기 어려운 것이 국민들의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는 일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현재의 지갑을 꽁꽁 틀어쥐게 만들고 이같은 현상은 현금 유동성에 큰 장애가 된다.
그러나 2008년 부산은 다르다. 롯데가 가져다 준 희망과 환희는 부산 사람들의 지갑을 활짝 열게 만들었고 이같은 흐름이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큰 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선 불가능할까
부산은 오래전부터 야구도시로 이름 높았다. 롯데가 야구를 잘 못하던 시절에도 야구에 대한 관심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경제 효과가 '부산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특수한 것' 정도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지자체의 협조다.
부산시와 롯데 구단은 올 초 사직구장의 위탁 관리 계약을 맺었다. 장기 임대로 알려졌지만 이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여전히 관중 수입의 일정 부분은 시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3년간 4억4,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위탁 관리를 맡겼다. 두산과 LG가 공동 관리하는 잠실 구장(3년간 매년 34억1,000만원)의 1/8 수준이다. 그나마 이들 구장 외에는 위탁 관리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입장 수입을 떼가는 것은 물론 상품이나 식품 판매 등 구장내 수익에도 모두 간여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모 구단 관계자는 "연 4억4,000만원이면 구단 입장에선 부담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롯데가 상품 판매만으로 20억원 이상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구단 수익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롯데가 다양한 상품 개발에 열성을 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위탁계약만 싸게해 준 것이 아니다. 구장을 천연잔디로 바꾸고 관전 환경 개선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작은 욕심을 버리고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큰 선물로 돌아온 것이다.
잠실구장의 경우 위탁 계약 기간이 올해로 종료된다. 현재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서울시가 3년 전 34억1,000만원보다 인상된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년간의 수입을 꼼꼼히 체크했기 때문이다.
서울 구단의 한 관계자는 "잠실구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서울시에 모두 보고하게 돼 있다. 돈을 벌었으니 그만큼 더 내야 한다는 것이 시측 입장이다. 바꿔 말하면 구단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애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된다. 많이 벌면 그만큼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관중 증대로 수익이 늘었는데 그비율 만큼 계약금이 올라갈 것이다. 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지자체가 기본적으로 운동장을 자치단체의 소유물로만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의 재산을 내준만큼 그 안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장애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야구장의 수익은 야구장 자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선수들이 벌이는 멋진 플레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구단과 선수는 그 플레이의 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지자체는 그 수익의 대부분을 요구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지방 모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지면 우리도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 만큼은 아니더라도 지역 경제에 활력이 되는 야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지자체의 뿌리깊은 관행과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여전히 꿈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