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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각종 티셔츠와 모자 등 고양 원더스의 상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김 감독의 눈길을 끈 것은 구단에서 제작한 선수카드였다. 김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사진과 간단한 프로필 등이 적혀있는 카드.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상품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선 팬들의 필수 아이템이다. 선수에 따라서는 수억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한참 사진을 들여다보던 김 감독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선수 카드를 챙겨 감독실로 돌아갔다. 그러더니 매니저를 불러 한 선수에게 카드를 전해주라고 지시했다. 그의 손엔 외국인 투수 레알의 투구 사진이 담겨 있었다.
레알은 입단 초기 왼 팔이 너무 빨리 벌어지는 단점을 지적 받았다. 몸이 빨리 열리게 되니 제구가 들쑥날쑥이었다. 김 감독은 곧바로 수정 작업에 들어갔고, 한달 여가 지난 지금, 꽤 많은 성과를 거두게 됐다.
누군가의 추억을 위해 제작된 선수 카드. 그러나 김 감독의 눈은 그 속에서도 야구를 찾아냈다.
실제 레알은 이날 경기서 6.2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볼넷은 단 한개에 불과했다.
고양 원더스는 김 감독의 캐리커쳐에 'The manager is always watching Wonders'(감독님은 항상 원더스를 지켜보고 있다)는 문구를 새겨넣은 티셔츠를 판매까지 하고 있다.
드라마 '야인 시대'에서 검도 연습하는 장면을 보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의 탈출 방법이 생각나 부랴 부랴 녹화를 했다던 일화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
고양 원더스는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퓨쳐스 팀과 첫 경기를 할 때와 지금은 또 다른 팀이 돼 있다. 지난 주말엔 LG에 2승1무를 기록하며 첫 위닝 시리즈도 장식했다. 21일 현재 팀 성적은 5승3무7패. 기대 이상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뒤엔 늘 그들을 지켜보며 지켜주려 부릎 뜬 노장의 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