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은 왜 '선수 카드'를 챙겼을까

  • 등록 2012-05-21 오전 11:33:40

    수정 2012-05-21 오전 11:33:40

▲ 김성근 감독. 사진=고양 원더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며칠 전 일이다. LG 퓨쳐스팀과 경기를 앞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뭔가 생각에 잠긴 듯 운동장 주위를 걷고 있었다. 그의 발길이 머문 곳은 구단 기념품 매장 앞이었다.

그곳에는 각종 티셔츠와 모자 등 고양 원더스의 상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김 감독의 눈길을 끈 것은 구단에서 제작한 선수카드였다. 김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사진과 간단한 프로필 등이 적혀있는 카드.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상품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선 팬들의 필수 아이템이다. 선수에 따라서는 수억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한참 사진을 들여다보던 김 감독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선수 카드를 챙겨 감독실로 돌아갔다. 그러더니 매니저를 불러 한 선수에게 카드를 전해주라고 지시했다. 그의 손엔 외국인 투수 레알의 투구 사진이 담겨 있었다.

레알은 입단 초기 왼 팔이 너무 빨리 벌어지는 단점을 지적 받았다. 몸이 빨리 열리게 되니 제구가 들쑥날쑥이었다. 김 감독은 곧바로 수정 작업에 들어갔고, 한달 여가 지난 지금, 꽤 많은 성과를 거두게 됐다.

중요한 건 선수 카드 속 레알의 투구 사진은 입단 초기에 찍힌 것이라는 점. 김 감독은 레알에게 선수 카드를 선물한 건, '네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느껴보라'는 의미였다.

누군가의 추억을 위해 제작된 선수 카드. 그러나 김 감독의 눈은 그 속에서도 야구를 찾아냈다.

실제 레알은 이날 경기서 6.2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볼넷은 단 한개에 불과했다.

김 감독의 별명은 '야신(야구의 신)'이다. 하지만 그는 '잠자리 눈깔'이라는 별명을 더 좋아한다. 늘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 좋아서다.

고양 원더스는 김 감독의 캐리커쳐에 'The manager is always watching Wonders'(감독님은 항상 원더스를 지켜보고 있다)는 문구를 새겨넣은 티셔츠를 판매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이 말하는 눈은 비단 신체의 일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신체의 눈은 비록 다른 곳을 보고 있더라도 마음의 눈은 늘 제자들을 향해 있다.

드라마 '야인 시대'에서 검도 연습하는 장면을 보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의 탈출 방법이 생각나 부랴 부랴 녹화를 했다던 일화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

고양 원더스는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퓨쳐스 팀과 첫 경기를 할 때와 지금은 또 다른 팀이 돼 있다. 지난 주말엔 LG에 2승1무를 기록하며 첫 위닝 시리즈도 장식했다. 21일 현재 팀 성적은 5승3무7패. 기대 이상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뒤엔 늘 그들을 지켜보며 지켜주려 부릎 뜬 노장의 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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