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리공학자 배명진 교수 "소리는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 등록 2013-04-05 오전 7:15:57

    수정 2013-04-05 오전 7:15:57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과 교수는 소리공학은 소리를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 (사진=소리공학연구실)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대학을 취업학원이 아닌 학문의 전당으로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정한 ‘대학인’(大學人)들이 있다. 명강의로, 학문적 성취로 존경받는 교수들을 찾아 그들의 가르침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과 교수의 연구실을 처음 들어선 이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에 바쁘다. 연구실을 가득 채운 희귀한 발명품들 때문이다.

“이게 물풍금이라는 거에요.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로 연주를 하는 장치죠”

전원을 올리자 파이프가 달린 네모난 기계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배 교수는 이 원리를 이용해 낙동강에 거대한 규모의 물풍금을 설치했다. 낙동강을 찾은 이들이 경치 뿐 아니라 음악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 연구실 안 발명품에 그치지 않고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야 하다는 배교수의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다.

아직은 생소한 ‘소리공학’. 소리공학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지난 2007년 보성에서 발생한 70대 노인의 여대생 살해 사건은 기억할 것이다. 증거가 없어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에서 배 교수는 목소리 성문 분석을 통해 범인을 밝혀내 주목을 받았다. 배교수는 이후에도 천안함 침몰, 북한 핵실험 등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언론에 오르내린 유명인사다.

첨예한 정치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일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배 교수는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과학자로서 과학적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 학자로서 양심에 따를 뿐, 정치적 입장은 다른 문제죠”

배교수는 엘리트코스를 밟아 강단에 선 교수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가 신기했어요. 사람이 튀어나올 것 같아 라디오 앞에서 밥도 안 먹고 기다리곤 했어요. 소리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의 어릴 적 꿈은 전파사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 꿈은 고교 졸업 후 전자회사 입사로 이어졌다. 당시 배교수가 보유한 자격증은 14개나 됐다. 그러나 배교수는 기술만으로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대학문을 두드렸다.

소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던 소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리공학자가 됐다. ‘이론은 무엇보다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는 배교수의 철학은 이같은 성장과정속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현재 개발 중인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안경’도 이런 배교수의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이 안경은 초음파를 이용 주변 사물이 감지한 뒤 이 사물이 근처로 다가오면 소리를 내 보행 시 충돌이나, 교통사고 등을 예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술적으로 이미 가능하고, 3년 안에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봐요. 시각을 잃어 답답한 사람들에게 더 풍요로운 삶을 가능하게 해 줄 겁니다.”

그가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또다른 분야는 ‘건강’이다.

“웃음 치료나 산림욕처럼 건강한 삶을 만드는데 소리도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소리의 진동을 이용해 건강에 좋은 마사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거죠.”

배교수의 꿈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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