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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대형화면이 복잡하다. 멀리 서울 광화문광장을 배경으로 연두색 의상의 여인이 보인다. 길을 막는 경찰과 대치하는 형국인가. 그렇다면 셔터 내린 골목상가에 공룡탈을 쓴 저 사람은 또 누군가.
이 모두는 작가 이채은(40)의 ‘계산된 퍼즐’이다. 작가는 인물·풍경, 사건·사고 등 다채로운 상황을 화면에 배치하고 이들 이미지를 연결하거나 병치·전복하는 작업을 한다. 하나하나는 별개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로 엮인다. 아는 만큼 보이는 구성인 거다.
그림에서 가장 인상적인 토막은 왼쪽 아래서 무게를 잡은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의 명작 ‘의심하는 도마’(1601∼1602). 예수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제자 도마가 예수 옆구리에 난 상처를 찔러보는 현장을 포착한 것이다. 작가는 이들 중 한 명을 현대인으로 바꿔놓는 위트를 심었다.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송은아트큐브서 여는 개인전 ‘당신의 미소가 사라진 순간’(The Moment Your Smile Fades Away)에서 볼 수 있다. 리넨에 오일. 163×259㎝. 작가 소장. 송은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