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루 섞어 한자 한자 정성껏 썼다…고려인들 염원 담은 '고려사경'

'묘법연화경 권제6' 일본서 환수
경전 내용 금은니로 필사
약왕보살 등 그린 '변상도' 완성도 높아
"고려 불교문화의 정수…학술적으로 귀중"
  • 등록 2023-06-22 오전 5:30:00

    수정 2023-06-22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고려인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부처의 가르침을 한자 한자 종이 위에 적어 내려갔다. 때로는 국가의 안녕을 빌기도 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빌기도 했다. 불교 경전을 열심히 필사하고 나면 현생에서 지극한 경지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이처럼 베껴 쓴 불교 경전을 ‘사경’(寫經)이라고 부른다. 사경 제작은 특히 고려시대에 성행했다. 사경을 제작하는 관아인 ‘사경원’이 있을 정도였다. 초기엔 불교 교리를 전파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점차 귀족 등 개인이 공덕을 쌓는 방편으로 널리 제작됐다.

불화와 함께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핵심축인 사경은 현존하는 유물이 극히 적다. 국내에 60여 점,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에 90여 점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영일 마곡사 성보박물관장은 “국내외를 통틀어 150여점의 사경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고려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경은 종교적·학술적으로 귀중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묘법연화경 권제6’(사진=문화재청).
고국 돌아온 ‘묘법연화경 권제6’

최근 문화재청은 일본에서 고려 사경 ‘묘법연화경 권제6’을 환수했다. 환수본은 감색 종이에 경전의 내용을 금·은니(金·泥)로 필사해 병풍처럼 만든 책이다. 금니와 은니는 금과 은가루를 아교풀에 개어서 만든 안료다. 크기는 접었을 때 세로 27.6㎝, 가로 9.5㎝ 정도이지만 펼치면 가로가 10m 70㎝까지 늘어난다.

흔히 ‘법화경’으로 불리는 ‘묘법연화경’은 ‘화엄경’과 함께 동아시아 불교 사상 확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기본사상으로 하는 천태종의 근본경전이다. ‘묘법연화경 권제6’은 전체 7권 중 6권에 해당하는 것이다. 일본인 소장자가 2012년 일본 고미술상에서 구매한 것을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표지와 경전 내용을 압축해 그림으로 표현한 ‘변상도’, 본문인 ‘경문’, ‘뒤표지’ 등으로 이뤄져 있다.

변상도는 화면 4개로 구성됐다. 묘법연화경을 설법하는 석가모니불과 그 권속이 가장 크게 그려져 있다. 또한 사람들이 성내며 돌을 던져도 ‘그대들은 모두 성불하리라’고 말하는 상불경의 모습, 타오르는 화염 속에 자기 몸을 바쳐 공양하는 약왕보살도 나타난다. 화면 오른쪽에 설법 장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화면을 선으로 빼곡하게 채운 점 등은 14세기 후반 고려 사경의 특징으로 꼽힌다. 배 관장은 “완성도 높은 구성뿐 아니라 표현력이 정교하고 치밀한 것으로 보아 당대 최고 실력을 지닌 사경승이 그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묘법연화경 권제6’(사진=김태형 기자).
경문은 모두 108면에 걸쳐 이어진다. 한 면당 6행씩, 금니로 테두리 경계를 그리고 각 행은 은니로 17자의 글자를 정성스럽게 적었다. “만일 이 ‘법화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거나 해설하고 옮겨 쓰면 이 공덕으로 눈, 귀, 코, 혀, 몸, 뜻이 다 청정하리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아쉽게도 유물에는 제작 시기와 배경, 제작자 등을 기록한 발원문이 적혀 있지 않다. 표지의 연꽃 문양 등 그림 양상이 현존하는 14세기 묘법연화경과 유사해 그 무렵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종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왕실 사경에 많이 썼던 구양순체를 기본으로 안진경, 조맹부 등 다양한 서체가 어우러진 사경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며 “각 권의 끝에 발원문을 쓰는 경우도 있어서 마지막 권7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금니와 은니는 아교풀이 섞여 있는 탓에 일반 먹보다 글씨를 쓰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감색 종이를 만들려면 쪽빛 염색을 15번 이상 해야 한다. 김 위원은 “금이나 은을 녹여서 글씨를 쓴 것은 그 시기에 금과 은이 가장 귀했기 때문”이라며 “최상의 품질로 사경을 만들어 자신의 신앙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경은 신라 ‘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으로 1979년 국보로 지정됐다. 14세기 중·후반에 제작된 ‘묘법연화경’의 사경인 ‘감지은니 묘법연화경 권제1~7’ ‘상지은니 묘법연화경 권제1~7’ 등은 국보로,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제6’ 등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묘법연화경 권제6’의 변상도(사진=문화재청).
‘묘법연화경 권제6’(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승 사냥 가즈아~
  • 망연자실
  • 갑자기 '삼바'
  • 긴박한 순간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