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한국세무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17일 이데일리에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은 상속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아예 국적을 옮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낡은 상속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글로벌 조세 경쟁이다. 주요국들이 일제히 상속 부담을 낮추고 있는 와중에 한국만 거꾸로 가는 것은 나라 경제에 악영향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금은 (조세 회피 행태가) 일부일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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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들 실효 상속세율 추정해보니
그나마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다는 미국의 경우 39.9%로 추정됐다. 1206만달러(약 159억원) 통합공제 이후 최고세율(상속 규모 100만달러 초과시) 40%를 적용한 결과다.
독일과 영국의 실효 세율은 각각 30.0%, 20.0%에 불과했다. 일단 독일의 최고세율은 30%에 그친다. 상속 주식 18조2000억원에 인적공제와 특별생계비공제 등을 거친 후 30%를 적용하면 총 세액 추정액은 약 5조4600억원이다. 한국의 절반 정도다. 영국은 사업자산공제가 상장 주식의 50%까지 되기 때문에 이를 제하고 세율 40%를 적용하면 추정액은 약 3조6400억원이다. 2005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한 스웨덴의 세 부담은 더 작다. 스웨덴과 호주, 캐나다 등이 자본이득세를 내는 대표적인 나라다. 이는 가업 승계를 보장해 사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임 박사는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한국의 상속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다”며 “기업 승계가 점차 어려워지면서 한국 알짜기업들이 외국 자본의 적대적인 인수합병(M&A)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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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완화 추세인데…韓 뒷걸음질
현재 국제적인 상속세 동향은 완화 혹은 폐지다. 상속세 과세를 통해 소득 재분배와 경제적 기회균등을 실현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상속 부담을 줄여줘 자본 해외유출을 막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소득 재분배에 오히려 더 낫다는 견해가 점점 힘을 받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가 없는 곳은 14개국에 이른다.
그나마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 중 대다수(24개국 중 20개국)는 유산취득형이다.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정도만 유산형으로 과세하고 있다. 유산세는 상속인이 여럿이어도 피상속인의 유산 총액을 하나의 과세 대상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각자가 받는 재산을 개별적인 과세 단위로 보고 각자 상속분에 해당 세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유산세보다 세 부담이 작다. 천경욱 세무법인송우 대표세무사는 “많은 세무사들이 유산취득세로 가는 게 맞는다는 판단을 한다”며 “내가 받으면 내가 세금을 낸다는 과세 원칙(응능부담원칙) 때문”이라고 했다.
국세통계연보, 한경연 등에 따르면 한국의 가업상속공제 건수는 2021년 기준 110건으로 집계됐다. 공제 금액은 347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독일의 경우 1만1874건에 달했다. 공제 금액은 약 248억유로(약 35조6600억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