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천국’ 홍콩이 흔들

판매세 5% 신설 추진… 연일 반대시위
매년 2조5000억 징수
  • 등록 2006-08-21 오전 8:19:47

    수정 2006-08-21 오전 8:19:47

[조선일보 제공] ‘쇼핑 천국(天國)’ 홍콩이 흔들리나.

홍콩 정부가 재정확충을 위해 판매세를 도입하려 하자, 홍콩 상인과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오후 3시30분쯤 홍콩섬 완짜이(灣仔) 퀸즈웨이 로드 일대는 1500여명의 시민들이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가두 행진을 벌였다. 높은 습도로 체감(體感) 온도가 40도에 육박하고 중간중간 소낙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시민들은 ‘기존 세제(稅制) 유지’ ‘판매세 도입 결사 반대’ 등을 연신 외쳤다.

시민들은 판매세 도입이 하층민과 서민들의 생계를 파탄낼 것이라며 종이 식칼과 도끼 등을 휘두르며 시위를 벌였다.

홍콩섬 퍼시픽 플레이스의 명품 매장에서 일한다는 퀸시 팡(房寶娟·27)씨는 “판매세를 도입하면 상품 가격과 식당, 병원, 교통비 등 모든 것이 올라 서민들이 죽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부 위엔룽(元朗)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추우씨(48)는 “판매세가 실시되면 부자들과 기업들만 배가 불러진다”며 “변두리 식당들은 아예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60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지난 6일과 12일 시위에 이은 세번째. 13일 낮에는 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몽콕(旺角)·샤틴(沙田) 등 24개소에서 판매세 도입 반대 서명 행사가 열렸다. 올여름 들어 거의 매 주말마다 홍콩 도심이 판매세 반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 20일 오후3시쯤 홍콩섬 완짜이(灣仔) 인근에서 홍콩 시민과 상인들이 판매세 도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1500여명이 참여했다.
◆홍콩정부, 재정적자 해소 위해 판매세 추진

발단은 지난달 19일 홍콩 정부가 제공했다. 세금 수입 기반을 늘리고 정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판매세(Goods and Service Tax·상품용역세로 일종의 판매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세제 개혁안’을 내놓았다. 판매세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간접세 방식으로 식료품·교통비·외식·의복·교육비 등 모든 상품·서비스에 대해 5%의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헨리 탕(唐英年) 재정 부총리는 “앞으로 9개월 동안 논의를 거친 다음 빨라도 오는 2010년쯤 새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연간 3% 정도의 소비자 물가상승 요인이 발생하지만, 매년 200억 홍콩달러(약2조5000억원) 정도의 세금 수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쇼핑천국 추락할 것”

홍콩 시민들은 홍콩이 세계의 ‘쇼핑 천국’으로 자리잡는 데 기둥 역할을 해온 ‘판매세 0%’ 정책이 무너지면 ‘쇼핑 천국’도 함께 무너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홍콩은 이자소득세와 배당세, 자본이득세, 관세가 없고 소득세(16%)와 법인세는 세계 최저(最低) 수준이다.

콴팍후 홍콩소매상협회 회장은 “정부가 판매세를 도입하면 모든 상품·서비스 가격이 치솟아 홍콩의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만여명의 한국 교민들도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이다. 판매세가 실시되면 가령 50만원짜리 상품이 52만5000원으로, 30만원 안팎인 인천~홍콩 항공권은 31만5000원으로 각각 올라 중국은 물론 싱가포르·태국 등 동남아보다 쇼핑 매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한인상공회소 김범수 사무총장은 “판매세는 홍콩의 쇼핑메리트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홍콩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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