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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예상보다 더 부진하고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2% 중반대 경제성장률 달성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입을 모았다. 하반기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진 탓이다.
오는 18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은도 기존 성장률 전망치(2.5%)를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데일리가 14일 경제·금융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원이 한은이 오는 18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할 것으로 봤다.
이들 중 7명은 한은이 기존 전망치 연 2.5%보다 0.2%포인트 낮춘 2.3%를 제시할 것으로 봤다. 2.2%까지 하향조정할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2명이었다. 나머지 1명은 2.4% 수준을 예상했다.
한은은 3개월 간격으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날에 맞춰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지난해 7월과 10월, 올해 1월과 4월 각각 2.8%→2.7%→2.6%→2.5%로 발표 때마다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씩 낮춰 잡았다.
그만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점진적으로 악화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3개월간 관찰한 국내경제 상황은 종전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한은이 봤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7명이 한은이 0.1%포인트씩 낮추던 기존 패턴을 깨고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낮출 것으로 본 이유다.
하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던 수출경기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수출액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했고, 이번달 초 수출액도 감소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5.5% 급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수출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한은이 오는 18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 연구위원은 한은의 예상보다 경기가 더 둔화될 것으로 봤다. 올해 2.1%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미·중 무역분쟁이 뚜렷한 해결국면에 진입하지 못한 데다 한·일 갈등이 새로운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이라든가 한·일 문제 등 생각지 못 했던 변수가 생기면서 경제 상황이 한은이 예상한 범주에서 벗어났다”며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