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세포는 스스로 시간이 되면 수축했다가 수축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완이 되는 성질을 가졌다. 팔다리의 근육은 내가 힘을 주고 싶을 때 수축하고, 힘을 빼고 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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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심장이나 위장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대신 각자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자동능’을 가졌다. 이 자동능은 근육 세포 각각이 가지고 있는 능력인데, 심장세포들은 특정 주기마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자동능을 가졌다. 심장근육은 자동능을 가진 수 억개의 세포들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지만, 놀랍게도 0.1초라는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세포가 동시에 수축하고 이완한다.
가장 심각한 상태는 심장세포들이 각자 다른 시간에 수축과 이완을 하는 것이다. 어떤 특정 시점에 50%는 수축을 하고 있고 50%는 이완을 하고 있다면, 각각의 세포는 열심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있지만, 심장 전체적으로는 수축도 이완도 아닌 상태로 남아있게 되어 혈액을 짜 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를 ‘세동(細動, 가늘게 움직임)’이라 부르고, 이 상태가 심실에 나타나면, 급사를 유발하는 ‘심실세동’이라고 불리는 가장 심각한 부정맥이 된다. 심실세동이 되는 순간 심장에서 펌프되는 혈액양은 순식간에 ‘0’이 되버리고, 수초내에 의식을 잃게 되고 수 분내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심방에는 세동이 생기더라도, 심실이 하는 주펌프기능은 유지 되기 때문에 전체 심장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흔히 부정맥이라고 하면 급사를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병이라고 인식하고있는 것이 심실세동 때문인데, 실제 전체 부정맥중에 심실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가장 흔한 부정맥은 기외수축 또는 조기수축이라고 불리는 부정맥인데, 심실이나 심방이 지휘체계를 벗어나 엇박으로 수축하는 경우를 말하고, 이때 가슴이 ‘덜컹하는 느낌’ 또는 ‘한박자 쉬었다가 뛰는 느낌’이 난다는 표현을 흔히 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부정맥을 진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검사는 ‘24시간활동심전도’이다. 불규칙하다는 부정맥의 특성 상, 상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 심장 활동을 기록하여, 얼마나 자주 어떤 부정맥이 발생하는 가를 판단하는 검사가 중요하다. 부정맥은 거의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외수축부터 급사를 유발하는 심실세동까지 다양한 질환을 통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부정맥이라는 진단만으로 걱정하기 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 ‘어떤’ 부정맥인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