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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여파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1600만 표는 어디로 간 것일까. 우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다. 170석이나 되는 거대 정당이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성찰이 없었다. 국민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수완박 법안 강행 통과에 여념이 없었고 국민 여론은 호응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내각 인선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정조준 했지만 청문회 준비 상태를 보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성토 대상이 되어 버렸다. 한동훈 장관 후보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질문은커녕 ‘이모 논란’과 ‘영리법인 해프닝’으로 청문회를 코미디로 전락시켰다. 두 번째는 명분 없는 투표라는 피로감이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거나 심판할 근거가 없는 투표인데다 오히려 여론은 이재명 후보의 인천 계양을 출마에 명분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후보는 출마한 지역구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 왔지만 대선 연장전이나 대선 2차전이라는 선거 피로감에 유권자들은 몸서리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패배에 대해 아무리 고개를 숙여도 충분하지 않다. 이재명 의원은 명분 없이 선거판에 돌아왔고 본인 스스로 ‘위험한 정면 돌파’라고 했지만 당을 위험에 빠트리기만 했고 정면 돌파는 없었다.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이후 당에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위기 인식에 절박하지 않았다. 불리한 환경을 딛고 선거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후보들에게 박지현 비대위원장과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갈등과 충돌은 침몰하는 배에 자폭 테러하는 셈이나 다름없었다. 오죽했으면 광주의 투표율은 37.7%밖에 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던 1600만 명이 대거 나오지 않았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런 더불어민주당 내부 집안 싸움에 정당 지지율은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방선거 직후인 6월 2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유선 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은 45%나 되지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2%밖에 되지 않는다. 대선 패배 직후만 하더라도 팽팽했던 당의 경쟁력은 어느새 밑 빼진 항아리처럼 지지율이 줄줄 새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한 영화의 제목이 떠오른다. 아무리 선거에서 잇달아 패배를 했더라도 다수당이 속절없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명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에 재등판하고 전체 선거를 진두지휘한 이재명 의원은 선거 패배 책임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롭지 않다. 그렇지만 마치 때를 기다린 것처럼 ‘네 탓, 내 탓’ 공방으로 그리고 내홍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 또한 꼴불견이다. 2024년 국회의원 공천에 영향을 줄 당 대표 선거를 두고 ‘친이재명계’와 ‘반이재명계’가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다수당이 신경써야할 민생은 온데간데없다. 지방선거 패배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이재명 의원이 잡아야 할 자리는 당권이 아니라 민심이다. 다음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