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답이다] 대선 가까워질수록 부동층이 늘어나는 이유

李·尹, 수락연설서 "국민 통합" 강조
전두환·가족공방 등 이어지며 갈등 부추겨
정치 피로감에 늘어나는 부동층
  • 등록 2022-01-01 오전 6:00:00

    수정 2022-01-02 오전 10:35:25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편을 가르지 않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2021년 10월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수락 연설) vs “국민 통합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2021년 11월 5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수락 연설)

거대 양당 후보들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며 외쳤던 첫 일성에는 빼놓지 않고 ‘국민 통합’이 등장했다. 하지만 본격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지 약 두 달 만에 정치권에서 ‘통합’이라는 말은 찾아보기 어려운 단어가 됐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이 방증하듯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두 축으로 갈라선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은 서로 ‘내로남불’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내부에선 일부 쓴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더 자극적인 공방에 이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상호 깎아내리기식 비판은 일반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을 높이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는 장애물로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엄수된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서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의 추모사를 듣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멈추지 않는 여야의 ‘내로남불’ 공방 레이스

현 대선 구도에서 ‘내로남불’이라는 공방이 가장 극단적으로 보인 대목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시작은 윤 후보였다. 그는 지난 10월 경선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에 대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했다는 분들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이 자신이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들에게 맡겨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귀가 썩을 것 같은 최악의 망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윤 후보에게는 ‘전두환을 존경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이 후보도 전두환 비석을 밟으며 “윤 전 총장은 왔다 갔느냐. 존경하는 분 밟기가 어려워 오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저격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달 뒤 입장이 뒤집어졌다. 이 후보가 대구·경북 지역 방문 중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어쨌든 나름 능력 있는 관료를 선별해 맡긴 덕분에 경제가 성장한 것도 사실”이라며 사실상 윤 후보와 거의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국민을 바보취급하고 있다”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양당 후보가 같은 말을 해도 상대방 측에서는 서로에 대한 인정보다는 비판이 앞서는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당시 당 내부에서 “국민의 가치와 거리가 있다”는 취지의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비판 경쟁’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다.

또한 정치권의 상호 비방전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가족 문제 의혹 제기에서 절정에 달했다. 민주당에서는 윤 후보의 배우자의 경력 허위 기재 의혹을 연이어 내놓으며 “가짜 인생”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 후보 아들의 도박 및 성매매 의혹에 대해 “범죄자 집안”이라고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네거티브 전쟁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이마저도 먹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네거티브가 아닌 검증”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대선까지 네거티브 공방이 멈추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기치로 발표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도 결국 통합이 아닌 분열의 양상을 띠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권 분열용 사면”이라고 평가 절하했고, 민주당에서도 “잘못된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결국 이러한 정쟁은 시민단체들이 찬성·반대 집회에 나서며 길거리까지 확전되는 모양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공방에…남은 건 정치혐오

결국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인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안이나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후속 대책 등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양측 모두 ‘네 탓 공방’만 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처럼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이 개선될 모습이 보이지 않자 정치 혐오,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늘어나는 추세가 이러한 피로감을 방증한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19~24일, 오마이뉴스 의뢰,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전주 8.0%였던 부동층은 한 주 만에 9.7%로 늘어났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평가 받는 2030세대의 부동층 비율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부동층이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늘고 있다. 특히 중도층 지지율이 높았던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진다”며 “코로나19 위기의 피로감과 정치권 네거티브 공방에 따른 피로감이 겹치면서 중도층이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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