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많은데…'기술평가·검증'은 깜깜이

올해 기술특례 기업 35곳으로 2005년 도입 후 최다
표준모델 자료 부족하고 기술전문가도 한계
국책기관 독려하지만…"평가 전문성은 글쎄" 지적도
기술특례기업 공시 강화 등 소통 확대 필요성도
  • 등록 2023-12-26 오전 6:00:00

    수정 2023-12-26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기술특례상장의 핵심은 기술평가입니다. 당장은 매출이 없어도 향후 성장성이 있는지를 보고 상장문을 열어주는 건데, 전문성이 있는 기관은 평가에 참여를 별로 안 하고, 한다고 해도 중요하다고 인식하지도 않습니다.”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특례상장의 허점을 위와 같이 꼬집었다. 파두 사태가 기술특례를 통한 기업공개(IPO)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하고, 당국이 심사 기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술을 가진 기업의 상장을 돕고 동시에 투자자를 보호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단순히 매출과 영업이익 등 숫자를 공개하는 일시적인 처방이 아닌 기술 심사와 정보 공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기술특례기업, 역대 최댄데…기술평가는 제자리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기술특례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총 35곳이다. 지난해(26곳)보다도 늘어난 것은 물론이며, 2005년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도입한 이후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한 한 해다.

하지만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 IPO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이에 당국은 예비 상장사에 실제 상장이전까지 재무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에 대한 평가와 검증 제도를 중점적으로 개선·보완해야 특례상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기술특례 평가는 지난 2월 도입한 표준기술평가모델을 이용하고 있지만, 충분한 자료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당국은 바이오 일변도인 기술특례의 문을 로봇과 항공우주 등 첨단사업으로까지 넓히고 있지만 표준기술평가모델은 바이오의약품, 바이오 의료기기, IT, 제조(소재·부품·장비), 서비스·기타산업분야 등 5개 만을 다루는데 그치고 있다. 기술분야도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메타버스(실감형 콘텐츠), 이차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청정에너지 등 4개 분야만을 다루고 있다.

기술 전문가들의 구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비심사 단계에서 전문가회의 기술 자문을 거쳐 상장위원회를 진행하는데 상장위원회는 당연직 5인과 전문가 4인 등 9인으로 구성된다. 거래소가 보유한 전문가 풀 40인 중 기술전문가는 13인으로 비중이 적고 대부분 바이오와 컴퓨터 공학 등 일부 분야에 편중돼 있었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 7월에나 전문가 풀을 50명으로 확대하고 유사한 기술 분야의 기업을 그룹으로 묶어 심사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특례기업, 공시 오기는 더 많아…소통 확대해야

정부는 기술 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확대하기 위해 국책기관의 참여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민간 기술평가기관은 아무래도 평가 자체가 수익사업이라 투명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국책 연구기관의 참여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기술특례기업 평가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국책기관의 참여 요인도 저조할 수밖에 없다. 이에 관계부처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책기관의 전문성과 신뢰도가 높다해도 상장기업에 대한 평가 경험이 많지 않아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시행한 기술평가 537건 중 국책기관의 참여는 104건(19.4%)에 불과하다.

김성현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기술평가 실적은 결국 기술평가 경험을 대변하기 때문에 국책연구기관은 기술에 대한 전문성은 높아도 평가에 대한 전문성은 크지 않다”면서 “기술평가를 전담하는 별도의 조직이 마련돼 있지 않은 국책연구기관이라면 외부자문위원을 활용해 기술평가 전문성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기술 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투자자들과의 소통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IPO를 앞두고 기술평가 내용을 투자설명서에 담지만,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그대로 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투자설명서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술특례로 상장 문턱을 낮춰준 만큼, 상장 이후 일정 기간 공시 문턱은 높이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 상장된 125개 기술 특례 상장사 중 93곳(73%)이 ‘특례상장기업 관리종목 지정유예 현황’ 관련 공시를 오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영업손실 비율 항목에 대한 오류가 가장 많았고 매출 기준 관련 오류, 미기재 등이 뒤를 이었다. 공시가 상장사와 투자자들의 기본적인 소통 창구인 점을 고려하면 상장사들의 노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기술 특례 상장 제도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시장이 성장성이 있고 좋은 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덧붙였다.

※기술특례상장이란?

일반 상장 제도 대비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기술이 있다면 상장을 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 특례상장 방식 중 하나다.

특례상장은 크게 기술에 초점을 맞춘 ‘기술특례’와 성장성에 중점을 둔 ‘이익미실현(테슬라 요건)’으로 나뉘는데 올해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은 2곳에 그쳤지만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35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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