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신중함`이 살아남은 이유는

  • 등록 2005-03-23 오전 7:44:07

    수정 2005-03-23 오전 7:44:07

[뉴욕=edaily 안근모특파원] 22일 뉴욕증시는 방심하다 된통 당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 방향 발표문이 발표된지 10여분이 지나도록 흔들리지 않던 주가가 2시반쯤 돼서야 마치 폭포수가 떨어지듯이 수직으로 추락했다. 그 10여분동안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발표문구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채 0.25%p의 금리인상과 `신중함`이라는 단어가 유지됐다는 소식만 듣고 여유를 부린 것이 분명하다. 키프 브루옛 앤 우즈의 국채담당 수석 크레이그 코츠는 "그린스펀이 말했던 `수수께끼`란 단어가 이제서야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달쯤전 그린스펀은 의회증언에서 "금리를 쉼없이 계속 올렸는데도 장기금리가 떨어진 것은 수수께끼(conundrum)"라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방심하고 있던 시장에 한방 먹임으로써 수수께끼를 푼 것이다. 그린스펀에 맞섰던 철없는 월가의 투자자들이 그럼 이번에는 제대로 의중을 읽은 것일까? 금리인상폭이 조만간 50bp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철된 월가에서 소수이나마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UBS의 전략가 빌 프로핏은 "연준이 인플레 압력을 공식 인정하면서도 `신중한`이라는 단어를 살려둔 것은 5월 회의에서도 50bp 인상은 없을 것임을 얘기하고자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인플레가 문제시된다면 왜 25bp만 올리면서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겠느냐는 것이다. 비록 연준이 `신중함`과 `25bp`를 동일시 한 적은 없지만, 시장이 모두들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연준이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이 프로핏의 주장이다. MG파이낸셜의 애시라프 라이디도 "`신중한`이라는 단어를 유지한 것은 고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연준이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상승으로 인해 미국 경제의 엔진이 장애물을 만난 상황에서 자신들이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밟지나 않을까하는 연준의 우려가 `신중한`이라는 단어에 녹아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너무 낙관적이고도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좀 더 중립에 가까워 보이는 ABN암로의 외환전략가 그레그 앤더슨의 얘기를 들어 보자. 그는 "현 시점에서는 긴축의 속도를 가속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만약 연준이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보다 분명한 문구를 집어 넣었을 것"이라면서 "오늘 발표문은 `인플레에 대한 경계자세(Hawkish Positioning)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채권투자의 벤치마크라고 할 만한 핌코의 빌 그로스도 CNBC에 출연해 "연준이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10년물 국채 수익률 범위는 4.35∼4.70% 범위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의 `경계`가 `경고`와 `조치`로 진전될 지 여부는 `measured`라는 문자 그대로 다분히 물가와 고용, 산업 지표의 움직임에 달려 있는 셈이다. 선행지표를 원하는 금융시장으로서는 무엇보다 유가의 추세변동에서 본질적인 해답을 찾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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