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닦으로 왔소? 시름 덜러 왔소!

계룡산 치유여행
북쪽 관문 '상신마을'
구룡 전설이 담긴 '상하신 계곡'
찬란했던 도자기의 혼을 잇는 '계룡산 도예촌'
  • 등록 2014-06-17 오전 6:20:00

    수정 2014-06-17 오전 6:52:20

계룡산 북쪽 들머리에 있는 상하신 계곡. 등산객들이 너럭바위에 앉아 굽이치며 흐르는 옥류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있다. 상하신계곡은 한낮에도 어둑한 계곡은 크고 작은 바위를 타고 넘는 계류가 쉼없이 이어진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계룡산은 풍수지리상 우리나라 4대 명산에 꼽힌다. 산줄기와 물줄기가 태극 형상으로 서로를 휘감아 흐르는 ‘산태극 수태극’의 지세라 했다. 신령스러운 풍수로 계룡산의 위엄과 신비로움은 외경심을 불러일으켰고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비쳤다. 그래서일까. 전국의 수많은 ‘점집’ 도사들은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도사가 지금도 계룡산에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계룡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주변의 점집은 물론 도사들까지 사라졌다. 하지만 계룡산을 찾을 이유는 또 있다. 수려한 산세와 쪽빛처럼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바로 그 이유다. 계룡산 계곡은 동학사·갑사·신원사계곡을 포함해 모두 7곳. 이번 여행길에 찾은 계룡산계곡은 계룡산 북쪽 상신탐방지원센터의 상하신계곡. 비교적 덜 알려져 사람들의 발길도 뜸한 곳이다. 가슴 속 절절한 울림이 미련처럼 남았다면 이번 기회에 찾아보길 바란다. 신록이 짙푸러가는 6월의 계곡길. 물소리 청아한 계곡길과 새소리·바람소리 한적한 치유의 산길을 걸어보자.

계룡산 북쪽 자락인 상하신계곡. 한낮에도 어둑한 계곡은 크고 작은 바위를 타고 넘는 계류가 쉼없이 이어진다.
◇계룡산을 오르는 북쪽 관문, 상신마을

계룡산을 오르는 길은 크게 네 갈래다. 산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에서 계룡산을 오른다. 들머리에는 유명한 절집들이 있다. 동쪽으로 비구니 절집인 동학사가 있고, 서쪽에는 갑사가 듬직하게 앉아 있다. 또 남쪽에는 계룡산 산신령을 모신 신원사가 터를 잡고 있다. 모두 내력이 만만찮은 절집이다. 그래서인지 들머리 입구에는 시주(입장료)를 받는다. 계룡산이 국립공원이거니와 절집들도 국보급이기에 보존을 위한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북쪽 들머리엔 절집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절터만 남았다. 당간지주만 덩그러니 남아 과거 큰 절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할 뿐이다. 절터가 있는 곳은 상신마을. 마을에는 과거 석조물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고, 그중 ‘구룡사’라고 쓰인 기와가 발견돼 구룡사 터로 추정하고 있다. 백제 후기나 통일신라시대 초기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구룡사는 넓이로 봐서 당대 제법 규모가 컸던 대찰로 추측하고 있다.

구룡사지가 있는 곳은 상신마을이다. 산천으로 둘러쌓인 전형적인 동천(洞天)부락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산줄기에 기대고 물길에 안기어 삶의 터전인 ‘마을’을 이루며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 마을에서 볼 때 산줄기는 울타리이자 경계고, 계곡은 젖줄이며 마을의 중심이다. 계룡산의 주 봉우리 중 하나인 삼불봉이 동북 양방으로 뻗으면서 첩첩이 산맥으로 둘러싸여 형성된 천혜의 요새 같은 마을이다.

계룡산 주변 마을들이 동·서·남쪽으로 동학사, 갑사, 신원사, 신도안 등이 종교적 색채를 띠며 발전했다면, 상신마을은 산신당·장승·선돌 같은 토속적 요소들이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마을 입구 소나무 아래에서 마주치게 되는 나무장승과 솟대가 이를 증명한다. 이곳 장승과 솟대는 금실 좋게 새끼로 묶여 있다. 마을에선 정월 대보름 전날인 음력 열나흗날에 장승제를 올린다. 장승을 지나 마을 쪽으로 좀더 들어가면 밭고랑에 머리끝이 삐죽한 입석이 하나 서 있다. ‘신야춘추 도원일월’(莘野春秋 桃源日月), 마을 들판이 계절을 따라 평화로운 게 도원 같기를 바란다는 그 뜻은 사람들의 마음을 새겨 놓은 듯하다.

상신마을 들머리에 위치한 장승고 솟대. 특이하게도 장승과 솟대를 새끼로 묶어 두었다.
◇구룡의 전설이 담긴 곳, 상하신계곡

상신리계곡은 ‘이곳이 절터’임을 알리는 당간지주를 거쳐간다. 마을 끄트머리 상신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삼아 오른다. 이 계곡을 끼고 오르는 등반 코스는 남매탑과 금잔디고개 등 계룡산 명소에 가장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한적하기 그지없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고 편의시설도 없으니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을 탓할 수도 없는 일. 상신탐방지원센터에서 10여분 발품을 팔자 숲에 묻힌 계곡이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풍광이 수려한 계곡에는 어김없이 ‘구곡’(九曲)이 있기 마련. 상하신계곡도 ‘용산구곡’(龍山九曲)을 품고 있다. 1곡 심용문을 시작으로 은룡담, 와룡강, 유룡대, 황룡암, 활룡소, 운룡택, 비룡추, 신룡연이 계곡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다.

구곡은 조선시대 문신 권중면이 일제강점기 때 관직을 버리고 계룡산 자락으로 들어와 바위에 글을 새겨 만든 것. 그는 용이 태어나 승천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아 국권 회복을 염원했다. 계룡산자락 계곡 중 가장 빼어나다는 ‘마제소’(말제툼벙)도 이곳에 있다. 마제소는 용산구곡 중 5곡인 황룡암(黃龍岩·용이 공부가 무르익어 여의주를 얻는다)이 있는 자리다.

한낮에도 어둑한 계곡은 크고 작은 바위를 타고 넘는 계류가 쉼 없이 이어진다. 자그마한 폭포 아래 수정처럼 맑은 소(沼)는 호수처럼 보인다. 숲 그늘 아래 너럭바위에 앉아 잠시 지친 걸음을 쉰다. 너럭바위를 타고 잔잔하게 흐르는 물은 거울로 변해 주변의 하늘과 나무를 담고 있다. ‘솨~솨, 콸~콸’ 소리를 내며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서둘러 흐르던 계곡물도 여기서는 조용히 숲을 음미하는 듯하다. 물이 침묵하는 너럭바위 위에선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소리와 가끔씩 적막을 깨는 새소리뿐. 여름 초입의 숲은 고요 그 자체다.

계룡산 북쪽 들머리에 있는 상하신 계곡. 등산객들이 너럭바위에 앉아 굽이치며 흐르는 옥류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있다. 상하신계곡은 한낮에도 어둑한 계곡은 크고 작은 바위를 타고 넘는 계류가 쉼없이 이어진다.
◇찬란했던 도자기의 혼을 잇는 ‘계룡산 도예촌’

계곡에 발을 담그고 신선놀음을 했다면 이젠 마을을 둘러볼 차례. 상신마을엔 도자기를 굽는 예술가들이 모여 살고 있다. 상신탐방지원센터에서 돌담길을 따라 가면 계룡산 도예촌 표지판이 보인다. 상신마을에 도예가들이 모이게 된 이유는 이곳이 도공 이삼평(?~1655)의 주요 활동 근거지였기 때문이다. 이삼평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가 일본 아리타 도자기의 도조로 추앙받고 있다. 이삼평의 혼을 잇는 한 ‘무리’가 모여 마을을 조성한 곳이 여기다.

계룡산에 도예촌이 형성된 것은 1992년경. 대전 충남지역에서 활동하는 도예가들이 찬란했던 ‘철화분청사기’를 복원해 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대부분이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이들은 작품 활동과 함께 대학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철화분청사기는 청자와 백자의 중간 시기인 1480∼1540년에 제작된 자기로 ‘계룡산 분청’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도예촌에는 최근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처음 입주할 때 활동했던 도예가 18명은 지금 10명으로 줄었다. 도예가들은 2년씩 돌아가며 촌장을 맡는다.

도예촌은 작업장이 일반에 공개되며 관광객이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10여 개 공방 어디나 미리 예약만 하면 도예가의 교육도 받을 수 있다. 1∼2시간 가래쌓기와 전기로 작동되는 물레작업을 배운 뒤 직접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이 만든 도자기는 굽기 작업을 거쳐 택배로 전달해 주거나 다음 방문 시 직접 가져갈 수 있다. 강습료는 1만∼1만 5000원 선.

최근 계룡산국립공원 북쪽 자락에 자리한 이안숲속. 숲속 놀이공간으로 산양, 다람쥐, 토끼, 고슴도치 등의 동물을 볼 수 있고 잉꼬먹이주기체험, 목공예체험, 사계절썰매장, 물놀이장, 캠핑장, 인공동굴관, 허브체험장 등의 레저휴양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서울에서 천안논산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공주 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다. 공주시청 방향으로 우회전해 생명과학고 교차로에서 좌회전한 후 금강변을 따라간다. 청벽대교 건너 희망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상신마을로 향한다. 상신리체험마을을 지나 상신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다.

△볼거리=계룡산의 갑사, 마곡사, 동학사를 비롯해 공산성, 무령왕릉, 석장리 선사유적지, 국립공주박물관, 고마나루, 박동진 판소리전수관 등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 뜨는 곳 중 하나는 계룡산국립공원 북쪽 자락에 자리한 이안숲길. 숲속 놀이 공간이다. 산양이며 다람쥐며 토끼, 고슴도치 등의 동물을 볼 수 있고, 잉꼬먹이주기 체험, 목공예체험, 사계절썰매장, 물놀이장, 캠핑장, 인공동물관, 허브체험관 등의 레저휴양시설을 갖추고 있다. 041-855-2008.

△먹을곳=내고향묵집(닭백숙·묵무침 041-857-4884), 초가집(비밈칼국수 041-856-7997), 이학(국밥 041-855-3202), 명성불고기(불고기·삼겹살 041-857-8853) 등.

무성산 승마로드
내고향묵집의 닭백숙. 장닭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드럽지는 않지만 씹는 맛이 좋다. 특이한 것은 백숙에 삶은 달걀을 사람 숫자대로 넣어 서로 눈치보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내고향묵집의 닭백숙. 장닭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드럽지는 않지만 씹는 맛이 좋다. 특이한 것은 백숙에 삶은 달걀을 사람 숫자대로 넣어 서로 눈치보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계룡산 북쪽 자락인 상하신계곡. 한 등산객이 용산구곡 중 5곡인 ‘황룡암(黃龍岩·용이 공부가 무르익어 여의주를 얻는다)’이 있는 자리에 앉아 신록이 짙어져가는 6월의 초여름을 즐기고 있다..
계룡산 북쪽 자락인 상하신계곡. 한낮에도 어둑한 계곡은 크고 작은 바위를 타고 넘는 계류가 쉼없이 이어진다.
계룡산 북쪽 자락인 상하신계곡. 한낮에도 어둑한 계곡은 크고 작은 바위를 타고 넘는 계류가 쉼없이 이어진다.
계룡산 북쪽 들머리에 있는 상하신 계곡. 등산객들이 너럭바위에 앉아 굽이치며 흐르는 옥류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있다. 상하신계곡은 한낮에도 어둑한 계곡은 크고 작은 바위를 타고 넘는 계류가 쉼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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