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디지털 변혁 시대, CEO가 노예되지 않으려면

  • 등록 2019-01-21 오전 6:00:00

    수정 2019-01-21 오전 6:00:00

김영기 원장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주인은 노예의 노예이고, 노예는 주인의 주인이다.” 18세기 철학자 헤겔이 마치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영자들에게 경고를 하는 듯하다. 세상 변화를 깨닫지 못하는 경영자들이 신기술을 모르고 신기술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주인이 아닌 노예로 살아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고 겨우 3년이 흘렀다. 그러나 무한대의 통계적 확률을 가졌다는 바둑에 알파고가 등장하여 이세돌과 커제를 물리치더니, 바둑 규칙만을 알고서 딥 러닝 8시간 만에 인간 최고수를 능가함으로써 ‘무에서 유’를 창조한 알파고 제로에 이르자 우린 생각이 달라졌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등장하는 트랜스포머, 메트릭스와 같은 공상과학영화가 마치 현실화될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저소득층 일자리의 83%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더이상 이러한 변화를 혁명이라고 얘기하는데 이의를 달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역사적 대전환기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이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불안도 공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Block Chain), 클라우드(Cloud), 데이터(Data)와 같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신기술 ABCD가 확산되면서 금융 부문에도 핀테크로 대변되는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골드만 삭스가 스스로를 ‘금융회사가 아닌 IT 회사’라고 선언한 2015년 이후 국내 많은 금융회사들도 앞다투어 디지털 변혁을 부르짖고 변화의 물결에 뒤지지 않기 위해 핀테크 랩을 운영하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수익원이 이자수익이나 위탁 수수료 등 단순한 구조에 치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여전한 가운데 시끌벅적한 디지털 변혁의 발걸음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경영자들은 늘 불안하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뱅킹(banking)인가, 뱅크(bank)인가?”하는 물음에 가슴이 떨리고, 간편 결제로부터 송금업무를 거쳐 각종 금융상품 판매, 투자 분석 등으로 진화하는 핀테크 업체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마음은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하다. 불편함은 밑바탕에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확실성과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무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협력과 시너지의 길은 멀고 비금융업체들은 금융 업무를 잠식하고 있는데, 각종 규제로 인해 금융은 비금융업 진출이 여의치 않으니 앞마당을 내어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은행 업무의 90% 이상이 사람과 마주할 일 없이 처리되고 있고, 챗봇과 로보어드바이저가 사람을 대신해 상담도 하고 투자도 조언해주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라고는 하지만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각종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대다수 인간의 일자리와 생각을 빼앗을까 두려워지는 세상이기도 하다.

탈규격·탈규제·탈이념·탈권위의 4가지 궤도 이탈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영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경영자들은 과거의 일사불란한 일방적 명령이나 지시로서는 더이상 조직을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영자보다는 직원들이 더 전문적이고 뛰어난 시대다. 직원들이 스스로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이들을 자율적 주체로 인정하고 권한을 과감히 위임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경영이 필요하다. 기술 간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상황에서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조직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흔히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실패의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축적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핵심 역량이 길러진다고 한다.

그러나 단기적 성과에 따라 자리를 보전하게 되는 경영자들이 이러한 축적의 시간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혁신 투자에 대하여는 일정 허용 범위를 설정하여 실수를 용인하고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을 돕는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영자는 복잡성이 심할수록 단순화를 지향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경영자들은 뭐라도 하려고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가 복잡성(complexity)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특히 위계질서와 관료주의 전통이 심한 기업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복잡성에 빠지면 본질적이지 않은 일에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다가 궁극적으로는 시장 경쟁력이 저하된다. 따라서 경영자는 생각과 행동을 단순하고 일관되게 보여주어야 한다. 리더의 행동방식이 조직 문화에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경영자가 제대로 변화나 기술을 알지 못하고 부하직원들에게 의존하다 보면 ‘주인과 노예의 역설’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생각하면서 제대로 변화를 선도하여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변혁을 이끄는 리더의 운명이며 자격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박결, 손 무슨 일?
  • 승자는 누구?
  • 사실은 인형?
  • 한라장사의 포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