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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뭔가 엄청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외계생명체가 도시건물을 잠식하는 중이다. 줄에 매달아 끌어올리고, 한몸처럼 옭아맸으며, 전체를 긴밀하게 연결했다. 마치 연필로 그려낸 듯 섬세한 먹선으로 뽑아낸 이 장면은 작가 이승현(45)의 붓끝에서 나왔다.
작가는 자유로운 연상만으로 미지의 형상을 그려내는 드로잉작업을 한다. 주인공은 외계생명체. 처음엔 명화 속 인물을 건드렸고, 체스판·바둑판 같은 격자 위에서 영역싸움을 해댔더랬다. 이젠 도시로, 거리·쇼핑센터·수영장 등에 진출한 모양새다.
어차피 일상은 질서와 무질서, 안정과 불안, 익숙함과 낯섦의 연속이지 않느냐는 거다.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래에 대한 경고라고나 할까.
14일까지 서울 마포구 동교로17길 스페이스소서 여는 개인전 ‘비욘드’(Beyond)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먹. 209×148㎝. 작가 소장. 스페이스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