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이 甲인 독점 공기업…경쟁체제 만들어야 갑질 근절

LH 등 7개 공공기관 모범 관행 만들어 확산 전파
근본적 해결책 아냐..공기업 독점 깨야 갑을 쳥산
  • 등록 2019-07-10 오전 1:16:34

    수정 2019-07-11 오전 9:31:05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보고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7.9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 공정경제의 주요 과제로 공공기관의 갑질 해소에 집중한 것은 공공기관 업무영역이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다 상당수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어서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 공공기관의 전체 자산규모는 811조원으로 전 산업 자산 총계(4850조원) 대비 16.7%에 달한다. 공공기관은 토목, 주택 등 공공사업의 발주자, 전기·수도 등 공공서비스의 공급자, 공항·항만 등 주요 공공시설의 소유자다. 수많은 협력·하도급업체 또는 소비자·임차인들과 거래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갑질’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의 갑질을 개선할 경우 시장의 불공정관행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기관이 갑질 근절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경우 민간시장에서도 모범 거래가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다.

7개 공공기관 모범 관행 만들어 확산

정부는 우선 7개 대표선수를 선정해 모범거래 관행(베스트 프랙틱스)을 뽑아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자사의 귀책 사유로 입주 예정일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입주자의 계약 해지가 가능한 입주 지연 기간을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했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임차인이 시설 개선공사의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했으나 안전이나 위생과 관련한 공사는 공항공사가 비용을 적극 부담하기로 했다.

공영홈쇼핑의 경우 현재 매출과 상관없이 부과되던 ‘정액제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고 매출에 연관해 부과하는 ‘정률제 수수료’ 체계로 바꾼다. 민간홈쇼핑의 경우 정액제와 혼합제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를 통해 민간도 정률제 수수료 방식으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협력업체 갑질 거래관행도 개선한다. 수자원공사는 계약금액의 기초가 되는 원가 산정을 할 때 최저가격보다는 평균가격을 적용하고, 한전은 자사의 책임으로 준공검사가 지연되면 이 기간을 지체일수에 산입하지 않기로 했다.

공기업이 주요 사업의 발주자인 만큼 민간기업의 불공정행위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부산항만공사는 협력업체의 하도급 관련 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신고가 들어올 경우 최대 300만원의 신고포상금을 지급하고,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입찰담합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쉽게 청구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손해배상제를 제기하더라도 입찰담합 손해액 산정이 어려워 법원에서 패소를 당하는 현실을 감안해 손해산정방식을 사전에 구체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외 공정거래 자율준수 시스템도 구축한다. 공사내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CP)를 도입하고 임직원 평가에 반영하고, 하도급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해 공공사업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하도급업체의 애로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미시조정에 그쳐..공기업 독점 해소해야

다만 정부의 이번 대책은 공공기관의 시장 독점에 따른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거래관행에 대해 미시조정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 갑질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고착화한 독점적 지위에서 발생한다. 독점 사업자인 만큼 부당한 요구를 해도 하도급업체들은 일감을 따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해서 공공기관과 민간과 경쟁구도를 만들면서 공공기관의 위치를 끌어내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정부가 경영평가 등을 통해 공기업을 통제할 수 있긴 하지만, 결국 시장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반드시 공기업이 할 분야를 제외하고는 민영화를 시키거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민간과 경쟁을 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공공기관의 독점 구조를 깨는 게 근본 해결책이라는 데 일부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대책은 독점지위는 인정하되 지위를 남용하는 분야를 개선하고, 공정거래 관행을 확산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