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역행한 文 정부…자율규제로 경제활력 되살려야”

[만났습니다]신현윤 한국경쟁포럼 회장①
“대기업규제법으로 변질된 공정거래법…형사처벌 과도”
“공권적 기업규제 벗어날 때…지배구조 기업이 판단해야”
“공정위, ACP 제도 도입하고 심결-조사 분리 고민할 때”
“시지남용·기업결합·부당공동행위 규제 등 역할 충실해야”
  • 등록 2022-04-05 오전 5:30:01

    수정 2022-04-05 오전 9:30:57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신현윤 한국경쟁포럼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정경쟁연합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기업 활동을 만기친람(萬機親覽)하듯이 일일이 감독하고 규제하면 결국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기업의 도전·혁신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법 시행 40년이 됐는데 아직도 대기업을 하나하나 규제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그대로다. 새 정부는 공권적 기업 규제에 의존하지 말고 자율규제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통해야 한다.”

경제법·공정거래법 전문가인 신현윤(67) 한국경쟁포럼 회장(연세대 명예교수)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만기친람’이라는 사자성어를 여러 번 썼다. ‘임금이 모든 정사를 보살핀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모든 것을 세세히 챙기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중요한 일을 그르치게 될 때 자주 쓰인다. 현 정부의 경쟁정책에 대한 비판이자 새 정부에 바라는 바가 ‘만기친람’이라는 사자성어에 녹아있다.

신 회장은 현행 공정거래법의 대기업규제가 각종 공시·신고·보고의무를 지나치게 부여하는 등 ‘규제를 위한 새로운 규제의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합리의 원칙이 아닌 당연위법으로 규제하는 정책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또 공정거래법상 질서위반행위와 범죄행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너무 많은 형벌 조항을 부과한 것도 개선할 부분으로 봤다.

그는 공정위의 조사기능과 심결기능이 명확히 분리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할 것으로 제안했다. 공정위가 1심 판결에 해당하는 권한을 가진 만큼 절차도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취지다. 또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정위 조사에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제도(Attorney-Client Privilege)의 도입도 촉구했다.

다음은 신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문재인 정부 5년 공정경제 정책을 평가한다면.

△경제법·공정거래법 분야에서 40년 가까이 있었으나 문재인 정부처럼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정부는 못 본것 같다. 선거 공약이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했었는데 이는 결국 조그마한 것까지 모두 국가가 관여하겠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성·연성 권력을 모두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에 절대적 가치를 두고 각종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反)대기업, 반(反)시장 정서에 편승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법률적 기초로 되는 ‘사적 자치의 원칙’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기업 활동을 구속했다.

-대기업집단 규제가 과도하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나 경영권승계 문제까지 공정거래법이 관여해야 하는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기업집단 자산총액이 GDP의 0.5%에 달하게 되는 것이 경제력집중의 과도성을 나타내는 기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GDP 0.5% 넘으면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 대기업집단 규제의 상당 부분은 시행령을 통해 기존 규제의 실효성을 감시하는 수단으로서 각종 공시·신고·보고의무로 이어진다. ‘규제의 편익’을 넘어 어느 순간부터 ‘규제를 위한 새로운 규제의 양산’, 즉 규제의 피라미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경쟁보호법’으로서 본래의 특성을 넘어 ‘대기업집단규제법’으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대기업집단의 경영승계를 사회적 해악으로 단정하고, ‘합리의 원칙’에 따라 해석되어야 할 내부거래를 ‘당연위법의 원칙’으로 규제하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경제를 선악의 개념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윤석열(왼쪽 네번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공정거래법에 형사처벌 조항이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에서 형벌조항을 정비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질서위반행위와 범죄행위에 대한 구분이 분명치 않다. 신고나 공시 위반 같은 질서위반행위까지 형사제재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과잉범죄화 소지가 다분하다. 독일 경우 행정범과 형사범을 구별해 질서위반행위는 과징금 부과와 같은 행정청 처분으로 사건을 종료하고, 담합 같은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형법에 규정을 두어 검찰에 의한 형사처분으로 이어지게 한다.

-지주회사체제는 앞으로도 바람직한 지배구조인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주식 의무소유비율을 상향함으로써 그동안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해온 정부 정책의 지속성과 신뢰성을 저하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또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편이 사실상 차단됨으로써 기존 지주회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의 성과와 가치를 높이는 의사결정 시스템이어야 한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법의 테두리를 정할 필요가 있으나, 그 선택은 기본적으로 기업 스스로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플법은 필요하다고 보나.

△플랫폼은 굉장히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 획정이나 경쟁제한성 판단이 쉽지 않다. 일률적이고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자칫 동태적 혁신, 다시 말하면 혁신적 시장의 형성과 기술개발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성급한 미래 예측적 규제를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이나 EU에서의 플랫폼 규제는 그 주요 타깃이 GAFA와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GAFA의 작년말 기준 매출액은 1452조원으로 한국 GDP의 73%다. 반면 국내 대표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작년말 기준 각각의 매출액은 아직 8조원 수준이다. 최소규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재계는 공정위 조사에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제도 도입을 요구한다.

△개정 공정거래법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절차적 측면에서 수범자의 권리 보호에 필수적인 비닉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ACP)의 도입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ACP란 변호사의 법적 자문을 받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의사교환 내용의 비밀을 보호하는 영미 보통법상의 기본적 권리다. 한국은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사업자와 변호사 간에 비밀로 주고받은 통신문서(면담·전화·전자메일 등의 내용을 기록한 물건 등)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접근해 실질적인 조력권이 상당히 훼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형법에 먼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한국과 같은 공정거래법 체계를 갖춘 일본에서도 형사, 민사에 앞서 먼저 공정거래법에 도입했다. 특히 기업들이 준법 경영을 위한 점검도 추후 증거로 쓰일까 우려해 법률자문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신현윤 한국경쟁포럼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정경쟁연합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정위 조직 개편이 필요하나.

△공정위가 시장경제 전체를 보고 정책적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외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치권이나 언론 등의 영향이나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정위가 독립한 전문행정기관으로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심결기능과 조사기능을 실질적으로 분리시키는 조직체계 개편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예산도 대폭 늘어야 한다. 공정위가 민간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교육이나 상담, 준법경영 프로그램(CP)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관치경제가 우려가 있다.

-새 정부 공정위는 어떤 역할에 집중해야 하나.

△‘을(乙)의 눈물을 닦아준다’는 이른바 갑을정책은 경쟁당국 본연의 역할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두 공정거래위원장 모두 공정거래법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차기 정부 공정위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기업결합 그리고 부당공동행위 규제에 집중해야 한다. 경쟁당국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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