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말로만 이혼거부 땐 유책배우자 이혼청구도 허용해야"

혼인유지 협조 의무를 이행할 의사 확인 필요
말과 행동, 태도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혼인계속의사 없다면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가능
  • 등록 2022-07-13 오전 6:00:00

    수정 2022-07-13 오전 6:00:00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후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말로만 이혼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유책배우자(혼인 관계가 파탄하게 된 데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한쪽 배우자가 밝힌 혼인계속의사가 잘못된 기록(오기)이나 보복적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2010년 결혼한 30대 후반의 부부는 그해말 딸을 하나 낳았지만 크고 작은 갈등을 겪어 왔다. 그러다 2016년 남편이 이를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갔고 아내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 그러나 1심은 남편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남편의 청구를 기각했다.

남편은 이혼소송 제기 후 계속 별거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딸 양육비를 아내에게 지급하고 아내와 딸이 거주하고 있는 본인 명의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 채무도 변제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딸을 만나려면 먼저 집으로 들어와야만 한다’고 고집했다. 남편은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부부 사이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남편은 2019년 다시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아내는 소송 과정에서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2심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남편의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남편이 1심에서 패소한 뒤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혼인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아내는 이혼의사가 절대로 없다고 밝히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원심의 심리가 미진했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와 허용할 수 없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의 판단기준이다. 혼인계속의사의 구체적 판단기준과 판단방법 역시 또 하나의 쟁점이다.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보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는 예외다.

대법원은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그가 표명하는 주관적 의사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혼인생활의 전 과정 및 이혼소송 진행 중 드러난 상대방 배우자의 언행과 태도를 종합해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혼인계속의사를 판단할 때 말과 행동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또 남편이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과거 이혼청구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더라도 아내가 남편의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거나 이미 혼인관계가 와해돼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협의이혼도 불가능해졌다면 남편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하는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의 판단기준과 판단방법을 처음으로 구체화해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이 이혼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 그 배우자가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함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너무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뿐 적극적으로 인용하라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유현주 '내 실력 봤지?'
  • "폐 끼쳐 죄송"
  • 탕웨이, 무슨 일
  • 아슬아슬 의상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