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하는 국립예술단체들 한곳에 모으는 전용공간 필요"[만났습니다]

[박인건 국립극장 극장장 인터뷰]②
국립예술단체들, 전용극장 없이 활동 중
한국자유총연맹 부지 매입 등 방안 제시
문화예술 기관장 임기제, 융통성 있어야
남산 이전 50주년 기념 대규모 공연 준비
  • 등록 2023-08-02 오전 5:47:50

    수정 2023-08-02 오전 5:47:5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박인건(66) 국립극장 극장장이 지난 3월 취임 이후 중점을 둔 업무 중 하나는 국립예술단체 기관장 및 관계자들과의 모임이었다. 내년 개관하는 파주 무대예술지원센터의 활용 방안을 국립극단,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서울예술단, 국립정동극장 등과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단체 중 일부는 과거 국립극장 소속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재단법인화를 통해 국립극장에서 분리됐다. 현재 국립극단, 국립정동극장을 제외하고는 예술의전당 공간 일부를 임대해 운영 중이다.

박인건 국립극장 극장장이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박 극장장은 국립극장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이들 국립예술단체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박 극장장은 “국립예술단체가 ‘국립’의 이름에 맞는 단체가 되려면 각자 집(전용극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었던 김의준 전 대표가 외국의 다른 국립오페라단들을 만나면 ‘너희는 극장에서 1년에 오페라를 몇 번 공연하냐’는 질문을 받았대요. ‘우리는 극장이 없다’고 하니 ‘극장도 없는데 어떻게 국립오페라라 할 수 있냐’고 반문하더랍니다. 국립극장이 해야 할 일은 국립예술단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극장장은 그 방안 중 하나로 국립극장 맞은편 한국자유총연맹 부지 매입을 제시했다. 박 극장장에 따르면 이 방안은 과거에도 한 번 추진됐으나 성사는 되지 못했다. 박 극장장은 “이 방안이 성사된다면 ‘국립’이란 이름에 걸맞은 훌륭한 ‘문화 타운’이 생기는 것”이라며 “‘K컬처’를 전 세계에 알리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지금, 이러한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진정한 문화강국을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극장장은 국립극장 이전에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충무아트센터, 경기아트센터, KBS교향악단, 부산문화회관, 대구오페라하우스 등의 대표직을 두루 거쳤다. 국내 대표 공연장 및 공연예술 기관 수장을 역임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오히려 창피한 일”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문화예술기관이 해외처럼 지속성을 갖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담긴 답이었다. 문화예술 기관장 임기제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고, 감사한 일이죠. 다만 한국에서 문화예술기관의 수장은 지자체 등 각 기관을 관할하는 수장의 정치적인 색깔에 따라 너무 자주 바뀌는 분위기도 없지 않습니다. 임기제를 유지하더라도 기관장이 일을 잘하면 더 오래 할 수 있고, 일을 못 하면 3년 임기를 채우지 않더라도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 극장장 취임 후 국립극장에 생긴 변화 중 하나는 소속 예술단체 수장의 명칭 변경이다. 그동안 국립국악관현악단·무용단·창극단 수장을 ‘예술감독’으로 불렀는데, 박 극장장 취임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를 거쳐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명칭을 바꿨다.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책임감과 권위를 높였다는 것이 박 극장장의 설명이다. 박 극장장은 “각 단장에게 리더의 역할과 책임을 해달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국립극장은 올해 남산 이전 50주년을 맞이한다. 1950년 부민관(현 서울시의회 의사당) 자리에 창설됐고, 한국전쟁 이후 1957년부터 명동예술극장으로 옮겼다가 1973년 현재의 장충동 남산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국립극장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속 예술단체들은 물론 외부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까지 300여 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공연 ‘세종의 노래’를 오는 12월 29~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박 극장장은 “세종대왕이 쓴 ‘월인천강지곡’을 바탕으로 하는 음악극으로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있는 한국 사회에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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