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투자 바이오업체,신약판권 대웅에 넘긴 까닭

한미약품, 크리스탈에 200억 지분투자·신약 개발·판매 우선권
크리스탈, 신약 '아셀렉스' 허가받고 판권은 대웅에 부여
한미, 유사 제품 보유 등 시장환경 변화로 판매 포기
  • 등록 2015-02-16 오전 3:00:00

    수정 2015-02-16 오전 3:0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한미약품은 지난 2008년, 2009년 총 201억원을 바이오업체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에 투자, 이 회사의 2대주주에 올랐다. 크리스탈의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한미약품은 지분 투자에 대한 보상으로 크리스탈이 개발한 신약에 대한 우선 판매권을 확보했다.

크리스탈은 연구를 매진한 결과 지난 5일 ‘아셀렉스’라는 진통제를 국산신약 22호로 허가받았다. 하지만 이 약의 국내 판매권은 한미약품(128940)이 아닌 대웅제약(069620)으로 넘어갔다.

크리스탈은 왜 대웅제약에 신약의 판권을 넘겼을까. 크리스탈 측은 “당초 한미약품과 판권 협의를 했지만 한미약품이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미약품과 크리스탈이 협력 관계를 중단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실제로 양사간 관계가 제휴 당시보다 우호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이 판매 파트너가 바뀐 결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아셀렉스는 체내에서 염증·통증 및 체온상승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라딘’의 형성에 작용하는 2가지 효소(콕스-1, 콕스-2) 중 콕스-2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소염진통제다. 가장 많이 팔리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NSAIDs)의 소화관계 부작용을 개선한 약물로 평가된다.

아셀렉스와 같은 계열의 약물은 화이자의 ‘쎄레브렉스’가 유일하다. 쎄레브렉스는 국내에서 연간 약 6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제품이다. 아셀렉스의 경쟁약물이 쎄레브렉스인 셈이다. 아셀렉스는 쎄레브렉스와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통증, 신체기능, 전반적 상태 등 치료효과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대웅제약과 신약 ‘아셀렉스’의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회장
한미약품이 아셀렉스 판매를 주저한 가장 큰 이유는 개량신약 ‘낙소졸’ 때문이다. 한미약품이 자체개발해 지난 2013년 발매한 낙소졸은 NSAIDs 약물인 ‘나프록센’과 항궤양제 ‘에스오메프라졸’을 결합한 약물이다. 한알에 진통제와 위장약을 넣어 위장관계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한 약물이다.

쎄레브렉스와 약물 작용기전이나 성분은 다르지만 시장 타깃은 겹친다. 한미약품 입장에선 잘 팔리는 낙소졸을 두고 굳이 유사한 신약을 판매 수수료를 지급해가면서 장착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쎄레브렉스가 오는 6월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한미약품은 국내제약사 40곳과 함께 쎄레브렉스 제네릭을 허가받고 발매 시기만 기다리고 있다. 효과가 유사하다면 낯선 아셀렉스 대신 익숙한 쎄레브렉스 제네릭 판매를 선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대웅제약은 아셀렉스와 중복되는 제품이 없다는 이유로 판권을 가져갔다. 더욱이 대웅제약은 주로 MSD,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을 판매한 경험이 많다. 일양약품이 개발한 백혈병치료제 ‘슈펙트’도 대웅제약이 판매 중이다.

결국 한미약품은 신약개발 가능성을 보고 거액을 투자했지만 시장 상황의 변화로 판권은 포기한 셈이 됐다. 다만 크리스탈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13일 크리스탈의 종가 1만4100원을 적용하면 한미약품의 크리스탈 주식 평가액은 271억원으로 투자금을 훨씬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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