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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등 행동주의 펀드, 적극 움직임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정기 주주총회 주주총회소집공고를 공시한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주주 제안은 82건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4곳(33건), 코스닥 16곳(49건)이다. 소집공고는 주총 2주 전까지 공시해야 하는 만큼 주주 제안은 마무리 단계로, 지난해 31개 상장사에서 120여건이 넘는 주주제안이 상정된 것과 비교하면 감소했다. 하지만 이 중 17건(20.7%)은 기관 투자자의 주주 제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진칼(180640)은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일부 변경의 건 등을 두고 KCGI(이른바 강성부 펀드)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와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한진칼은 시장과의 소통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한진의 조현민 사장 선임은 과거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회귀를 의미한다”는 것이 KCGI 측의 입장이다. 이달 초에는 서울중앙지법에 주주총회의 소집절차나 결의방법의 적법성에 관한 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검사인 선임을 신청하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과 신도리코(029530) 등도 기관 투자자들이 제안한 안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29일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이 참여연대를 통해 제안한 ‘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의 건을 두고 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APG의 정관변경 요구안을 일부 수용하되 해당 건의 도입은 거절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측은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폭넓게 넓히는 역할을 하는 도구”라면서 권고적 주주제안을 강조하고 있다.
“가결 쉽지 않겠지만, 점진적 변화 기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오는 31일 에스엠(041510)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라이크 기획을 문제 삼으며, 신규 감사선임을 주주제안했다. 얼라인 측은 대주주 지분 매각을 성사시키고 인수합병(M&A) 이후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독립적 주주 제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개 주주서한, 카카오 인수설에 대한 입장문 발표, 전자위임 앱 등을 이용해 소액 주주와 적극 소통하고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285130)에 대해 SK바이오사이언스 물적 분할로 가치가 훼손됐다면서 공개 주주 서한 등으로 압박했다. 지난 15일에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권유 제안을 공시, 일부 안건에 대한 반대 의사 투표를 요청했다. 싱가포르 행동주의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 또한 지속적으로 SK케미칼에 주주 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결된 사례가 드문 만큼 지분을 따져보면 표 대결이 쉽지 않으나 기업 입장에서 기관의 주주행동은 분명히 부담”이라면서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이 같은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기업들도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VIP자산운용이 일반투자로 지분 보유목적을 공시하고 주주서한을 발송한 아세아(002030)와 아세아시멘트(183190)는 주주총회소집 결의에 앞서 주주친화정책을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