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표차 낙선·공천이 곧 당선…`승자독식` 선거제도 고쳐야

[아듀 87년체제]
1등만 당선시키는 소선거구제 폐해 극복해야
지역주의 심화, 거대 양당 체제의 공고화 등 부작용
권역별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대안…정치권 결단 관건
  • 등록 2023-01-04 오전 5:25:00

    수정 2023-01-04 오전 5:25:00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2000년 16대 총선 당시, 경기 광주군 지역구에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문학진 후보는 반대 진영의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에게 단 3표 차이로 밀리며 낙선했다. 이는 역대 총선 사상 가장 적은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기록으로 남아 있다.

영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소선거구제는 우리나라에선 1948년 5월 제헌 국회를 구성하는 첫 총선 때부터 시행했다. 중간에 1973년 제9대부터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2인 중선거구제를 채택했으나,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는 다시 소선거구제가 도입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오로지 1등만 당선시키는 소선거구제의 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수대표제`로도 불리는 소선거구제는 2·3위 득표는 사표가 되는 ‘승자 독식’ 방식으로,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거대 양당 체제를 공고화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는 소선거구제에선 거대 양당 체제가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소선거구제에서 유권자들은 `사표 방지 심리`가 생기는데, 그 결과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가 쏠리면서 군소정당의 후보는 선택지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과거 남북 대치·권위주의 정권 등 상황에서 후보들은 당선을 위해 지역주의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고, 양당 체제와 지역주의가 결합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의석수를 싹쓸이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영·호남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무소불위 공식이 통하는 곳이 됐고, 오랜 악순환 탓에 정작 중요한 `정책 경쟁`은 사라진 지 오래다.

물론 소선거구제에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선거 비용이 절약됨은 물론, 출마 후보의 지역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다. 이에 소선거구제의 장점을 살리되,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사표를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의석수 분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긴 했으나, 300석 중 47석에 불과해 그 효과는 미미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득표의 비례성을 반영해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를 최대한 일치시킬 수 있는 제도들이 꾸준히 거론된다.

전국을 5~6개 정도의 권역으로 나눠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비례)를 배정, 그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대표적이다. 전국 단위 명부에 따라 비례대표가 정해지는 현 비례대표제에서는 특정 정당이 강세인 지역에서 약세 정당은 불리하다. 그러나 권역별 정당득표에 비례해 의석이 배분된다면 보수당은 호남, 진보당은 대구·경북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있기에 지역주의를 해결할 수 있다.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대표를 선출해 일정한 득표수를 차지한 여러 사람을 당선자로 두는 중·대선거구제, 소선거구에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를 통해 구제할 수 있게 하는 선거제도인 석패율제 모두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건은, 선거철마다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정치개혁을 주장하면서 선거만 끝나면 조용해지는 현상을 반복하는 정치권의 결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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