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인공고기 햄버거, 알약만 한 내시경… 100세 시대 ‘웰빙’ 선도하라

MIT 테크놀로지 리뷰, 올해 첫 외부인사 빌 게이츠에 의뢰해 선정
빌 게이츠 "장수하는 인류의 기술 초점은 '웰빙'으로 바뀌는 중"
  • 등록 2019-03-27 오전 5:00:00

    수정 2019-03-27 오전 5:00:0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해 11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기술고문인 빌 게이츠가 중국 베이징에서 인분(人糞)이 든 유리병을 들고 나타났다. ‘재발명 화장실 엑스포’에 연사로 참석한 빌 게이츠는 유리병을 가리키며 “이 안에는 200조 개 이상의 로타바이러스와 10만 개의 기생충 알이 들어 있다”며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일어나는 질병과 사망으로 매년 50만 명의 아이들이 설사, 콜레라, 장티푸스로 죽어가고 전 세계가 223억 달러(약 25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는 이 연설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자가발전을 하거나 배설물을 화학 분해해 깨끗한 물이나 전기, 비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자급자족형 친환경 화장실 기술을 소개하며 “이 기술은 거의 200년 만에 가장 중요한 위생학적 발전이며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소형 캡슐형 장기 검사기. 그래픽=MIT 테크놀로지 리뷰.
“장수하는 인류의 기술 초점은 웰빙으로 바뀌고 있어”…빌 게이츠, 10대 혁신 기술 선정

이 기술은 빌 게이츠가 선정한 올해 10대 혁신 기술 중 하나다. 지난 2001년부터 매년 10대 혁신 기술을 선정하는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올해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빌 게이츠에게 기술 선정을 의뢰한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올해의 10대 혁신기술은 △손재주가 뛰어난 로봇 △차세대 원자력 △조산 예측 △소형 캡슐형 장기 검사기 △맞춤형 항암 백신 △인공고기로 만든 햄버거 △이산화탄소 포집기 △손목형 심전도 측정기 △하수도 없는 위생시설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 비서다.

빌 게이츠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10대 혁신 기술 선정 배경에 대해 “지난 1913년 34세였던 인류 기대 수명은 1973년 60세를 넘어 이제는 71세”라며 “인류의 장수로 이제 초점은 웰빙(well-being·삶의 질)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의 10대 혁신기술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과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 웰빙·생명연장 등의 기술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한국연구재단 한 관계자는 “올해 10대 혁신기술로 선정된 기술들을 큰 틀에서 보면 기존 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맞춤형 기술, 장수 시대를 대비한 웰빙 기술 및 지속가능 기술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다양한 분야의 축적된 역량을 통합해 현재의 최첨단 기술을 현실에 더 적합하고 더 정밀하게 그리고 더 개인 맞춤형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술, 더불어 지속가능하며 공평한 기술의 활용을 추구할 수 있는 기술이 선정됐다”고 말했다.
큐브 맞추는 손재주가 뛰어난 로봇 기술. 그래픽=MIT 테크놀로지 리뷰.
큐브 맞추는 로봇 손, 조산 예측, 소고기 없는 햄버거…‘생명연장’, ‘지속가능성’ 관련 기술 대거 선정

우선 현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어려움들에 대응할 수 있는 ‘손재주가 뛰어난 로봇’이 혁신기술로 뽑혔다. 이는 로봇이 다양한 현실 상황과 물리적 환경에 대한 자가 시뮬레이션 훈련 등을 통해 정밀하고 유연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빌 게이츠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비영리 인공지능(AI) 회사인 오픈AI의 ‘댁틸(Dactyl)’을 예로 들었다. 댁틸은 식탁 위 컵을 집거나 놓는 정도의 단순한 동작을 따라하던 지금까지의 로봇 손기술을 넘어 큐브 퍼즐을 맞추는 등의 복잡한 손동작도 따라할 수 있다. 오픈AI 외에도 카네기멜론 대학(Carnegie Mellon Univ.), 미시간대학교 ( Univ. of Michigan) 등에서 이와 관련한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며 구현 시기는 향후 3~5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빌 게이츠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술을 꼽았다. 미국 원자력 업체 누스케일파워는 지름 2.7m, 높이 20m의 소형 원자로를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전통적 원자로처럼 핵연료를 한 군데 집중하지 않고 10여 대의 소형 원자로로 나눠 전력을 생산한다. 문제가 있을 경우 해당 원자로만 수리하거나 해체할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훨씬 안전하다. 다만 이 기술은 일러도 오는 2030년 이후에 구현될 전망이다.

조산 예측은 혈액 속의 무세포 DNA와 RNA를 통해 임신부의 조기출산 위험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1500만 명의 조산아가 태어나고 있으며 이는 5세 미만 영유야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퀘이크(Quake) 교수는 이 기술이 5년 이내에 현재의 혈액 검사를 넘어 10달러 이하의 간단하고 신속한 측정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이 개발한 캡슐(알약)에 든 장 진단기기도 혁신기술로 선정됐다. 일반 알약처럼 생긴 캡슐을 환자가 삼키면 소화관 표면 영상 등을 전송하고 재사용도 가능하다. 현재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 중이며 올해부터 영아 대상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맞춤형 암 예방 백신은 각 종양마다 독특한 돌연변이를 파악해 신체의 자가 면역체계를 자극함으로써 암 세포만 파괴하는 맞춤형 백신이다. 건강한 세포에도 큰 타격을 주는 기존 화학요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쓰이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처럼 독일 회사인 바이오엔텍(BioNTech)은 구강암·후두암 등 10개 암에 대한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소고기 없는 햄버거. 그래픽=MIT 테크놀로지 리뷰.
소고기 없는 햄버거는 소고기의 맛은 물론 영양까지 유사한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한 햄버거다. 실험실에서 배양·재배한 인공고기로 실제 고기를 대신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육류 단백질 1파운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식물성 단백질의 4~25배 물과 6~17배의 토지, 6~20배의 화석연료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개발 중이다. 이 연구를 수행 중인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Maastricht University)은 내년까지 일반적 육류 햄버거와 유사한 가격의 실험실 재배 햄버거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CO2)포집 기술은 환경 문제와 함께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기술이다. UN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위험을 막기 위해 금세기에만 1조 톤의 CO2 제거가 필요하다. 게이츠가 투자한 캐나다 환경 스타트업 회사인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은 하루에 약 1톤의 CO2를 모아 연료로 재활용하는 시설을 운영 중이다. 수백 개의 거대한 팬을 돌려 CO2를 모은 뒤 물에서 추출한 수소와 화학 반응해 가솔린과 같은 합성 연료를 생산한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CO2 포집 기술을 실증 실험한 결과 CO2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게이츠는 뇌졸중·심장마비 등의 전조증상 모니터링을 위한 손목에 차는 심전도측정 기술도 혁신기술로 꼽았다. 이와 관련 지난 2017년 미국의 의료기기 업체 얼라이브코어(AliveCor)가 개발한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 카디아밴드(KardiaBand)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의 의료기기 승인을 받아 이후 애플의 애플워치4에 적용됐다. 하지만 현재는 완벽한 기능을 구현하기에는 제한적인 개수의 센서를 사용하고 있으며 기술 수준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또 게이츠는 사회의 궁극적 목표로 ‘자아실현’을 꼽으며 이를 구현할 기술로 말하기 쓰기 등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AI 비서를 혁신기술로 선정했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 비서로 인해 더 가치 있는 곳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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