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샤갈·바스키아는 시작였을 뿐…50년 '최초·실험'은 계속된다

갤러리현대 50주년 특별전 '현대 50' 2부
김환기·박수근·이중섭 앞세웠던 1부 전 이어
박현기·이승택·곽덕준 등 실험미술가들 나서
미로·인디애나·쩡판즈 등 국내 데뷔 길 열고
강익중·김민정 등 국내외 발판된 '역사' 짚어
  • 등록 2020-07-06 오전 4:05:01

    수정 2020-07-06 오전 4:44:20

강익중의 설치작품 ‘내가 아는 것’(2020·왼쪽)과 최우람의 설치작품 ‘하나’(이 박사님께 드리는 답장·2020)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서 연 50주년 특별전 ‘현대 50’ 후반부를 기념하는 상징처럼 나섰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세월은 가고 사람만 남았다. 아니 작품도 남았다. 어차피 시간이야 떠나보내야 하는 거고, 붙들 수 있는 건 사람이고 또 그들의 분신일 테니. 이제 와 돌아보니 가는 세월만 탓할 게 아니었다. 1970년 서울 종로구 관훈동 7번지, ‘인사동 사거리’라 부르던 그곳에 2층짜리 대리석 벽돌건물로 시작한 흔적이 이리도 진하지 않은가. 1975년 심청로(사간동)로 이전하며 5주년을 맞았고 1995년에 신관을 신축하며 25주년을 열었다. 그러곤 이제 50년이 꽉 찼다. 800여회의 전시, 400여명의 작가가 붓으로, 정으로, 퍼포먼스로 새긴 ‘기록’은 그렇게 쓰였다. 한국근현대미술사 50년도 그렇게 쓰였다.

갤러리현대가 지난 반세기 세월 중 후반부를 정리했다. 50주년 특별전인 ‘현대 HYUNDAI 50’의 두 번째 편이다. 지난 4∼5월 전반부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그 자리에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작품을 오버랩했다.

박현기의 ‘비디오 돌탑’(1978·왼쪽)과 ‘무제’(TV시소·1984/2016) 뒤로 회화 ‘무제’(1993∼1994)가 걸렸다. 박현기는 돌·나무·흙 등에 TV·거울·유리 등을 병치해 관념적이고 독보적인 한국의 비디오아트세계를 열고 이끌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전반부 전시가 변관식·도상봉·이응노·남관·김환기·박수근·이중섭·유영국·천경자·윤형근·백남준·김창열·박서보·이우환 등등, 감히 나열하기에도 벅찬 역사였다면, 이번 후반부엔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흐름이 보인다. 박현기(1942∼2000), 이승택(88), 곽덕준(83), 이건용(78), 이강소(77), 강익중(60), 김민정(58), 유근택(55), 최우람(50) 등 한국작가 16명(팀), 헤수스 라파엘 소토(1923∼2005), 프랑수아 모를레(1926∼2016), 로버트 인디애나(1928∼2018),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79), 쩡판즈(56), 이반 나바로(48) 등 해외작가 13명이 내놓은 70여점이 도도하게 꽂혔다. 전반부가 과거의 영예였다면 후반부는 현재의 지표고, 또 미래의 과제라고 할까.

갤러리현대 50주년 특별전 ‘현대 50’ 후반부 전시 전경. 아이 웨이웨이가 반려묘의 플라스틱 장난감을 중국 장인의 전통 가구생산방식으로 재탄생시킨 나무조각 ‘F 사이즈’(2011)와 ‘무제’(2010) 뒤로, 오른쪽부터 로버트 인디애나의 ‘AMOR’(1998),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무제’(2010) 두 점, 헤수스 라파엘 소토의 ‘양면성-11’(1981) 등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칼더·라우센버그·나바로…해외거장 연이어 국내 소개

1980년대에 들어, ‘현대화랑’이란 이름을 내리고 ‘갤러리현대’란 새 간판을 올리던 그즈음(1987년 명칭을 바꿨다)과 맞물려 한국화단에는 결정적인 변화가 생긴다. 해외작가의 등장이다. 그 이전까지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바다 건너 작가들이 연달아 출현했는데. 그 흐름을 주도하는 중심에 갤러리현대가 있었다. 1981년 3월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 전은 신호탄이었다. 판화와 드로잉·구아슈 등 50점을 걸고 20세기 초현실주의 거장이 뿜어내는 이국적인 조형과 색채를 알렸더랬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 전을 열었고, 프랑스회화의 아버지 ‘조르주 브라크’, 모빌의 원조인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도 함께 소개했다. 1983년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의 미술관급 전시에 이르러선 경지에 올랐다고 할까.

이반 나바로의 ‘별자리’(Constellations·2020). 나바로는 거울·네온사인·형광등 등을 소재로 영속하는 무한의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업을 해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비단 해외작가의 국내 데뷔뿐만이 아니다. 해외작가가 아시아에 또 한국에 첫발을 내딛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니까. 1997년 한국 갤러리 최초로 연 미국 작가 ‘장 미셀 바스키아’의 10주기 회고전이 그랬고, 2003년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인 ‘고타르트 그라우브너, 게하르트 리히터, 이미 크뇌벨’ 3인전, 2004년 미국 팝아트의 전설 ‘로버트 인디애나’ 전, 2006년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버트 라우센버그’ 전, 2007년 미국 신표현주의 화가 ‘줄리앙 슈나벨’ 전이 그랬다.

일찌감치 터를 닦은 ‘세계화’는 갤러리현대가 지금껏 놓지 않은 중요한 축이다. 그 단단한 줄은 이번 ‘50주년 전 후반부’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2011년 개인전을 열었던 ‘네온 아트’의 선구자 프랑수아 모를레가 20개의 네온튜브로 꾸민 ‘프리클리 파이 네온리 넘버2, 1=3도’(2001), 2012년 ‘말·이미지·욕망’ 전을 열었던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회화 ‘무제’(2010), 2014년 개인전을 연 이반 나바로의 입체회화 ‘별자리’(2020) 등이 나섰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미술계의 판도를 바꾼 중국작가 진출도 놓치지 않았던 터. 그중 2008년 개인전을 열었던 아이 웨이웨이는 나무조각 ‘F 사이즈’(2011)와 ‘무제’(2010)를, 2007년 전시로 획을 그었던 쩡판즈는 회화 ‘무제’(2011)를 보내왔다.

쩡판즈의 ‘무제’(2011). 음습한 배경에 가시덩굴이 엉킨 장면을 묘사한 작품은 중국의 급속한 현대화가 불러온 빛과 그림자를 투영하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화이트큐브 치고 나가는 실험은 계속된다

기라성 같은 해외작가를 대거 소환했다고 해도 역시 방점은 국내 작가들의 특별한 행보에 찍혔다. ‘한국의 실험미술가’란 타이틀이 선명한 5인이다. 돌·나무·흙 등에 TV·거울·유리 등을 병치해 관념적인 비디오아트세계를 구축한 박현기, 조각 소재에선 한참 벗어나는 고드랫돌·노끈·비닐 등으로 조각의 신기원을 연 이승택, 세계의 구조·질서에 ‘난센스의 미학’으로 답을 찾은 곽덕준, 신체·장소·관계 등 전위적인 설치작품을 선봬온 이건용, ‘생성과 소멸’이란 철학적 주제로 화랑에 주막을 열고 닭까지 들인 이강소가 그들이다. 결국 장르나 사조에 매이지 않은 그들을 화이트큐브에 들여 ‘공간적인 실험’을 해왔던 셈인데.

이들이 시대를 거슬렀던 작품들은 이번 전시에서도 세월을 역행한다. 알루미늄 파이프를 주재료로 삼은 이승택의 설치작품 ‘무제’(1982), ‘타임’ 표지에 실린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곽덕준의 연작 중 ‘오바와와 곽’(2009), TV수상기를 들고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을 촬영한 박현기의 ‘물 기울기’(1979/2018) 등이다.

곽덕준의 ‘오바마와 곽’(2009). ‘타임’ 표지에 실린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얼굴에 작가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연작 중 한 점이다. “세계와 나와의 관계가 결국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이 작업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지난 50년이 그랬듯 이미 다른 50년을 치고 나간 현재와 미래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문경원&전준호가 세운 설치작품 ‘이례적 산책Ⅱ: 황금의 연금술’(2018)은 그 상징일 거다. ‘도대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느냐’에 대해 묻고 답한 듯하니까. 작품은 부산에 버려진 폐선박의 잔해를 끌어다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촬영한 대형영상을 박아 완성했다.

‘원래 내 것은 하나도 없다’ ‘언제 드느냐보다 언제 놓느냐가 중요하다’ ‘사장이 착하면 직원들도 착하다’ ‘아무리 긴 시간도 지나면 순간이다’ 등등. 마치 현인의 지혜 같은 ‘철학’을 3×3인치 나무판에 한 자씩 넣어 거대한 달항아리 형상으로 조합한 강익중의 ‘내가 아는 것’(2020)은 갤러리현대의 50주년을 성찰하는 기념비처럼도 보인다. 잔칫집엔 마땅히 꽃 한 점도 들여야 할 터. 최우람의 대형신작 ‘하나’(이 박사님께 드리는 답장·2020)가 ‘열일’을 한다. 방호복을 소재로 제작한 무채색 꽃 한 송이가 서서히 피고 지는, 움츠러들었다가 끝내 다시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으니. 전시는 19일까지.

문경원&전준호의 설치작품 ‘이례적 산책Ⅱ: 황금의 연금술’(2018). 부산에 버려진 폐선박의 잔해를 끌어다가 일본 가나자와의 어느 빈집과 한국의 자동화한 식물공장을 오가며 촬영한 대형영상을 박아 완성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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