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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키도 가늠할 수 없는 노란 풀대가 찌를듯 솟았다. 한 치도 내디딜 수 없게 막아섰다. 여기가 어딘지 구분조차 안 된다. 그저 ‘색’만 보인다. 노랗게 변해가는 시간만 보인다. 저들도 한때는 초록의 절정기를 보냈을 터. 작가 김지선(34)이 마주했던 공간 그 어디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그곳’에서 얻어내려는 ‘어떤 것’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캔버스 작업 전 특정 공간에서 며칠간 일기처럼 사운드를 녹음하고, 영상·사진을 촬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니까. 그러곤 밑그림도 없이 공감각적으로 경험한 풍경을 재구성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결국 이렇게 남았나 보다. 거칠고 굵은 ‘색’이 추상으로 변해버린 ‘시간’을 타고.
9월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어딘가에, 아무데도’(Somewhere, No-Wher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30.3×162.2㎝. 작가 소장. 이유진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