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규제혁파①]암세포 같은 낡은 규제가 한국 경제 혁신 막는다

[신년기획]70년 전 제정된 상속세법에 우는 기업
  • 등록 2021-01-01 오전 5:00:00

    수정 2021-01-01 오전 5:00:00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새 밀레니엄이 시작된 후 20년 동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몰라 보게 변화했다. 인공지능(AI) 비서가 오늘 일정을 알려주고,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시대다. 그러나 2021년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기업 경영을 옥죄고 국민 생활을 제한하는 규제는 수십년째 그자리에 있다. 우리 사회의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낡은 법과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가 곳곳에 암세포처럼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50년에 제정된 상속세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납부해야 하는 징벌적 상속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고인이 유족에게 남긴 주식 가치는 총 18조원대인데, 50%의 상속세율과 20%의 최대주주 할증률 등을 적용하면 상속세는 11조원이 넘는다. 다른 나라는 상속세율을 낮추거나 없애는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70년간 4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웬만한 기업은 가업 승계를 포기하고 폐업으로 내몰린다. 반만년 역사의 대한민국에 100년 기업이 10개도 안 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상속세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975년 대가족 시대에 만들어진 특수관계인 규정은 40여년의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1962년 개정된 의료법에서 의사 등의 직접 진찰을 명시한 낡은 조항 한 줄은 오늘날 초연결 사회에서도 원격의료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수도권 공장총량제, 건설사의 건축설계 규제, 대형마트 영업 제한 등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가 불편을 초래하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사촌 지간에도 교류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8촌 이내 혈족 등을 친척으로 봐 특수관계인을 규정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며 “특히 무면허 의료행위가 횡행하던 1960년대에 만들어진 의료법의 직접 진찰 조항 때문에 새로운 산업인 원격의료가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새해를 맞은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년째 제자리인 낡은 규제는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번번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한국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규제나 비용 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거둬 주시고, 더 많은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시장에서 맘껏 뛸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호소한 것은 기업인들이 느끼는 절박한 심정을 잘 보여준다.

이데일리는 전경련과 공동으로 기획한 ‘낡은 규제 혁파’ 시리즈를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혁신에 제동을 거는 법과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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