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투운용 대표 "ETF는 반도체칩…운용계 테슬라 목표"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인터뷰①
2026년 ETF·TDF 기존 4위→3위 목표
AUM보다 '신뢰'…테마형→해외형→자산배분 공략
투자도 인문학…소비자가 원하는 답 만들어줄 것
  • 등록 2022-03-29 오전 6:20:00

    수정 2022-03-29 오후 3:52:43

[이데일리 이은정 김윤지 기자] “ETF(상장지수펀드)가 반도체 칩이라면 궁극적으로는 전기차가 목표입니다. 전체 펀드 시장에서 가장 성장 여력이 큰 ETF 시장에선 트렌드 순으로 테마형, 해외형에 이어 자산배분 솔루션이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패시브 상품으로 액티브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데 주력해 전체 자산배분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렇게 만든 신뢰로 무너지지 않을 운용자산(AUM)을 쌓고, 5년 내 유의미한 순위 변화를 이루겠습니다.”

한국에서 ETF 시대를 연 주역인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2000년 삼성자산운용에 입사하며 운용업계에 몸담은 그는 금융당국을 찾아다니며 국내 ETF를 첫 도입한 장본인이다. 2002년 10월 한국 첫 ETF ‘코덱스200’을 첫 선보였고, 이후에도 채권형 상품 등으로 ETF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2월엔 액티브 명가로 불리는 한투운용 수장으로 공식 취임해 패시브 혁신까지 불어넣을 전략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인터뷰
배 대표가 ‘패시브’ 외치는 이유

배 대표의 집무실로 들어서자 벽 하나를 덮은 화이트보드를 가득 채운 숫자들이 눈에 띄었다. 2026년까지의 사업부문별 구상들로 가득했다. 취임 후 5년 이내 전체 펀드, ETF, 타깃데이트펀드(TDF) 운용업계 점유율 순위를 4위에서 3위로 끌어올린단 목표다.

배 대표가 취임 이후 줄곧 “운용 트렌드가 액티브에서 패시브로 넘어갔다”며 패시브를 주안점으로 내세운 이유는 단순하다. ‘ETF 달인’인 만큼 노하우를 살리겠다는 의지도 있지만, 무엇보다 전체 펀드 시장에서 성장 여력이 가장 커 새 먹거리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투운용의 강점인 액티브를 꾸준히 살리면서 우선적으로 ‘빈 곳간’을 채우는 데 중점을 두겠단 것이다.

액티브는 펀드 매니저가 직접 운용하지만 패시브는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무엇보다 투자 아이디어, 즉 상품개발이 관건이다. 이에 당분간 ETF 트렌드로 떠오른 테마형, 해외형 순으로 공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메가 트렌드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에너지·데이터·신산업을 꼽으면서 그속에서 소비자를 승부처로 꼽았다. 배 대표의 책상에는 인문학, 사회학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책들이 쌓여있다.

배 대표는 “투자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며 “당장 인류에 놓인 당면 과제들로 중장기 테마가 이어질 전망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개발 측면에선 그중에서도 시장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2030세대들이 원하는 답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사업별 인력 확충에도 나섰다. 그는 “모든 사업의 축은 상품개발, 제조, 마케팅으로 이뤄지고 각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전통 사업에 강한 한투운용의 우수한 인력들과 함께 앞으로 확장시킬 사업들에 맞는 인력들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테마형→해외형→자산배분형 공략…고객가치 지향이 답”

다만 단순히 덩치(AUM)를 키우는 것이 해답이 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한투운용이 궁극적으로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이 되기 위해선 자산배분을 무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산배분 키워드를 23차례 언급했다. 이미 대형 운용사가 다양한 ETF들로 꽉 잡은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도 봤다.

그는 ETF를 ‘반도체’에 자산배분을 ‘전기차’에 비유했다. 배 대표는 “향후엔 ETF 단품 하나의 수익률보다 이를 여러 개 모아서 전체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반도체는 전기차에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는데 이들 칩 하나하나 성능이 미달이면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ETF들을 다양화해 전체 자산배분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수익률을 낸다면, 이는 투자자의 신뢰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용은 다른 금융업과 달리 고객의 자산이 들어온 순간부터 거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AUM을 쌓아봤자 신뢰를 쌓지 못하면 결국 사라지게 돼 있다. 고객가치를 지향해 자연스럽게 AUM 성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비즈니스 목표”라며 “ETF 시장도 커질수록 점차 자산배분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개인의 포트폴리오에서 자산배분이 가능한 펀드에 50~70%를 넣어서 전체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가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SG 시스템 개발해 ‘네거티브 스크리닝’…패시브형 TDF 목표”

아울러 그는 “ESG는 투자의 기본”이라며, 단순히 투자 트렌드를 쫓는 것에서 벗어나 내부적으로 조직·운용 문화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배 대표의 의사로 한투운용은 ESG 기준에 미달하는 종목을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 중으로 전체 운용에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배 대표는 ESG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종목을 포함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보다 더 효과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자체 개발 중인 TDF 역시 패시브형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인덱스 펀드, 인덱스 ETF를 담은 패시브형 TDF는 저비용 등이 장점이다. 배 대표는 “티로프라이스사가 액티브에 강하다면, 패시브에 강한 뱅가드와 같은 TDF를 만들고 싶다”며 “단기 수익률이 반짝 좋은 상품보다는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로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다.

배재규 대표는?

△1961년생 △연세대학교 졸업 △1989년 한국종합금융 △SK증권 △2000년 삼성자산운용(당시 삼성생명투신운용) △삼성운용 인덱스운용본부장, Passive본부장, Passive총괄, CIO 등 △2022년 2월~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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