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수술 간절한데 미뤄져..” 의사 없는 병원 현실화됐다[르포]

지방서 치료 못 받아 서울로 왔는데
전공의 사직에 치료 못 받을까 걱정
"환자 생명 담보 이익추구 지양해야"
  • 등록 2024-02-19 오전 5:50:00

    수정 2024-02-19 오전 6:50:33

[이데일리 이지현 이영민 기자] “당장 내일 대학병원에서 아이가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의사들 파업 때문에 일정을 6월로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회사 일정을 다 조정해둔 상태인데 난감합니다.” (아이의 수술을 앞둔 아버지)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이 언제 될지 모르니 대기하라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21일에 수술이면 19일에는 입원해야 하는데 입원 여부가 결정이 안 돼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암환자 카페 글)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가시화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 수술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는 주요 병원들이 선두에 서고 있어 당장 수술을 앞두고 있던 환자들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수술 늦어져 아이에게 무슨 일 벌어지면…”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병원 전공의들은 오는 19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병원 근무를 중단할 계획이다. 현재 빅5병원 전공의들은 2745명으로, 전체 전공의 1만3000명중 21%정도 수준이다. 이들이 실제 병원 근무를 중단할 경우 일부 외래 진료를 제외한 수술 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일단 ‘빅5’ 병원은 수술일정 축소에 나섰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는 이번주 정규수술 일정을 취소하고 응급환자만 받기로 했다. 현재도 전공의가 부족한데 그나마 있던 전공의마저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상황에 아예 수술 일정을 축소하고 나선 것이다. 의정부성모병원도 환자와 보호자에게 일부 수술 일정 연기를 통보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은 노심초사해 하고 있다. 대전에서 8개월 된 아이의 정기검진을 위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김서현(32)씨는 “파업하면 갈 곳이 없는 환자들에게 너무 가혹할 거 같다”며 “안 그래도 3~6개월을 기다리다가 오는 진료 순번이다. 진료가 미뤄지며 그 순번조차도 더 미뤄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의 상태 체크가 늦어져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암 수술을 받은 남편과 정기진료차 대구에서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을 찾은 이정신(46)씨는 “진료를 받고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며 “파업 우려가 없도록 의사단체가 정부와 더 상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 보호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조장하는 의사단체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3개월 만에 삼성서울병원 진료를 앞둔 환아 어머니인 윤인아(33)씨는 “우리 아이는 말도 못하고 어디가 아픈지도 표현하지 못하는데 제날짜에 진료를 못 본다고 하니 분통이 터진다”며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선서도 하지 않았나. 환자의 목숨을 볼모로 이렇게 하면 안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아이 손을 잡고 병원을 찾은 문정혜(42)씨는 “고령화 사회로 가면 아픈 사람이 얼마나 더 많아지겠느냐”며 “지금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데 나중에 아픈 사람들이 쏟아지면 그때는 어떻겠나.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지지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사람들이 출구표시를 지나치고 있다.(사진=이지현 기자)
의사들 하던 일 누가…병원 내 혼란도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는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등과 같은 병원 내 다른 직역에 짐이 지워지고 있다.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박희정씨는 “의사들이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를 다른 직역에서 나눠서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기존 업무에 의사의 업무까지 떠맡고 있어 벌써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언론홍보위원장을 맡은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마취과에서 마취를 해줘야 다른 과에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데 (전공의 사직으로) 예전처럼 수술실을 100% 가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술하는 과에 수술일정 축소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아마도 외래 환자에 대해서도 어떤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파업이 대학병원에선 이미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의료계와 100번 넘게 논의하고 필수 의료 투자를 약속했음에도 (의사단체가) 파업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의사단체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동맹휴업 결의가 예고된 상황에서 국민들 대부분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체로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85.6%는 “의협이 진료거부 또는 집단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에서도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가 76%에 달해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16%)는 응답을 압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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