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시각으로 본 야구규약 '무엇이 문제인가'(上)

  • 등록 2008-02-29 오전 11:50:06

    수정 2008-02-29 오전 11:53:25

▲ 지난 19일 열린 KBO 이사회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한국 프로야구 운영의 근간인 야구 규약이 법의 심판대에 오른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조만간 공정거래위원회에 야구 규약의 불공정성을 제소할 방침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제소가 아니라 신고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미 지난 2001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규약 개정을 명령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는 보류권을 비롯한 4개 항목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7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KBO는 문제가 지적된 항목을 거의 고치지 않았다. KBO와 구단은 공정위 결정이 프로야구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법이 바라보는 KBO 규약은 어떤 모순이 있는 것일까. 2001년 당시 공정위 판정을 기준으로 문제점들을 따져 보자.

▲공정위 지적 사항
2001년 공정위는 KBO 규약의 보류제도(55조), 일방적 트레이드(86,87조), FA제도(164조), 대면계약(30조) 등 4개 항목의 시정을 명령했다.
 
야구규약 55조는 '보류가 보류선수명단 공시년도의 다음 다음해 1월31일까지 계속됐을 때는 보류기간이 종료하며 그 보류선수는 임의탈퇴 선수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86,87조는 '구단은 보유하고 있는 선수와의 현존 선수계약을 참가활동기가 중 또는 보류기간 중에 타구단에 양도할 수 있다. 선수는 계약서에 이를 사전 합의해야한다'고 돼 있다.

또 164조(2001년 당시)는 잘 알려진 대로 자격 요건 10년이 지나야 보상권이 포함된 자유계약 신분이 되고 30조는 계약시 선수와 구단이 직접 협상을 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공정위는 위의 4가지 항목이 구단과 KBO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여 선수의 권리를 크게 제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위는 "KBO는 구단의 연합 조직이지만 그 구성원인 선수의 권익을 위해서도 힘써야 함에도 구단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으며 규약 개정도 선수들의 의사를 반영할 창구 없이 구단간의 합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보류권과 트레이드는 그동안 신성 불가침한 구단의 권리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법의 시각은 다르다. 프로야구의 특성상 구단이 선수에 대한 보류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현행 제도는 그 제한의 수준이 너무 과다하다는 것이다.
 
드래프트제도 하에서 선수는 프로 입문시부터 직업 선택의 자유가 사라진다. 스스로 구단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애초부터 얻지 못한다.
 
공정위는 드래프트 제도의 필요성은 이해한다 해도 이후 FA 자격 취득 연한이 너무 길고 트레이드시에도 선수의 선택권이 전혀 없다는 점은 심각한 권익 침해라고 규정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보류권은 인정되지만 FA 자격 취득 연한이 우리의 절반 수준이고 트레이드 거부권 등으로 구단의 재산인 선수의 이적 시에도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고 있다.  
 
특히 보류권의 소멸 부분은 구단과 선수가 계약 협상에서 이견이 클 경우 선수가 보호받을 장치가 없음(연봉 조정위원회가 있지만 구성은 KBO 총재 직권)에도 합의 실패 후 1년이 지난 뒤에도 임의탈퇴로 묶이는 것은 심각한 권리 침해라고 보고 있다.
 
▲구단 반발? 이유 없다
구단들은 한국 프로야구가 심각한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공정위의 판단이 옳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트레이드의 경우 구단의 전력 평준화를 도모하는 프로야구 존립에 필수적인 제도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프로야구의 흥행여부는 전력평준화뿐 아니라 스타급 선수의 존재, 구단의 팬 서비스 등에도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일방적 트레이드를 용인할 수 없다고 못 받았다.
 
오히려 구단과 선수간의 거래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프로야구 선수 공급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트레이드시 구단과 선수가 사전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 규약(87조)까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공정위의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구단과 KBO는 공정위의 지적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구단 운영의 근간이 크게 흔들린다는 입장이지만 법은 오히려 선수 권리의 폭이 넓어질 수록 판을 키우는 초석이 될거라 판단하고 있다. 공정한 거래로 생긴 투명한 거래의 힘을 믿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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