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평균 키가 175㎝라고 대부분 키가 175㎝라고 볼 수 있을까. 180㎝ 이상 큰 학생이 절반 이상이고 170㎝ 이하 학생이 절반 정도면 얼추 평균치가 175㎝가 나온다. 하지만 이 평균은 A고등학교 3학년의 보편적 키 상태를 나타내지는 못한다. 통계상으로는 맞지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이 거세진 것도 이런 ‘평균의 함정’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에 따라 연봉이 5500만원을 넘는 납세자가 세부담이 늘어난다고 했다. 연봉 5500만원 초과∼7000만원은 평균 2만∼3만원, 7000만원 초과는 평균 134만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도그마의 힘은 굉장하다. 도그마를 맞추기 위한 숫자의 힘은 더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정교하게 분석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시민단체나 언론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정회의로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낸 보완책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다른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