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어렵지 않아…누구든 춤추게 하는 전시죠"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② 무용가 안은미
안은미 30주년 기념 전시 '안은미래' 가보니
전시장 가운데 만든 극장 '이승/저승' 눈길
1대1 레슨 일찌감치 마감…오픈 리허설도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것이 전시 목표"
  • 등록 2019-08-08 오전 5:30:00

    수정 2019-08-08 오전 5:30:00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최근 서울 중구 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안은미래’ 중 ‘이승/저승’에서 자신의 무용단 안은미컴퍼니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춤은 오른발과 왼발이에요. 오른발과 왼발을 옮기는 게 인생이죠. 심심할 때는 무릎을 흔들어요. 바운스 바운스~. 그럼 춤이 됩니다.”

요즘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서는 현대무용가 안은미(57)의 무용 레슨이 펼쳐지고 있다. 매주 목·토요일에는 1대1 개인 레슨을, 화·금·일요일에는 최대 30여 명까지 참여하는 단체 레슨을 진행한다. 안은미에게서 ‘공짜’로 무용을 배울 수 있다는 소문에 레슨 신청은 이미 일찌감치 마감됐다.

이번 레슨은 데뷔 30주년 기념 전시 ‘안은미래’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안은미가 1대1로 개인 무용 레슨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은미는 “어떤 사람이 나를 개인적으로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인데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한 소통 방식이라 생각했다”며 “이번에는 전시 기간이 있는 만큼 개인 레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레슨을 찾는 이들도 각양각색이다. 평범한 직장인부터 한때 연극, 무용 등을 했던 예술가까지 많은 이들이 안은미를 만나 춤으로 새로운 경험을 얻고 있다. 최근 진행한 레슨에서는 인형극을 하다 아이를 낳느라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여성이 찾아왔다. 안은미는 아기 엄마의 몸에서 또 다른 몸으로 가는 과정을 함께 공유했다. 안은미는 “레슨을 하다 마음에 들어 무용단에 들어온 친구도 있다”며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안은미가 직접 기획한 이번 전시는 그의 오랜 파트너인 장영규 음악감독을 비롯해 오영훈 음향감독, 이진원 영상감독, 김동희 작가 등이 협업으로 참여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안은미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던 형형색색의 의상이 관람객을 반긴다. 전시장 벽면에는 안은미의 삶을 민화 형식의 회화로 풀어낸 ‘아리랄 알라리요’가 길게 펼쳐져 있다. 과거 인터뷰를 재구성한 글이 평범함을 거부해온 안은미의 삶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게 만든다.

전시장 바닥에는 하얀 한복을 입은 안은미의 사진이 들어 있는 투명 비치볼이 자유롭게 깔려 있다. 아이들이 공을 안고 놀거나 발로 차는 풍경이 펼쳐진다. 전시장의 벽면은 원형의 스티로폼 설치작품인 ‘스펙타큘러 팔팔’로 가득 채워져 있다. 안은미는 “네모난 것보다는 동그란 것이 좋듯 생각도 ‘라운드’한 게 좋다”며 “동그랗게 유연성 있고 합리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전시장 한 가운데에는 작은 무대가 마련돼 있다. 안은미의 무용 레슨과 무용단 안은미컴퍼니의 리허설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무대 이름은 ‘이승/저승’. 미술관 안에 일종의 공연장을 만든다는 독특한 시도다. 제목인 ‘이승/저승’은 삶과 죽음이 아니라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우리는 항상 여기에서 저기로 넘어가야 하잖아요. 삶이란 오른발, 왼발로 한걸음씩 옮겨가는 것이죠.”

이밖에도 전시장에는 안은미의 대표작 하이라이트를 영상으로 선보이는 ‘대/심’, 안은미가 직접 그린 의상디자인 드로잉일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아름다운 땐쓰’ 등의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장영규 음악감독이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음악 작품 ‘영규의 뜰’도 전시장 곳곳에서 들려온다.

현대무용이 낯설더라도 이번 전시는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안은미가 바라는 것도 전시를 통해 누구나 춤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승/저승’에서 누구든지 신나게 춤을 춰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내 전시는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몸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주눅 들어 있나요. 쪼그라들지 말고 당당한 몸을 가지고 헤쳐 나가야죠. 그게 춤이니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안은미래’ 전시 내부 모습(사진=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안은미래’ 전시 내부 모습(사진=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안은미래’ 전시 오프닝 퍼포먼스 장면(사진=서울시립미술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 '아따, 고놈들 힘 좋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