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반도체 패권 경쟁서 살아남으려면 한국·대만 협력해야”[만났습니다①]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인터뷰
“메모리·비메모리 노하우 나눠 제조 경쟁력 향상”
“최종 목표는 반도체 패키징까지 협업 체계 구축”
“미·중 경쟁 속에서 목소리 낼 운신의 폭 넓혀야”
  • 등록 2022-11-17 오전 6:12:00

    수정 2022-11-17 오전 6:12:00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대선 전초전’ 중간선거를 마친 미국이 조만간 대선 레이스에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중국 때리기에 따라 표심이 흔들리는 만큼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누르기 위해 기존과 같은 대중국 규제 기조를 유지하되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발사한 포탄의 파편은 주변국으로 튀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최신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둔 한국기업들은 앞으로의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1년간 수출 유예 조치는 받았지만 그 이후 어떤 리스크가 닥칠지 가늠할 수 없다. 칩(Chip)4 동맹 등 반도체 생산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속내도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만 경제구조를 분석하며 반도체 산업의 학식을 쌓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전문가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미·중의 반도체 패권 갈등 속에서 우리나라가 특정 국가의 장기말로 남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대만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모리에 강점이 있는 한국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이 높은 대만이 서로의 역량을 공유해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반도체 패키징으로 협업체계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와 대만 모두 미·중 갈등 속에서도 이권을 지킬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사진=김태형 기자)
다음은 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대만과 한국이 반도체에서 협력해야 할 필요성은.

△미국이 일본과 대만, 한국 등 4개국 주도로 중국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을 형성하기 위한 칩(Chip)4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원천 기술과 일본의 소재·부품, 한국과 대만의 제조력을 하나로 묶겠다는 것이다. 국가별로 강점이 나뉘어 있는 현재의 반도체 생태계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칩4 참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칩4는 미국이 이끄는 미국 중심의 동맹이다. 우리가 아무런 대비 없이 칩4에 참여하면 미국의 요구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 그러나 반도체 제조에 강점을 가진 우리와 대만이 서로 협력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칩4 안에서, 또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 주장을 내세울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경쟁국인데 협력 가능성이 있을까.

△한국의 삼성전자(005930)와 대만의 TSMC는 비록 경쟁관계에 있지만, 그 밑에서 활동하는 협력사들은 국경을 따지지 않고 협력하는 것으로 안다. 각국의 중소기업들이 함께 기술 공동 개발 등을 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이 반도체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만 부각되는데, 실상은 협력관계가 꽤 두텁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관련 교역액도 적지 않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대만으로 약 34억190만달러(약 4조5000억원) 수출됐고 반도체웨이퍼 측정검사 장치나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출 규모도 1억6400만달러(약 2165억4300만원) 정도다. 밑단 업체들의 협력관계가 삼성전자와 TSMC로 확장되기만 하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중국이 견제하지는 않을지.

△한국-대만 협력이 철저히 미국 주도 아래 이뤄진다면 당연히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칩4 내부가 아닌 밖에서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면 중국이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목소리를 키우는 한국-대만을 자기 영역권으로 끌어들이거나 미국에 본인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메신저로 사용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칩4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자신들의 입김을 넣을 수 있도록 한국과 대만이 미국 주도의 동맹에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있는 게 차라리 낫다.

-우리가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는데, 반도체 협력을 추진할 명분이 있을지.

△우리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면서 수교 관계를 맺었다. 정치적으로는 중국을 국가로 인정했다. 그러는 동시에 대만과는 단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는 달리 말하면 중국을 국가로 인정한 정치적 입장은 그대로 유지해야 하지만, 역으로 경제, 사회, 문화적 교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국제적인 경제 행위는 해야 하지 않나.

중국도 대만과는 적대 관계이지만 반도체 수입 등 경제적으로는 교류를 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대만이 중국으로 수출한 반도체는 430억달러 규모다. 정치적으로는 싸우지만 실상을 보면 실용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대만과의 경제적 협력을 확대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그렇다면 구체적인 협력 방법은.

△한국은 메모리 제조가 강점이지만 대만은 파운드리 강자다. 서로 강점이 다르다. 각자의 강한 부분을 기술이전을 통해, 양국이 메모리와 파운드리 경쟁력을 함께 키워가는 게 첫째다. 제조를 잘 하는 두 나라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자는 것이다. 물론 곧바로 기술이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양국의 경제계에서 반도체위원회 같은 것을 조직해 천천히 협력 분야를 확대해 간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협력의 종점은 단순히 각자의 약점 보완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패키징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함께 키우는 거다. 현재 반도체기업들이 나노미터(nm) 단위의 경쟁을 하고 있다. 머지않아 1나노, 0.1나노 경쟁을 할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반도체를 0나노 이하로 작게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나노 경쟁이 무한히 계속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시장을 찾아야 하고, 한국과 대만 모두 제조에 강점이 있으니 그 연장선상에 있는 패키징을 미래 먹거리로 한국과 대만이 함께 공략하자는 것이다.

-최근 미국 중간선거가 끝났는데 미·중 갈등이 완화되면 협력 필요성이 약해지는 건 아닐지.

△중간선거가 끝나면 미국은 바로 대선 레이스에 들어선다. 중국에게 누가 큰 소리를 치느냐에 따라 표심이 움직인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대중 규제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해 강한 압박에 나설 것이다. 대만이 반도체 패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니 국제적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도 있다. 대만을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없다. 미·중 갈등은 결국 강경한 갈등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피곤해지는 건 인접한 나라들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대만과 한국의 협력은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1962년 출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중국정치경제학 석·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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