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낭만닥터 소청위’를 꿈꾸며

최재용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 등록 2023-06-19 오전 6:00:00

    수정 2023-06-19 오전 6:00:00

[최재용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낭만’. 국어사전은 이를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분위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현실과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 ‘낭만’이란 단어를 들을 때면 시대에 뒤떨어진 혹은 뜬구름 잡는 얘기를 떠올리곤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바로 이 ‘낭만’이란 단어를 키워드로 한다. 돌담병원이라는 지방의 작은 병원에서 사람을 우선시하며 일하는 괴짜 천재의사 ‘김사부’(배우 한석규 분)와 그와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최재용 소청심사위원장(사진=소청심사위원회)
드라마 속에서 김사부는 위급한 상황에 놓인 환자의 수술과 관련해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동료 의사에게 “‘살릴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야지”라며 받아친다. 같은 상황을 한 사람은 ‘책임’을, 다른 사람은 업의 본질에 맞춰 ‘생명’에 초점을 두고 바라본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필자가 위원장으로 몸담고 있는 기관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소청심사위원회(소청위)는 공무원이 행정기관으로 부터 위법·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받고 구제를 요청하는 경우 이를 공정하게 심사해 권익보호에 기여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기관이다. 아마도 국민 대다수는 들어본 적조차 없는 낯선 이름의 정부기관일 것이고, 공무원들은 알고는 있어도 그리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기관일 것이다.

행정부 내 공무원 권익 구제의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해온 소청위가 오는 20일로 설립 60주년을 맞는다. 1963년 99건으로 시작된 소청심사 사건은 이제 매년 약 900건에 이를 정도로 대폭 늘었고, 1981년 도입된 고충처리 사건도 2021년부터는 매년 100건이 넘는 등 계속 증가하고 있다. 때로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를 이끌어 온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직업공무원 제도 확립에 소청위가 큰 기여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렇기에 그간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수많은 정부조직 개편의 파고 속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고 설립 당시와 같은 이름을 유지하고 기능을 담당하며 설립 60주년을 맞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소청위도 변화할 시간이 됐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이 바뀌었고,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럴 수도 있지”라면서 당연시됐던 행태들이 지금은 ‘갑질’, ‘가스라이팅’ 등의 꼬리표가 붙어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됐다. 국민들은 공무원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더 모범을 보일 것을 바라며, 비위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

소청위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낭만닥터 김사부‘에 답이 있다. 질문이 어렵고, 복잡하고 중요할수록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는 것이 바로 답이다. 의사가 사람을 치료해 다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게 만들듯 소청위는 공직사회 내 병폐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국민에게 신뢰받는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역할이다.

소청위는 ‘공무원의 권익 구제’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상식적인 심사’라는 존재의 이유를 되새기며 ‘60’이라는 숫자가 갖는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에 맞춰 공무원의 목리를 언제나 경청하며, 국민을 하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낭만닥터 소청위’, 소청위가 꿈꾸는 내일의 모습에 따뜻한 응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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