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 왈라비 들어봤어요?” 김다솔 씨, 이색 애완동물 기른 사연 들어보니...

[펫월드] 타마 왈라비, 인간처럼 모성애도 대단해 ‘눈길’
  • 등록 2013-05-19 오전 10:24:24

    수정 2013-05-19 오후 5:56:11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국내 몇 마리 없는 동물일걸요?”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호서전문학교에서 만난 김다솔(21·애완동물관리과 2학년)씨는 다짜고짜 스터디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스터디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선 사람을 경계한 듯 원숭이가 기자의 가방을 잡고 늘어졌다. 그곳에는 앵무새도 있었고 평범한 개도 있었다. 수 십 종류의 동물들 가운데 그가 집어든 동물은 ‘미니 캥거루’라고 불리는 특이한 생김새의 타마 왈라비였다.

김다솔 씨는 왈라비를 품에 안고 곧바로 입을 맞췄다. 그는 ‘물지는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때 뽀뽀하다가 입술을 물려 부은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다. 자리를 옮겨 빈 강의실에서 2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내 왈라비를 품에 안고 수시로 눈을 맞추는 그의 행동에서 왈라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애완동물학과는 국내에 흔치 않은 것 같다.

“드물긴 하다. 하지만 그만큼 비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학과는 기본적으로 동물들의 생태에 대해서 배운다. 창업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애완동물 관련 법규도 배운다. 주로 학문적인 내용을 배우지만 동물원에 가서 사육사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펫샵에서 현장을 살펴보는 등 실습도 한다.”

▲ 김다솔 씨가 자신이 기르고 있는 타마 왈라비를 안고 있다. / 사진= 박종민 기자
- 타마 왈라비는 생소한 동물이다. 어떻게 기르게 됐나.

“작년 7월 현대백화점에서 동물 체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타마 왈라비를 처음 접하게 됐다. 학교에서 특수동물 사육스터디 ‘하와(HAWA)’를 통해 공부하던 중 교수님의 추천으로 현장 실습을 나가게 됐다. 현장에서 수컷 한 마리와 암컷 세 마리, 총 네 마리의 왈라비에게 먹이를 주게 됐는데 유독 암컷 한 마리가 도망가지 않고 먹이를 잘 받아먹었다. 그 왈라비는 꼬리 끝 하얀색이 유난히 짙었고 털도 제일 많아 건강해 보였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어찌나 예쁘던지 그 왈라비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운 좋게 지인을 통해 그 왈라비를 분양받게 됐다.”

- 이전에 열일곱 마리의 개를 키웠다고 들었다. 개를 키울 때와 어떠한 점이 달랐나.

“개는 경계심이 별로 없다. 그러나 왈라비는 경계심이 정말 많다. 사람이나 낯선 환경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 몸을 수시로 떤다.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잠을 자야 하지만 경계심 때문에 잠도 잘 못 이룬다. 그래서 주머니를 만들어 줬는데 거기에 들어가면 그제야 2~3시간 정도 잠을 잔다. 개는 밤에 잠을 자지만 왈라비는 왕성하게 뛰어다닌다. 왈라비에게 얼굴을 밟히고 깨물려 멍이 들거나 부어오른 적도 있다(웃음). 지금도 두 마리의 개를 키우는데 개보다 왈라비가 확실히 예민한 것 같다.”

- 지금도 개를 키우고 있다고? 왈라비의 천적 중에 개과 동물인 딩고가 있다. 왈라비가 개를 무서워할 텐데.

“그렇지는 않더라. 딩고는 들개라서 야생본능이 강하지만 애완견은 다르지 않나. 처음에는 조금 경계했지만 곧 개와 장난치면서 잘 놀더라(웃음).”

- 왈라비의 이름을 ‘브라우니’라고 지었다. 사연이 있다고 들었는데.

“왈라비를 분양받았을 때 한창 인기를 얻고 있던 예능 프로그램이 KBS2 ‘개그콘서트-정여사’였다. 그 프로그램에 나온 ‘브라우니’ 인형을 보고 왈라비의 이름을 짓게 됐다. 브라우니는 얼마 안 돼서 새끼를 낳았는데 새끼의 이름은 ‘소보루’라고 지었다. 브라우니는 ‘개그 콘서트’의 인형도 됐지만 빵 종류이기도 하다. 둘의 이름은 빵 종류라는 공통점이 있다(웃음).”

- 브라우니는 원래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등에 서식하는 동물이다. 우리나라 기후에 잘 적응했나. 또 먹이는 무엇을 주고 있나.

“남반구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좀 더 따뜻해서 기온은 보통 27도로 맞춰준다. 물론 겨울에는 난방을 틀어 놓는다. 먹이는 브라우니와 소보루에 차이를 둔다. 브라우니는 바나나와 사과를 적당히 잘라서 준다. 근데 사과를 먹이니 설사를 해서 조심하고 있다. 반면 소보루는 아직 어리다. 토끼 사료인 조이스틱이나 앵무새 사료인 주프림을 준다. 주프림은 과일 또는 감자맛이 나는 사료인데 잘 먹더라. 이밖에 건초와 당근, 바나나 등을 으깨서 경단을 만들어 주면 잘 먹는다.”

- 사과를 먹고 설사를 하다니. 브라우니나 소보루가 아프면 치료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내에 왈라비를 치료해 본 수의사도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맞다. 한번은 브라우니가 신문지를 먹은 적이 있다. 손톱만 한 크기의 신문지를 먹었는데도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 발로 땅을 치는 스탬핑, 펌핑 동작을 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약을 먹였다. 그러니 20분 만에 진정되더라. 동물 병원에 가도 치료가 힘들 수 있을 것 같아 교수님한테 부탁드렸다. 왈라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교수님께서 치료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 어미 브라우니와 새끼 소보루의 다정한 모습. / 사진= 김다솔 씨 제공
- 브라우니를 많이 아끼는 것 같다. 그런 브라우니가 새끼를 낳았으니 기쁘겠다.

“소보루는 2살 된 브라우니의 첫 새끼다. 하지만 소보루가 태어나는 과정을 못 봤다. 그래서 아쉽다. 왈라비는 새끼가 태어날 때 태반이 없다고 하는데 그것도 못 봤다. 예전에 TV에서 그 장면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조만간 찾아서 보려고 한다. 근데 브라우니가 임신했을 때는 사람과 비슷해서 놀랐다. 임산부가 식성이 좋아지듯 동물도 똑같더라(웃음). 브라우니는 임신 기간에 평소보다 바나나와 부드러운 건초, 주프림을 더 많이 먹더라. 먹이를 아침과 저녁에 두 통 가득 줬다.”

- 소보루가 암컷이라고 들었다. 이쯤 되면 가족사가 궁금해진다. 아빠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나.

“사실 4월 초쯤 브라우니가 남편한테 갔다. 브라우니는 다른 사람이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교수님이 가르쳐주지를 않으셨다. 보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은 소보루만 키우고 있다. 내가 안고 있는 왈라비는 소보루다(가리키며). 소보루도 부모가 보고 싶을 것이다.”

- 소보루가 브라우니를 그리워하겠다. 모녀지간에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던 에피소드라도 있었나.

“어미에게는 육아낭이 있는데 어미가 새끼를 계속 육아낭에서 꺼내려고 했다. 매정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런 뜻은 아닐 거다. 서서히 독립하라는 신호다. 사람도 20대가 되면 서서히 독립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새끼는 다시 육아낭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면 어미는 다시 꺼내고... 지친 소보루가 ‘끽끽’ 소리를 내면 어미 브라우니는 살짝 쳐다보다가 눈길을 피하곤 했다. 그 모습이 사람과 무척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번은 낯선 사람이 소보루의 머리를 만지려고 했는데 브라우니가 다리로 사람의 손을 치며 ‘씩씩’ 소리를 냈다. 낯선 사람의 머리를 잡아 뜯으며 소보루를 지키기도 했다. 모성애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 어려운 질문 하나 하겠다. 소보루 가족 중에 가장 정이 가는 왈라비는 누구였나.

“음... 아무래도 브라우니한테 정이 많이 간다. 브라우니는 약 10개월을 키웠다. 그리고 소보루는 내 앞에서 조금 새침하고 말괄량이 같은 면을 보인다. 소보루 아빠는 한 번 봤었는데 늠름하게 생겼더라. 하지만 키운 적이 없어서...”

- 소보루가 새침하다니. 어미한테도 그랬나.

“그런 것은 아니다. 경계심이 많다든지 새침하다든지 하는 것은 다 사람이나 낯선 환경을 대할 때 그런 거다. 왈라비들끼리는 엄청 잘 지낸다. 먹이도 같이 먹는 등 사교적이다. 이런 동물은 산책을 자주 시켜주고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어 미안하다. 곧 하네스(Harness. 몸에 두르는 벨트)를 만들어서 산책시킬 생각이다.”

- 소보루는 얼마나 자랐나.

“아직 어미만큼 크지는 못했다. 소보루는 태어난 지 10개월 가까이 됐다. 원래는 하루에도 젖을 수시로 먹었는데 어미가 떠난 지난달 초부터는 자연스레 젖을 뗐다. 지금은 뛰어다니기도 한다”

▲ 김다솔 씨가 타마 왈라비와 입맞춤을 시도하고 있다. / 사진= 박종민 기자
- 흥미롭다. 브라우니와 소보루는 다솔 씨에게 가족 같은 존재일 것 같다. 왈라비를 키우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어땠나.

“주위에 왈라비를 키우는 사람이 없다. 국내에도 얼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엇갈렸다. 학교 친구들이나 교수님은 왈라비의 귀여운 면만 보기 때문에 나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왈라비가 수시로 배설해서 청소하기가 어렵다. 침대며 바닥이며 배설물로 가득해 한 친구는 나보고 이해 가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미쳤냐. 이런 동물을 왜 키우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웃음).”

교내에서 만난 김유란(22·애완동물관리과 2학년)씨는 “왈라비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다솔이가 잘 키우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강예슬(19·애완동물관리과 2학년)씨는 “사육사가 꿈인데 특이한 동물을 키우고 있는 다솔 언니가 부럽다”며 “집에서는 키우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런 수고를 감내하면서 잘 키우고 있는 언니가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타마 왈라비는 대개 회갈색을 띠고 있으며 크기가 52~68cm, 체중이 6.9~9.1kg정도다. 풀, 열매를 비롯해 땅콩, 호두 등 견과류를 주로 먹으며 낮은 관목, 덤블이 있는 초목 지역에서 서식한다.

오스트레일리아 남서쪽 및 뉴질랜드 등에 분포하며 야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짝짓기는 보통 1~6월에 하며 임신기간은 25~28일 정도다.

새끼가 태어날 때 태반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새끼는 어미의 육아낭에서 8~9개월 자라게 된다. 암컷의 젖에는 항균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명은 대개 12~15년 정도며 천적은 맹금류, 들개, 딩고, 여우, 뱀 등이 있다.

정성곤 애완동물관리과 교수는 “타마 왈라비는 국내에서 보기 어렵다. 일반인이 구매할 경우 시중가격이 400~500만원 선이다. 야생에서 살던 타마 왈라비를 곧바로 들여오면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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