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K’ 지식산업센터 분양사무소.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 중인 이모(50) 사장은 최근 공장용 사무실을 알아보러 들렀다가 분양업체의 설명에 솔깃해졌다. 사무실 임차를 알아보던 그에게 분양업체는 임대사업 허용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해볼 만하다며 임차보다는 분양이 낫다고 권유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임대사업자의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 취득 허용 계획을 밝힌 이후 지식산업센터가 인기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급 물량이 급증하는가 하면 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이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정부의 섣부른 임대사업 허용 발표로 마케팅 과잉 현상이 빚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정부는 지난해 8월 ‘네거티브 규제 방식 확대 방안’을 통해 지식산업센터의 임대 제한 규제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식산업센터 임차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임대 제한 규제 때문에 물량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현재는 공장 설립 허가를 받은 제조업과 지식산업 분야 등 일부 기업만 분양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제조업계에서는 지식산업센터 임대사업 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소규모 공장들은 물량이 늘어야 임대료가 인하된다며 임대사업 허용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견기업들은 제조업 육성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소규모 IT기기 제조업체인 A사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 임대 규제를 없애 영세한 업체가 보다 쉽고 저렴하게 공장을 임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견규모 제조업체 B사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들은 정부가 제조업 육성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금 감면 및 정책적 자금 지원 혜택을 빌미로 대거 이 시장에 뛰어들려 하고 있다”며 “오히려 물량을 독점하면서 임대료를 끌어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급 과잉에 수익률 ‘뚝’
시장에서는 지식산업센터 분양 마케팅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일부에서는 산자부가 관련 법인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확정한 것처럼 허위 마케팅을 하는가 하면 수익률이 높다며 수요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 물량이 늘면서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지식산업센터 평균 임대수익률은 올해 1분기 7.0%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평균 7.2%에서 0.2%포인트 하락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 7.4%에 비하면 0.4%포인트 떨어졌다. 지식산업센터 공급 물량이 몰려 있는 강동구와 강서구, 영등포구는 임대수익률이 6%대다.
올해부터는 세제 혜택도 줄어 투자성도 나빠진 상태다. 정부는 지식산업센터가 기본 취지와 다르게 투자 상품으로 취급되기 시작하자 최근 각종 세제 지원 축소에 나섰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말 지방특례제한법을 개정, 지난해까지 각각 75%, 50%였던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율을 올해부터 50%, 37.5%로 낮췄다. 정부가 임대사업을 최종 허용할 경우 이 같은 세제 감면 폭은 더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원 소장은 “최근 지식산업센터 공급 물량이 증가하면서 수익률도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라며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역세권인지, 공장 수요가 많은 곳인지, 또 정부 규제 완화가 언제 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