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의 이게머니]구리부터 콩까지 안오른게 없다…원자재 수퍼사이클 오나

전기차 등 녹색 인프라 투자 '구리·팔라듐·리튬·희토류' 강세
브라질 등 악천후에 옥수수, 콩기름 등 50% 넘게 급등
美·中·EU 백신 접종·경기 회복에 '공급 부족' 지속 가능성
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 부담 우려도
  • 등록 2021-05-05 오전 8:00:00

    수정 2021-05-05 오후 9:19:5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최근 들어 국제유가, 철광석, 옥수수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주춤했던 ‘슈퍼 사이클’ 전망이 부활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은 데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 중국까지 경기 회복이 빨라지자 그야말로 ‘수요 폭발·공급 부족’의 시대가 열렸다. 주요국의 탄소 제로 등 녹색 인프라 투자 확대는 구리, 팔라듐 등 특정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가중시킬 수 있는 변수이지만 현재로선 슈퍼 사이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제각각이다.

(사진=AP)
◇ 구리부터 콩기름까지 안 오른 게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RB(Commodity Research Bureau) 원자재 지수는 3일(현지시간) 200.85로 2018년 6월 이후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1년 전 대비 69.46% 상승했다. 연초 이후로는 19.70% 오른 것이다. 블룸버그 상품 지수도 91.06으로 연초 이후로 17% 가까이 상승했고 전년동월보다 50% 가까이 올랐다.

원자재 가격은 구리부터 농산물까지 전 상품에 걸쳐 상승하고 있다. 런던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구리 3개월물은 지난 달 29일 톤당 1만8달러로 올라 2011년 2월 역대 최고 수준(1만 190달러)에 가까워졌다. 연초 이후 28% 가량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 따르면 팔라듐은 온즈당 3000달러에 가깝게 거래, 22%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선물은 3월 초 배럴당 장중 68달러선까지 올랐다가 하락했으나 4월 7% 넘게 오른 후 이달에도 1% 넘게 상승하면서 65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서 거래된 철광석(철 성분 62% 이상 함유) 5월 선물은 온스당 185달러를 기록,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주택가격이 2006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을 정도로 수요가 증가, 주택 건설에 사용되는 목재는 100보드피트(bt)당 1600달러를 찍어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옥수수는 부셸당 7달러를 훌쩍 넘어 연초 이후 51% 넘게 상승, 8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서는 등 농산물 가격도 급등세를 보였다. 콩기름, 돼지 등 육류 가격도 연초 이후 58%나 급등했다. 커피, 설탕 등도 연초 이후 8% 가량 올랐다.

백신 공급·녹색 인프라 투자·전기차 수요 늘어

어느 것 하나 안 오른 것 없이 원자재 가격이 빠른 급등세를 보인 것은 중국, 유럽, 미국의 경기 빠른 회복,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붕괴, 일부 원자재 재고 부족 등에 따른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원자재 시장분석 업체 CRU그룹은 미국 인프라 투자로 강철 사용량이 연간 8000만톤 외에 500만톤의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밖에 알루미늄, 구리 수요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들어 주요국이 인프라 투자 확대, 그 중에서도 탄소 제로 등 친환경 정책을 강화한 것도 관련 원자재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구리, 팔라듐, 리튬 등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구리는 전기차, 전기차 배터리 충전 인프라 구축,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 등에 사용돼 2050년까지 사용량이 작년(190만톤) 대비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팔라듐은 자동차 배기가스 여과에 필요한 금속으로 향후 친환경 정책에 맞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리튬, 니켈 등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 탄산 리튬 가격은 지난 3년간의 하락세를 떨쳐내고 올 들어 100% 이상 급등했다. 배터리에 필요한 코발트와 전기모터에 사용되는 희토류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NdPr) 산화물은 40% 가량 상승했다.

원자재 중 가격 영향력이 가장 큰 국제유가도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며 “백신 공급 가속화, 휴가 등으로 올 여름 큰 공급 적자가 있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5% 이상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석유회사 BP 등이 화석연료 생산을 줄이면서 장기적인 원유 공급 전망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크리스티안 말렉 JP모건 분석가는 “향후 몇 년간 심각한 공급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며 “2030년 까지 자본 지출에서 약 6000억달러가 부족할 것이다. 비OPEC을 중심으로 공급 감소가 나타나 가격이 오버슈팅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철광석, 알루미늄 등은 중국의 공급 축소에, 곡물 등은 브라질, 프랑스 등의 악천후에 영향을 받고 있다.

中 외에도 글로벌 수요 많다 vs 中 긴축하면 랠리 사그라들어

이러한 원자재 가격 랠리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 등도 인플레이션 우려에 나섰다.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42%(3일)으로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입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몇 달 안에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일회적인 가격 상승(one-time increases in prices)은 인플레이션에 일시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강조해 기존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원자재 랠리는 원자재 수출국과 수입국에 상반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브라질, 멕시코,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주식과 통화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입국의 경우엔 반대로 원자재 비용 증가에 따른 가격 부담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원자재 수입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4월 원자재구입가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41로 2011년 4월(142)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제품판매 가격 BSI도 111로 2008년 7월(118)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원유 거래 기업 트라피규라 사드 라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년이 중국 주도의 원자재 수요 사이클이었다면 앞으로는 나머지 세계가 바통을 잡고 수요를 끌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UBS그룹은 모든 원자재 가격이 내년에 약 10% 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슈퍼 사이클 정도의 랠리는 아닐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마나 살리힌 CRU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슈퍼사이클보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사이클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 칼럼에서 “중국이 ‘수량’에서 ‘품질’로 5개년 경제계획을 바꾸고 이에 따라 재정 지출 감축,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등이 현실화되면 원자재 가격은 고점에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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