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동산 포인트는 ‘낄끼빠빠’…부동산 정책 리셋 필요”

[대선 경제책사 인터뷰]윤석열 캠프 김경환 서강대 교수 ①
"1순위는 부동산 정상화, 文정부 전으로 되돌려 놓을 것"
"윤석열-이재명 정책 정반대, 수요 억제론 집값 못잡아"
"금융·세제 풀어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공급에 올인해야"
  • 등록 2021-09-06 오전 7:15:00

    수정 2021-09-15 오전 11:44:51

[이데일리 최훈길 원다연 기자] “그렇게 해서는 집값이 안 잡힙니다. 부동산 정책을 리셋(원점으로 되돌리기)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난 3일 인터뷰는 시작부터 불꽃이 튀었다. 2시간여 동안 주택정책의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강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민 모두의 주거수준 향상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동산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하는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서강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1957년 서울 출생 △중앙고, 서강대 경제학 학사,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 석·박사 △한국은행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연구원 △미 시라큐스대 경제학과 조교수 △해외건설협회 자문위원 △건설교통부 국토이용계획심의위원 △정부혁신추진위원회 민간실무위원 △아시아부동산학회장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외이사 △한국주택학회장 △국토연구원장 △국토교통부 1차관 △서강대 대외부총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현) (사진=김태형 기자)


`맨큐의 경제학`을 번역한 김 교수는 탄탄한 시장 논리로 무장한 이코노미스트다. 아시아부동산학회장, 한국주택학회장, 국토연구원장,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 1차관을 역임하는 등 부동산에 잔뼈가 굵고 행정가로서 실무 경험도 쌓았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동산 경제책사 역할을 맡아, 윤석열 캠프 1호 공약인 부동산 정책을 함께 만들었다.

김 교수는 “이재명 지사측 부동산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반대로 가야만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원상 복귀시키는 부동산 정책 정상화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취득세·재산세를 낮추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며, 전세 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임대차 3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할 게 아니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교수는 윤 캠프의 부동산 정책을 ‘낄끼빠빠’로 요약했다. 정부가 낄 곳에는 개입하고 빠져야 할 곳엔 손 놔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취약계층·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에 올인하고, 세금·대출 규제는 풀어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윤석열·이재명 모두 250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철학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임대차 3법을 먼저 보자. 법 취지는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고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선한 뜻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정부는 수요와 공급 간의 괴리가 있는 상황에서 규제로 모든 임차인을 보호할 수 없는 현실을 간과했다. 분명한 것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가 귀해지고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이다. 새로 임대주택을 찾는 임차인들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전월세 시장의 복잡한 작동 원리를 무시하고 잘못 개입했기 때문이다.

-어디에 개입 안 해야 했을까.


△금융, 세제는 투기억제를 위한 부동산 정책의 보조 수단이 아니다. 이 정부가 도입한 금융, 임대차 3법 등 많은 규제와 과도한 세제를 문재인 정부 출범 전으로 돌려놓는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재명 캠프는 세금 강화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명분이 없다. 헨리 조지는 인간이 자본과 노동을 투입해 만든 집에는 절대로 세금을 부과하지 말라고 했다. 이 지사 측은 재산세·종부세를 놔두고 새로 토지세를 걷자는 것이다. 여당이 헨리 조지를 거론하고 있지만, 헨리 조지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둘째, 선진국 수준의 실효세율 목표는 세금 강화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여당 등에서 거론하는 미국은 보유세는 높지만 취득세는 거의 없다. 우리는 보유·거래세 모두 높다. 미국 보유세는 집값 안정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보유세 세율은 주민들이 동의한 수준에서 결정된다.

셋째, 소득에 비해 세 부담이 과도하다. 세금은 소득에서 낸다. 집값이 올라도 현금이 많지 않은 은퇴 고령자들에게 세금은 부담이다.

-여당에선 토지 공개념, 국토보유세 등으로 투기 싹을 잘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계를 보면 자가보유율이 잘 안 오른다. 여당은 투기꾼들이 여러 채 집을 샀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주택소유자가 늘지 않는다고 풀이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신규 분양주택은 무주택자들만 살 수 있다. 주변에 보면 집을 산 사람도 많다.

실상은 분모인 가구 수가 늘어 자가보유율이 쉽게 오르지 않는 것이다. 가구 구성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4인 가구가 아니라 1가구 1주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이렇게 변했는데 투기 억제를 위해 예전처럼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불합리하다. 지방에 저렴한 연립주택 몇 채 갖고 있는 사람이 서울에 20억원 전세에 사는 사람이나 똘똘한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건 바로 잡아야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부동산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윤 예비후보 옆에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앉았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캠프 측과 부동산 정책 차이가 많나.

△완전히 정반대다. 이재명 캠프 측은 부동산 과잉수요가 문제이기 때문에 보유세 강화 등으로 이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요를 억제하면 더 좁은 과거의 집에서 사는 것이다. 주택 정책의 목표는 조금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국민의 욕구·희망을 도와주는 것이다. 공급을 확대하면 더 넓고 더 나은 집에서 살 수 있다. 수요 억제가 아니라 공급 확대가 국민과 세입자를 위한 길이다.

-임대사업자 제도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재명 캠프 측은 임대사업자 제도를 다주택자를 위한 특혜라며 없애야 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민간에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대표적인 게 임대사업자 제도다.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시장에 내놓으면 종부세 등 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2017년에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했던 방법이다. 이 방법이 맞다. 다주택들이 임대주택의 공급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특혜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정책을 일관성도 없이 수정했다. 오히려 임대주택 공급을 어렵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윤 캠프의 250만가구 공급정책이 해법인가. 2000조원 재정 부담 우려도 제기되는데


△상식적으로 보자. 원가에 공급하는데 왜 적자가 나나. 2000조원은 우리나라 한 해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규모다. 청년·신혼부부 대상 30만명에게 원가주택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이 정도 국가손실, 적자가 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과도한 해석이다.

지금도 토지환매부 방식으로 분양주택이 이뤄지고 있다. 원가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분양 가격에 반영하고, 첫 수분양자가 환매한 주택을 LH가 사고, 시가보다 낮은 가격을 다음 사람에게 파는 구조다. 팔면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대규모 적자가 나는 구조가 아니다. 수분양자에게 가는 이익 만큼 LH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지 원가주택 사업이 적자가 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바로 다음날 팔리지 않으면 정부가 먼저 돈을 대주고 나중에 회수해야 하니 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적자 기간이 있을 수는 있다. 만약 LH의 전반적인 수익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재정에서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적자 규모가 아니다. 오히려 이는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로 봐야 한다. 지금도 저출산 지원을 하는데 청년·신혼부부에게 원가주택 공급을 왜 못하는가.

-‘청년원가주택’은 수도권 요지에 부지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부지 확보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3기 신도시 택지의 일부를 활용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주변으로 택지 개발을 하려고 한다. 광역 교통망과 연계한 택지 개발로 수도권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윤석열·이재명 캠프 모두 5년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는데.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기본 철학이 다르다. 우리는 민간 부문에 크게 의존하면서 취약계층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청년·신혼부부들에게 공공분양주택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반면 이재명 캠프는 공급 물량의 40%인 100만호를 공공이 공급하는 기본주택이다. 이는 주로 공공임대주택이다.

우리가 공약한 공공분양주택과 달리 이재명 캠프의 운영과 관리에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꾸준한 정부 관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재정 부담이 우리보다 훨씬 크다.

공공임대주택은 소유권이 없다. 공공임대주택의 주변 집값만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 집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 주변 집으로 이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윤 캠프의 청년원가 공공분양주택 공약은 5년 이상 거주한 뒤 국가에 팔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거주자가 집값 상승분의 70%까지 가져갈 수 있어 거주자의 재산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도심 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높여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려고 하면 역세권 주택 개발도 힘들다. 하지만 공공분양으로 하면 좀 더 사업이 원활하게 진척될 가능성이 높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서강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심상정 의원은 ‘투기 불쏘시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역세권을 개발하는데 금융 지원만 하고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집값이 오른다. 윤 캠프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로 풀면서 주택 공급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오히려 집값이 잡힐 것이다.

-임대차 3법은 재개정 하나.

△전월세 급등과 매물 부족 등 부작용을 감안할 때 전세 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하는 재개정은 불가피하다. 다만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면서 임차인에게 주거안정을 줘야 한다. 따라서 임대사업자 제도 활성화를 통해 전세를 민간에서 공급하는 인센티브를 고려 중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임대사업자에게 줬던 세제 혜택을 복원·부활하는 등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부동산 세금은 모두 내리자는 건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올렸던 부동산 세금(종부세·양도세·취득세·재산세)은 모두 원상으로 돌렸으면 한다. 주택 공시가격을 현실화 하는 속도도 조절할 것이다.

-주택청을 만들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개혁하는 방안은?

△지금은 조직 개편에 앞서 미션부터 논의할 때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조직 개편은 나중에 필요하면 종합적으로 생각할 일이다. LH 개혁 방안은 훨씬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이슈다. 지금은 LH 개혁 목적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정부조직 개편이든 LH 개혁이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최선의 대안을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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