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 장막’ 박찬호 다저스 떠나라

  • 등록 2008-04-19 오후 5:16:35

    수정 2008-04-19 오후 5:17:26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박찬호에게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습니다. 더 이상 LA 다저스에서는 제 5선발은커녕 불펜 투수로서도 희망을 걸어볼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이후 19일(이하 한국시간) 애틀랜타전까지 포함해 5경기에 등판했습니다.

5경기의 공통점은 모두 리드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이었습니다. 그나마 14일 샌디에이고전서 0-1로 뒤진 6회 나온 게 유일한 박빙이었습니다. 나머지 4경기는 모두 승부가 결판난 뒤였습니다. 패전 처리였습니다. 그것도 잔불이라도 확인하고 끄는 소방수가 아니라, 화재 진압 실패 후 뒤늦게 바닥에 흥건히 고인 물청소를 하는 잡역부였습니다.

박찬호는 14일 샌디에이고전서 2이닝 2피안타 2탈삼진의 가장 좋은 피칭을 하며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했습니다. 5선발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잔불 정도는 진압할 수 있는 불펜 투수로서 중용될 요건은 갖췄습니다.

하지만 다저스의 박찬호 기용 방식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17일 피츠버그전서 6-1로 앞서고 계속된 2사 1, 3루서 선발 브래드 페니에 이어 스캇 프록토를 구원 등판시킨 다저스는 7회 1사 1, 2루가 되자 좌완 조 바이멜을 투입했습니다. 그러더니 8-1로 점수가 더 벌어진 8회에는 조나단 브록스턴을 올렸습니다.

브록스턴은 다저스의 우완 셋업맨으로 이날 등판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15일 이미 등판하고 하루를 쉬었을 뿐이어서 투구감을 유지시켜준다는 차원도 아니었습니다.

만약 정상적인 불펜 운용이라면 14일 샌디에이고전서 등판한 뒤 이틀을 쉰 박찬호를 기용할 차례였습니다. 박찬호는 더욱 3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 행진을 하고 있어 투구 감을 유지시켜준다는 점에서도 등판 타이밍이었습니다.

그러나 토리 감독의 선택은 등판시켜야 할 이유를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는 브록스톤이었고 박찬호는 배제됐습니다. 결국 박찬호는 5일만인 19일 애틀랜타전서 5-1로 뒤진 7회 나와 이미 무너진 바닥의 물청소를 하는데 그쳤습니다.

피츠버그전을 건너뛰고 애틀랜타전서 등판하기까지 과정은 다저스가 박찬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저 소모품인 것입니다. 스윙맨은 허울이고 불펜 투수로도 ‘잔불 끄기’조차 안 맡기는 군대식으로 심하게 말하면 잔반 처리반입니다.

물론 다저스가 박찬호에게 허드레 피칭만 맡기는 데는 다른 투수들을 확실하게 뛰어넘는 압도적인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조금 나을 뿐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인의 장막’입니다.

5선발 경쟁도 그렇습니다. 다저스의 5선발은 처음에 에스테반 로아이자가 나왔고, 두 번째 기회는 궈홍치에게 돌아갔습니다.

로아이자는 네드 콜레티 단장이 700만 달러의 연봉 부담을 안고 데리고 온 선수입니다. 궈홍치는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다저스 마이너리그의 피칭 코디네이터로, 2006년부터는 투수코치로 일하면서 브록스턴, 채드 빌링슬리와 함께 다년간 키운 선수입니다.

허니컷 투수코치는 얼마 전 샌디에이고 제이크 피비에게 완봉패를 당한 다음날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피비의 검은 자국이 묻어 있는 손가락 사진을 보여주자 서슴없이 “송진을 묻힌 것”이라며 부정 투구를 주장한 인물입니다. 사실 확인도 되지 않고, 민감한 문제에 의견을 나타낼 때는 익명을 요구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그는 과시라도 하듯 이름까지 드러내면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경솔하기 짝이 없는 인물입니다.

월드시리즈를 4회나 우승했다고 해서 최고의 감독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사령탑은 두서없는 투수 핸들링을 하고, 단장과 투수 코치는 제 새끼들을 감싸고 있는 상황에서 박찬호는 비빌 언덕조차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굳이 계약 종료 기간인 5월 중순까지 남아봤자 박찬호는 쓰다가 버려질 게 뻔합니다. 더욱 재활 피칭을 하고 있는 제이슨 슈미트, 부상에서 회복 중인 야수들, 마이너리그에서 준비시키고 있는 신예투수들이 머지않아 돌아옵니다. 그렇게 되면 박찬호의 위상이 더욱 추락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인의 장막에 가려 철저히 버림받고 있는 다저스에서 박찬호의 봄은 시간낭비입니다. 미련조차 가질 필요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 합니다. 그것만이 배수진을 치고 맞이한 올시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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