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가 환자야?" 편견과 맞선 '시각장애슈퍼맨'

틴틴파이브 출신 이동우
"'장애' 아닌 '인' 먼저 봐줬으면…편견의 벽 깨기 힘들어"
철인3종완주·솔로앨범발매 이어 연극까지
창작극 '내 마음의 슈퍼맨' 조용한 돌풍
"위험한 도전?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방향"
  • 등록 2014-03-24 오전 7:04:10

    수정 2014-03-24 오전 8:03:51

“내가 환자야?” ”수발?“ ”노력봉사라고?“ 다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 속 대사다. 시각장애인 이동우의 삶과도 닿아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는다. 이동우의 꿈은 ‘슈퍼맨’이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왜 기대를 안 하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인터뷰 시작부터 한 방이 날라왔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카페. 개그맨 이동우(44)에게 무심코 던진 말에 발목을 잡혔다. 이동우가 기획하고 출연한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4월6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블루)에 대해 꺼낸 “기대 안 했는데 잘 나왔더라고요”가 빌미가 됐다. “음악이 아니잖아요.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SM C&C)가 처음 만드는 연극이라 기대를 안 했거든요.” 기자는 기획사를 제물로 삼았다.

보는 게 불편한 그룹 틴틴파이브 출신 이동우. 그의 연기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고 말할 순 없어 급히 댄 핑계였다. 게다가 시각장애인 아빠와 속깊은 딸의 얘기를 다룬다니 뻔한 신파일 줄로만 알았다. “아, 예. 사람들은 장애인이 하는 무엇이든 인(人)보다 장애를 먼저 보죠.” 코너에 몰렸다는 종소리가 울렸다. “‘장애인이 하는 거니 뭐’란 선입견을 깨기 너무 어려워요. 안드레아 보첼리, 스티비 원더처럼 외국에서는 이들이 뭘 한다고 하면 그냥 믿고 가잖아요.” 이동우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우린 장애인과 같이 어울려 본 적이 없기에 신뢰는커녕 기본 인식 자체가 없는 거죠.” 그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계속 끄집어냈다. “공연 반응이 좋아 정말 감사해요. 헌데 어떤 분들은 공연이 좋다는 기사가 나와도 ‘장애인이라 좋게 봐주는 거겠지’라고 생각하잖아요. 정말 깨기 어려운 벽이죠.” 이쯤 되면 카운터펀치다. 못난 속을 다 들켜버린 셈이다.

창작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에 출연하는 그룹 틴틴파이브 출신 이동우(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동우는 시각장애인이다.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2010년 시력을 잃었다. 4000명 중 1명이 걸린다는 희귀병이다. 세상에 지팡을 들고 걸어나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 우울증으로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 준 건 아내다. 뇌종양으로 수술대에 오른 아내는 남편에게 외국여행을 권했다. 시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아두라는 배려였다. 이때 이동우는 정신을 차렸다. “(아내는)참 대단한 사람이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사랑의 본질을 봤다랄까요.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에서 ‘난 할 수 있다’는 생각의 변화를 준 게 아내죠.”

이동우에게 안구기증 의사를 전했던 임재신 씨도 은인 같은 사람이다. 임씨는 근육병을 앓고 있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의 눈까지 다른 사람에게 내어 주겠다는 헌신이다. 이동우는 “그때 마음의 눈을 떴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내 인생관을 바꿔 놓은 친구죠. 이 친구와 찍은 다큐멘터리 촬영이 끝났어요. 조만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깨달음을 준 사람이 많다”며 아홉 살 된 딸 얘기도 꺼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였을거예요. 딸 아이가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더듬거리며 투덜거리는 거예요.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은 안 줘도 되니 대신 아빠 눈 고쳐달라고 기도했다면서.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주위의 기운을 얻은 덕일까. 이동우는 지난해 경남 통영에서 열린 ITU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도 완주했다. ‘슈퍼맨’이 따로 없다. 자전거가 완파돼 다치기도 하고, 고된 훈련으로 족저근막염까지 생겨 걷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끈기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동우는 연극 출연을 위해 보이지 않는 대사를 녹음(매니저)해 들으며 외웠다.

무대에서는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사용해 동선을 확인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낮은 산이 내겐 험준한 산이 되죠. 생각을 바꾸면 돼요. 시간의 문제죠. 남들보다 시간을 더 두고 연습하면 다 할 수 있거든요. 중요한 건 빠르기가 아니라 방향이니까요.”

재즈 앨범을 낸 이동우는 오는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도 선다. “전 ‘딴따라’예요. 그 삶을 사는 게 정말 행복해요.” 철인3종 완주에 첫 솔로앨범 발매, 연극까지. ‘슈퍼맨 프로젝트’를 마친 그에게 슈퍼맨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나라에선 슈퍼맨이 콤플렉스의 상징이잖아요. 그건 결과만 보기 때문이에요. 슈퍼맨이 뭐든 해내는 사람이라기보다 어떤 일이 생겨도 움직이고 보는 사람이었죠. 어떤 일에도 두려움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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