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장관들의 여름휴가가 이상하다. 사흘 안팎의 짧은 휴가를 내는 것은 기본이고, 휴가 기간 중 공식 일정을 몇개씩 소화하는 게 예사다. 각 부처는 이들이 휴가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경쟁적으로 홍보하기에 바쁘다.
따지고 보면 올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장관들이 여름휴가 때 현장방문을 하고 간담회를 여는 것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관례처럼 굳어졌다.
5년 전 이명박정부는 달랐다. 2011년 여름 박재완 당시 기재부 장관은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냈고, 최중경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도 통영·거제에서 망중한을 즐겼다. 다른 장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공식 일정은 없었다. 그 덕분에 관련 공무원들도 숨가쁜 일정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해외에선 국가 지도자들부터 적극적으로 휴가를 사용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8일부터 23일까지 보름 동안 휴가를 냈다. 그는 예년과 같이 매사추세츠주 휴양지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골프를 치고 독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대부분을 휴가로 보내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19일부터 3주 휴가를 내고 이탈리아에서 휴식을 취했다.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도 눈치를 보지 않고 장기 휴가를 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다.
휴가는 생산성을 높일 뿐 아니라 내수 진작 효과도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 여름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국민의 총 예상 지출액은 4조4018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정부도 휴가 사용을 권장하면서 국내 여행을 추천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주요 부처의 수장들은 쉬지도 않고 일만 하는 모순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한 사무관급 공무원은 “장관이 휴가 중에 일을 하면 해당 업무 관련자들은 물론 운전기사, 비서, 심지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리자도 줄줄이 일을 해야 한다”며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믿는 윗분들이 아직 많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