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내년 증시 전망, 2018년을 돌아보라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 등록 2021-12-15 오전 6:15:00

    수정 2021-12-15 오전 6:15: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내년에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뚫고 나올 수 있을까? 대답은 ‘예’이다. 다만 방향이 위가 아니라 아래일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외 모두 주가가 높은 상태에서 경제가 올해만 못하고, 금리 인상이 예상되어서다. 주가가 높은 상태에서 높은 가격을 만든 동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시장이 견디기 힘들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2년 경제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이 4%대를 유지할 거라 전망했는데 실현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2% 초반에 지나지 않았다. 유럽은 더 낮아 1%로 수렴한다. 올해는 직전 연도에 코로나19가 발생해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에 반작용으로 성장률이 높았지만 내년은 어떤 요인 덕분에 평균보다 성장률이 훨씬 높은지 분명하지 않다.

주가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돌아서기 직전에 상승을 시작해 경기 회복국면에 상승이 빨라졌다가, 확장국면 초반에 최고점에 도달한다. 그래서 확장국면 중반을 지나면 경기가 좋아짐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게 된다. 올해 하반기가 그런 상황이었다. 내년은 더하다. 주식시장이 경기 확장 이후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이익 전망도 좋지 않다. 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이 올해 3분기 67조2000억원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4분기에 60조4000억원, 2022년 1분기는 49조7000억원으로 이익이 줄어들 걸로 전망하고 있다. 이 수치가 맞다면 내년 상반기 이익 감소율이 20%를 넘게 되는데 이 숫자로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올해는 영업이익 전망치가 시간이 갈수록 높아졌다. 연초에 170조로 예상됐던 상장사 영업이익이 210조를 넘을 정도였다. 문제는 시기다. 증가의 대부분이 상반기에 이루어졌고, 하반기는 거의 정체했다. 다른 나라도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이익 전망치가 높았지만 우리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못했는데 내년은 이익이 늘어날지 아닐지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전망이 더 암울하다.

내년에는 많은 나라가 금리 인상에 시달릴 걸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금리를 두 번 올렸다. 한국은행이 내년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1분기에 또 한번의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연간 전체로는 3~4번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이 전망대로라면 내년 말에 기준금리가 2%가 된다.

유동성 공급 축소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말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통화(M2) 비율은 70.6%였다. 지난 2020년 8월 해당 비율이 94.4%로 상승했다. 8개월 사이에 비율이 무려 23.8%포인트나 급등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연초 51%였던 해당 비율이 2009년 말에 58%로 7%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융위기보다 코로나19 때에 3배 넘는 돈이 공급된 것이다. 이렇게 공급된 돈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시장 내부적으로 마땅히 투자할 종목이 없는 점이 문제다. 미국은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도 네이버, 카카오와 2차 전지, 바이오 기업 등이 있지만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가시적인 성과 면에서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내년은 주식시장과 관련해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강하게 유입되던 유동성이 정체상태에 빠졌고,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등 좋은 구석을 찾기 힘들다. 주가라도 낮으면 모르겠는데 아직 매력적인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가가 오를 때 너무 많은 비현실적인 얘기가 나왔다. 과거와 다른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들이 새로운 힘을 발휘할 거란 기대가 대표적이다. 이런 기대를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2018년에 고점을 친 주식시장이 그 해에만 30% 가까이 하락했던 사실을 상기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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