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저출산 시대, 직무급제가 필요한 이유

  • 등록 2023-06-12 오전 6:15:00

    수정 2023-06-12 오전 6:15:00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2023년 정부 주요 정책별 홍보 예산을 보면 금연이 ‘241억원’, ‘저출산 극복’이 31억원으로 금연 예산이 국가 위기라는 저출산 극복 예산보다 6배 이상 많다.

저출산 문제의 경우 정책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는 반면 금연 정책의 경우 홍보 효과가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매년 수백억 원의 금연 캠패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흡연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아닌 것 같다. 정부는 과거 ‘흡연·음주 등 예방사업’도 저출산 예산으로 집계했다가 비판이 일자 뺀 적이 있다.

2020년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시작되고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을 갱신해 출산율이 2022년 0.78명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런 국가재난 상태에서 금연뿐 아니라 저출산과 연관이 없는 여러 사업을 저출산 대책으로 집어넣는 끼워 넣기, 뻥튀기 예산 편성문제는 심각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무늬만 저출산대책’에 투입된 예산이 7조 4000억 원이다.

7000여 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 대학의 학과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프라임(PRIME)사업, 사업비가 7000억 원이 넘는 고성장 기업 500개를 발굴하는 중소기업벤처부의 ‘청년 가젤형 기업지원’ 사업, 2조 5000억 원 이상 투입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1000억 원 이상 소요된 여성가족부의 ‘위기청소년 지원 사업’ 등이 저출산 대책을 빙자한 대표적인 끼워 넣기 사업이다. 행정안전부는 부처 고유의 사업인 3400여억 원의 ‘청소년 성범죄 예방 활동 강화’ 사업을 명칭만 바꿔 저출산 대책으로 둔갑시켰다.

국가 전체적으로 제로섬게임(zero sum)인 대표적인 저출산대책은 지자체간의 (효과도 확실치 않은) 출산장려금 경쟁이다. 전남 강진군은 재정자립도가 10%도 안되는 상황에서 출산장려금으로 5000만원을 내걸었다. 89개의 인구감소 지자체가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 2022년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지자체의 출산정책예산은 1조800억 원, 이중 69%가 현금성 지원이었다.

돈에 의존하는 출산율 제고 정책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성평등이 제고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

유엔인구기금(UN Population Fund)은 ‘2023 세계인구보고서’에서 재정 지원에 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출산율 정책을 “효과는 없었고 장기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며 부정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유엔인구기금은 이민 등으로 인구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2003년 1.2명까지 추락했던 출산율을 올해 1.3명으로 올린 몰도바를 주목했는데 바로 현금성 지원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성평등 구현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아이를 낳기 싫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키울 수 없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 2018년 한국경제연구원의 20~40대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상적인 자녀수는 평균 2명이나 실제로 낳은 자녀수는 평균 1.2명이었다. 희망대로 아이를 낳지 못한 이유는 ‘소득 및 고용 불안’ 30.6%, ‘사교육비 부담’ 22.3%, ‘일·생활 양립이 어려운 업무 환경’ 20.9% 등이었다.

직무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출산, 육아 등을 위해 일을 그만두고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경우 여성들은 주로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하고 연공에 기준한 임금체계로 인해 급여도 상대적으로 적다. 직무중심으로 일하는 방식과 임금체계가 도입되면 노동시장의 이탈과 진입에 따른 불이익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 직무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면 대체 인력 고용에 따른 기업의 생산성 저하도 막을 수 있어 일과 가정의 양립도 그만큼 용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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